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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적시는 아름다운 서정의 음색 'Maximilian Hecker'
여리디 여린 목소리로 가슴 아픈 상실과 절망을 노래하는 우리 시대의 싱어송라이터 맥시밀리언 해커의 1.2집 음반이 동시 발매됐다. 최고급 양장 디지팩 패키지로 발매되는 이 앨범은 Radiohead, Travis, Coldplay, Grandaddy를 좋아하는 모던 소년소녀에게 뿐만 아니라 Camel, Kayak, Triumvirat 등 서정파 아트락을 좋아하는 음악 매니아들도 만족시킬만한 뛰어난 감성의 음악을 들려준다.
몽환적 음색에 실린 젊은 날의 우울한 독백 [Infinite Love Songs]
외모부터 음색, 가사에 이르기까지 소심하고 수줍어 보이는 독일 청년이 베를린의 거리에서 연주를 시작한 이유기도 하다. 전곡을 직접 작사, 작곡, 연주한 [Infinite Love Songs]는 헤커가 거리 뮤지션에서 모델 에이전시, 다시 키티-요 레이블에 발탁되면서 2001년에 선보인 데뷔음반.
'Polyester'란 첫 곡의 제목대로 섬세히 직조된 폴리에스테르 섬유처럼 보드라운 헤커의 미성은, 코드도 몇 개 되지 않는 듯 단순하면서 서정적인 멜로디를 앞세워 마음을 파고든다. 외피가 여물지 못해 생채기가 나기 일수인 20대의 가냘픈 감수성이 드러나는 음악이랄까. 푸근한 건반 악기 사운드와 가벼운 드럼 비트가 어우러진 'Sunburnt Days'에서 더욱 여린 가성을 들려주는 헤커의 목소리는, 미려한 선율과 더불어 그 섬약한 감성의 결을 전하는데 더없이 어울리는 악기가 된다. 서정적인 피아노, 아련한 신서사이저의 배음 위로 'The Days Are Long And Filled With Pain/ We'll Throw Our Lives Away Again' 이라고 우울하게 읊조리는 'The Days Are Long And Filled With Pain', '섬세한 어쿠스틱 기타의 연주가 주축을 이룬 'Cold Wind Blowing'과 'Like Them'으로 갈수록, 울음이 잦아든 직후처럼 습기가 짙어지는 음색, 비트가 약간 빨라진 피아노 선율과 드럼머신의 리듬에 'I Feel MY Heart Is Breaking/ I Think Lose My Head/ I'm Singing All The Love Songs/ And Never Go To Bad'라는 가사를 실은 'Green Night'나 신서사이저의 사운드와 비트를 중심으로 복고풍 일렉트로닉 스타일을 선보인 'Infinite Love Song'. 포크록에 가가운 'Over'에서는 좀 더 낮아지고 굵어지는 변화를 보이기도 하나, 약간의 에코와 함께 부드럽게 퍼지는 헤커의 목소리는 음의 고저에 상관없이 감상적인 여운을 지니고 있다.
그의 음악에는 90년대 중반 이후 팝의 대세를 이룬 영국 음악의 잔향이 강하다. 'White'나
'Flower'에서 도드라지는 가볍고 맑은 기타와 팝적인 선율, 음울하면서도 로맨틱한 정서를 품은 브릿팝의 유산에 매혹된 세대다운 음악, 섣불리 비교함을 내세우긴 조심스럽지만, 'Plyester'를 필두로 곳곳에 라디오헤드와 트래비스를 연상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