"따스한 감동과 평온함이 깃든 사라본의 놀랍고도 완벽한 최고의 레코딩 - DOWN BEAT 1596
오랜 시간 동안 꾸준한 활동을 보여주었던 보컬리스트 사라 본(1924∼1990)의 대표작을 꼽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인 동시에 의외로 매우 손쉬운 작업일 수 있다. 그녀에게 최고의 찬사를 선사했던 작품. 참여한 모든 음악인들이 오로지 그녀의 목소리에 발맞추어 엮어낸 역사적인 이 명작이 지금도 수많은 재즈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Sarah Vaughan With Clifford Brown]이라는 타이틀로 잘 알려져 있는 이 앨범은 버브(Verve) 레이블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사라 본의 여러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다. 단순히 그녀가 최고의 실력으로 노래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만이 아닌, 여러 가지 이야기거리와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탄탄한 연주가 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있다는 점은 어느 자리에서든 사라 본의 음악 경력을 이야기할 때 제일 먼저 거론하게 하는 앨범으로 바로 이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반세기 전에 만들어진, 진정한 고전 중의 고전이랄까.
음악성을 이야기할 때 결코 테크닉만으로 모든 것을 결정지을 수는 없지만, 사라 본의 노래가 보여준 성과들은 우선 그 테크닉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비밥이 모던 재즈의 서막을 열었던 1940년대 초반의 상황을 생각할 때 매우 설득적으로 다가온다. 이에 대해 사라 본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 적이 있다. "디지 길레스피와 찰리 파커가 현대 음악에 미친 영향은 절대적입니다. 그런데 그 점은 보컬 영역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이야기는 사라 본 스스로 비밥이라는 음악 스타일에 자신의 목소리를 대입시키기 위해 적잖이 노력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당시의 그녀가 보다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쉽지 않은 비밥 보컬리스트로서의 길을 선택했는가 하는 점을 의아하게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답은 지극히 명료하다. 사라 본은 빅 밴드의 풍부한 사운드 위에서 화려하게 노래하기를 즐겼던 일반적인 보컬리스트들의 희망을 과감히 버리고 진정한 의미의 재즈 연주자로 자리매김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이러한 음악적 지향이 확고히 자리잡은 시기에 녹음된 이 앨범이 다시 한 번 크나큰 역사적 의미를 어필하는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이 작품에 담긴 노래들은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인상적이다. 사라 본의 대표곡처럼 인식된 조지 쉐어링(George Shearing)의 'Lullaby of Birdland'에서부터 보컬리스트의 감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 'April in Paris', 그리고 최고의 발라드인 'Embraceable You'와 'September Song'에 이르기까지.
[자료제공 : 유니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