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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ter Than The Speed Of Light(빛의 속도보다 빠른)]라는 앨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저절로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어쩌면 저렇게 제목을 잘 붙일 수 있었을까? 지금까지 수많은 기타 히어로 중에서 임펠리테리 만큼 연주 속도로 청중을 제압한 기타리스트가 있을까 하는 질문에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분야별로 따진다면 여러 장르의 선수(?)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속도 면에서는 단연코 금메달 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를 그저 빠르기만 한 기타리스트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그를 그저 서커스단원 정도로 취급하는 것이므로, 초기 곡 중에서 [Somewhere Over The Rainbow]나 [Cross To Bear] 같은 곡을 들어본다면 그가 감정적인 기타리스트임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또한 최근 그의 앨범들을 보면 속주도 속주지만 앨범 전체의 퀄리티나 곡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그도 이제 38세라는 불혹의 나이를 앞두고 있어 이제는 나이에서 오는 원숙함이 있겠지만, 초기에 그의 곡들은 속주가 전면에 나서고 있던 탓에 많은 부분 뒷전으로 평가받은 경우가 많았다.
이미 임펠리테리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그가 예전 1986년 경 알카트라즈(Alcatrazz)에 가입하기 위해 오디션을 봤을 때 스티브 바이(Steve Vai)와 최종적으로 경합을 했다는 일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일화는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의 오디션에 조지 린치(George Lynch)와 제이크 이 리(Jake E. Lee)가 대결했던 것처럼 유명한 일이지만, 두 경우 모두 실력의 우열로 결정된 것이 아니고 스타일의 문제였으므로 오히려 그때 밴드에 가입하지 못한 일이 더 잘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당시의 오디션은 필자가 개인적으로 임펠리테리와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보컬리스트인 그레이엄 보넷(Graham Bonnet)의 기억에 강하게 남아, 메탈 계의 최고 명반 중 하나인 [Stand In Line]을 탄생케 했으니 말이다. 그레이엄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그를 처음 봤을 때의 강한 느낌은 절대 잊을 수 없다. 그때(알카트라즈 재적 당시)는 언젠가 그와 뭔가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고 나는 2년 만에 그를 찾았는데, 물론 알카트라즈와의 인연은 없었지만 나 역시 밴드를 나왔고 내 친구(임펠리테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1964년 생인 크리스 임펠리테리(Chris Impellitteri)는 미국의 코네티컷에서 태어났고 11살부터 기타를 시작했는데 특별히 전문적인 음악 교육을 받지는 않았다. 딥 퍼플(Deep Purple)과 레인보우(Rainbow) 같은 리치 블랙모어(Ritchie Blackmore)의 연주에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어느 정도 나이가 들었을 때 잉베이 맘스틴(Yngwie Malmsteen)의 출현에 많은 감동을 받아 클래식과의 인연도 쌓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속주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솔로 EP [Relativity]를 발표했을 때 속주로 세상을 평정한 기타리스트의 출현이라고 여기저기서 떠들어 댄 것도 벌써 15년 전(1987년)의 일이다. 최근 그는 그레이엄 보넷과새로 재결합하여 심기일전한 신보 [System X]를 발표했고, 이제 회고의 느낌이 강한 베스트 앨범인 본작 [Faster ThanThe Speed Of Light]를 내놓고 또 한 번 비상하고 있다. 총 19곡에 달하는 많은 분량을 앨범 한 장에 담아낸 것도 기특하지만, 수록곡 역시 최근 그의 취향과 정신세계에 따른 훌륭한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본 베스트의 선곡과 미 발표곡을 생각해 본다면 임펠리테리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1. [Freakshow]는 2000년에 발표한 [Crunch]에 수록될 예정이었으나, 몇몇 이유로 빠졌던 곡이다. 그러므로 본 앨범에서는 신곡이 되는 셈이다. 전형적인 8비트 메탈 곡으로 롭 록(Rob Rock)의 보컬로 감상할 수 있다.
2. [Victim Of The System]은 마치 메탈리카(Metallica) EP의 어떤 곡을 듣는 듯한 다운업 피킹의 인트로가 귀를 즐겁게 하는데, '93년 작 [Victim Of The System]의 동명 타이틀곡이다.
3. [Beware Of The Devil]은 2000년 작 [Crunch] 앨범의 처음을 장식했던 곡이다.
4. [Rock & Roll Heroes]는 올해 그레이엄 보넷과 재결합했을 때 발표한 [System X]의 곡으로 헤비한 리듬과 맛깔스러운 스윕 피킹이 절묘하다.
5. [Perfect Crime] 역시 [System X]에 수록된 곡인데, 마치 오지 오스본의 [Bark At The Moon]의 리듬을 연상케 하는 배킹이 인상적이다. 익사이팅한 리듬과 간간이 들어간 피킹 하모닉스의 조화와 보컬 멜로디가 훌륭하다.
6. 상당히 헤비한 리프로 시작되다가 개방현을 이용한 높은 음의 연주로 바뀌는 [Spanish Fire]는 [Crunch]에서 들을 수 있었던 특유의 인스트루멘탈 넘버이다. 길지 않은 곡의 중간 중간에 많은 변화를 주어 3분 34초가 너무도 짧게 느껴지는 연주곡이다.
7. [Rat Race]는 임펠리테리가 가장 좋아한다는 딥 퍼플의 [Burn]과 [Highway Star]에 강한 영향을 받아 쓴 곡이라는데, 조성이나 리듬, 중간 중간의 기타 멜로디가 무척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96년 작 [Screaming Symphony]의 수록곡이다.
8. [Warrior]는 '94년 작 [Answer To The Master]에 수록된 미들 템포의 곡으로 소위 헤드뱅잉 하기에 가장 적합한 곡이라고 할까?
9. [Cross To Bear]는 가끔씩 등장하는 임펠리테리의 아주 감성적인 멜로디를 느낄 수 있는 발라드로서, 이런 곡들로 하여금 그를 단순히 빠르기만 한 기타리스트가 아니라 느낌을 가진 작곡가라고 인정할 수 있는 명곡이다. 중반주의 코러스 라인은 퀸(Queen)을 연상하게 할 만큼 웅장한데, 독학으로 공부한 그의 화성학이 빛을 보는 순간이며 곡의 분위기에 맞게 사용한 기타는 마치 바이올린의 솔로를 듣는 듯하다. '93년 작 [Victim Of The System]에 수록되어 있다.
10. [Stand In Line]을 말할 때 흔히 록의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명곡이라 하는데, 당시 최고의 멤버였던 라인업, 즉 크리스 임펠리테리, 그레이엄 보넷, 척 라이트(Chuck Wright), 팻 토피(Pat Torpey)는 앨범 자체의 가치를 최고로 만들어냈다. '88년에 발표된 동명 타이틀의 앨범 [Stand In Line]은 지금도 리퀘스트 되고 있는 명반임에 틀림없다.
11. 12. 연속된 [When The Well Runs Dry]와 [Power Of Love]는 '92년 작 [Grin And Bear It]에 수록된 곡으로 역시 특유의 크로매틱 솔로를 기분 좋게 감상할 수 있다. 콤비네이션은 좋았다고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별로 반응이 좋지는 않았던 롭 록과 공동 작곡했던 곡이다.
13. [Shed Your Blood]는 임펠리테리가 가장 힘들어하던 시기인 '97년에 발표된 [Eye Of The Hurricane]에 수록된 곡이다. 그가 존경하던 또 다른 기타리스트인 에디 반 헤일런(Eddie Van Halen)의 영향을 받아 쓴곡으로 기타 톤과보컬이 반 헤일런의 '78년 작 [Ain't Talkin' 'Bout Love]의 느낌이라고 한다.
14. [17th Century Chicken Pickin']은 누노 베텐커트(Nuno Bettencourt)가 익스트림(Extreme) 시절 가끔씩 보여줬던 깜짝쇼와 같이, 의외의 연주곡 제목처럼 앙증맞은 솔로의 연속이다. '96년 작 [Screaming Symphony]의 수록곡이다.
15. [Hungry Days]는 전형적인 스피드 멜로딕 메탈 곡으로 오버더빙 된 기타의 화음 솔로가 연속되는 인상인 곡이다. '94년 작 [Answer To The Master]에 수록되어 있다.
16. [Lost In The Rain]은 1987년에 발표된 그의 데뷔 EP [Impellitteri]에 수록되어 있는데 고음의 보컬이 주도하는 전형적인 메탈 곡이다. 너무도 구하기 어려운 앨범이라 본 앨범의 소장가치를 높여준다.
17. [Anti Social Disease]는 본 앨범을 위해 특별히 공개되는 신곡인데 좀 더 헤비해진 최근 그의 느낌이 잘 반영된 곡으로 그레이엄 보넷의 보컬과의 조화가 너무도 훌륭하다.
18. [Texas Nuclear Boogie]는 2000년 앨범 [Crunch]에 수록된 곡으로 이 곡 역시 반 헤일런의 '78년 곡 [I'm The One]에 강한 영향을 받아 쓴 곡이라고 말하고 있다. 중간 중간 사용된 치킨 피킹이 압권이다.
19. [Cyberflesh]는 본 앨범의 첫 곡인 [Freakshow]와 함께 2000년 [Crunch]앨범에 수록될 예정이었으나 지금에야 공개되는 곡이다.
[글: 김준성(Booby Trap Mus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