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그래미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네번째 스튜디오 앨범 Tales 이후에 공개한 라이브 앨범 Live & More는 스위스, 일본, 미국 등을 오가며 녹음한 총 여덟곡의 라이브 트랙과 세곡의 스튜디오 보너스 트랙이 담겨있다. 이 앨범에는 마커스 이외에 마일스 데이비스 밴드의 일원이었던 기타리스트 하이램 블록이나, 역시 마일스 데이비스, 스탠리 클락, 칙 코리아 등과의 협연으로 잘 알려진 드러머 레니 화이트 등의 호화 세션맨들이 참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재즈 팬들의 귀를 솔깃하게 할 만한 Summertime과 같은 곡을 트랙에 배정하는 등 구미가 당길만한 요소들을 많이 내재하고 있다. 라이브 트랙들은 대부분 그가 영향을 받은 스탠리 클락 류의 아주 펑키한 그루브감으로 가득 차 있다. 이들 트랙들을 듣다 보면, 우리가 흔히 들어오던 카시오페아나 티 스퀘어(T-Square)와 같은 일본의 가벼운 퓨전 밴드들의 루트는 다름 아닌, 스탠리 클락, 마커스 밀러의 펑키 퓨전을 단편적으로 복사하는데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다른 점이라면 앞의 일본 밴드들의 음악은 재즈 본래의 텐션이 상당부분 거세되어 있지만, 이 음반에서는 그러한 긴장감이 팽팽하게 살아 있는 것을 느낄수 있다는 것이다. 마커스 밀러의 탱탱 튀는 슬래핑 주법은 이 앨범에서도 여전하고 심지어는 어떤 부분에서는 요즘 록 베이시스트들 사이에서 흔해진 테핑과 흡사한 테크닉도 들을 수 있다. 또 마커스 밀러의 재능은 단순히 베이스를 퉁기고, 두들기는 데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때에 따라서 그는 뽐을 내는 리더에서 과묵한 밴드의 기둥으로 순식간에 돌아선다. 그의 연주는 이미 중견보다는 노장의 노련함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퓨전에서 힙합, R&B의 영역까지 순회
Strange fruit에서 그의 악기는 베이스에서 베이스 클라리넷으로 바뀌고, 그는 이전 Siesta에서 느꼈던 나른한 솔로를 매끄럽게 연주한다. 스튜디오 트랙인 Sophie에서 그는 소프라노 섹소폰을 들어, 데이비드 샌본 풍의 감미로운 발라드를 훌륭히 소화해 낸다. 심지어 다른 두곡의 스튜디오 곡인 Jazz in the house에서는 샘플링을 차용해서 현대적인 느낌의 힘합 리듬을 만들어내고 있고, I'll be there for you에서는 자신의 보컬까지 동원해 R&B의 영역까지 넘나들고 있다. 이쯤되면 마커스 밀러라는 인물은 단순한 재즈 베이시스트가 아니라, 항상 넘쳐나는 영감을 주체하지 못하는 작곡가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결국 그는 단순히 유희를 위해 기교를 남발하는 안일한 인물이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퓨전 재즈라는 것이 이미 오랜 세월을 통해 식상함을 유발할 단계까지 도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좁은 카테고리안에서 이렇듯 음악적으로 폭넓은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은 그리 많이 않다.
마일스 데이비스, 데이비드 샌본 등 익히 알만한 뮤지션들을 거치며 화려한 솔로 캐리어까지 쌓은 그의 나이는 현재 겨우 37세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그가 뛰어난 재능을 아주 일찍부터 떨치기 시작한 천재 베이시스트임을 증명한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거의 독보적으로 재즈계를 주도했던 거장 마일스 데이비스는 81년, 겨우 22세에 지나지 않았던 젊은 베이시스트를 자신의 그룹에 끌어들였고, 이후 마커스 밀러는 데이비스의 혜안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증명해 주었다. 아직 재즈계에서는 비교적 젊은 연령에 속하는 이 베이시스트는 이미 재즈계를 주도하는 인물의 하나로 인식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듯 하다.
1. Intro
2. Panther
3. Tutu
4. Funny
5. Strance Fruit
6. Summertime
7. Maputo
8. People Make The World Co Round
9. Sophie
10. Jazz In The House
11. I'll Be There For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