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이라는 장르는 처음 흑인들이 시작해 그들에 의해 주도되었지만 극단적인 사운드로 언더로 묻힐 위기에(?) 처한 코어 사운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라인드 코어를 위주로 극단적인 사운드로만 치닫던 코어 사운드는 어느새 힙 합에 바탕을 둔 랩과 결합해 랩 코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 물론 다분히 미국적이고 흑인적인 요소가 구석구석을 지배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도 이들 장르의 인기는 실로 대단하다. 어쩌면 새로운 세기 록 사운드를 이끌어갈 또 다른 주류로 이미 급성장해 버린 랩 코어는 신세대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젊은 감성의 랩과 록 팬들이 열광하는 초강력 사운드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미 국내에 공식 공연으로 선보인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이나 림프 비즈킷 등의 대표급 랩 코어 밴드들은 그 어떤 록 그룹보다도 국내외에 많은 고정 팬을 거느리고 있다. 음악계 전반에서 이들이 미치는 영향력은 날로 더해져만 가고 이제 그들을 추종하는 새로운 세력들까지도 서서히 록 필드를 점령해가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보다도 미국의 경우가 더 심하지만 이미 우리에게 라이선스로 발매되어 이름이 알려진 스턱 모조는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하다. 강력한 디스토션 기타 사운드에 흥겨운 랩이 첨가된 이들의 사운드는 익스트림 장르 레이블에서 발매된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판매고를 올려 국내에서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해준 바 있다. 일본 출신인 리드 보컬 본즈(Bonz)와 애틀랜타 출신 기타리스트 리치 워드(Rich Ward)가 주측이된 스턱 모조는 익스트림 뮤직의 산실 센트리 미디어에서 여러 장의 앨범을 발표해 유명해진 그룹이다.
그들이 2000년 들어 완성도 높은 새로운 앨범 DECLERATION OF A HEADHUNTER로 우리들에게 다가왔다. 전형적인 랩 코어에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 라인을 조합한 이번 앨범 역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피아노와 샘플링 등을 적절히 사용해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치닫는 것을 방지하고 있으며 경쾌한 리듬과 듣기 좋은 멜로디 라인의 구분이 확실하다. 극과 극의 드라마틱한 사운드 변형은 이들이 지금까지 양념식으로 가미해온 특성 중에 하나로 이번 앨범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저절로 어깨가 들썩거리는 경쾌한 리듬과 귀에 쏙 들어오는 랩이 조화를 이루는 실질적 오프닝 트랙 A lesson in insensitivity는 전형적인 스턱 모조 사운드를 들려준다. 여성 보컬의 삽입으로 색다른 맛을 주는 Hate breed는 현대적인 감각의 샘플링이 함께 첨가되어 있다. 그로울링 보컬과 친숙하게 들리는 메인 멜로디 라인이 듣기 편한 Raise the deadman은 중반부 기타 솔로 역시 상당히 깔끔해 팬들에게 만족감을 줄 것이다. 전반부를 랩으로 이끌고 후반부에 듣기 편한 멜로디 라인이 등장하는 An open letter역시 이번 앨범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주고 있다. 천둥 소리로 시작되는 Feel it comin' down은 직선적인 기타 리프와 간간이 귀에 들리는 샘플링이 독특한 느낌을 준다. 랩과 그로울링 보컬, 부드러운 멜로디가 한 곡에 모두 등장하는 The one은 이들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사운드이다. 깔끔한 리프가 일품인 Evilution은 엔딩곡 Walk the line과 함께 앨범이 짧게만 느껴지는 아쉬움을 준다. 세세한 부분까지 잘 짜여진 이번 앨범은 그동안 이들의 음악에 주목한 팬들이라면 분명 만족할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1. A Lesson In Insensitivity
2. Hate Breed
3. Set The Tone
4. April 29th
5. Raise The Deadman
6. Drawing Blood
7. An Open Letter
8. Give War A Chance
9. Feel It Comin'' Down
10. The One
11. Evilution
12. Declaration
13. The Ward Is My Shepherd
14. Walk The 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