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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의 첫 트랙 ‘Before I Die'는 전형적인 밀어붙이기식 그라인드코어 넘버인데 일반적인 그라인드코어와 다른 점이 있다면 곳곳에서 키보드 사운드가 빛을 발한다는 점. 이어지는 ’Bwomp'는 웅장한 키보드 사운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그로울링과 감칠맛 나는 래핑이 매력적인 곡이다. 머시룸헤드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트랙으로 완급 조절이 뛰어나다. 보컬 파트가 인상적인 ‘Solitaire/Unraveling'은 서로 다른 음악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두 보컬리스트의 개성을 만끽할 수 있는 곡으로 내추럴 보이스와 그로울링의 대비가 묘한 느낌을 전한다. 한편,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의 뮤직 비디오를 연출한 바 있는 딘 카(Dean Karr)가 이 곡의 뮤직 비디오를 제작했다고 한다. 밴드의 레이블과 같은 이름의 ’These Filthy Hands'는 영롱한 키보드로 시작해 시종일관 긴장감을 조성하는데 링킨 파크(Linkin Park)가 지금보다 더 과격해지면 나올 법한 사운드이다. 슬로 템포에서 점점 속도감을 더해 가면서 듣는 이를 헐떡이게 하는 ‘Never Let It Go'는 절박함을 모토로 하는 곡이고, 이어지는 ’Xeroxed'는 극단적인 그로울링과 가공할만한 투 베이스 드러밍의 전형적인 데스 메탈 넘버다. 고딕(Gothic)메탈 성향의 ‘The Wrist'는 파라다이스 로스트(Paradise Lost)와 마이 다잉 브라이드(My Dying Bride)를 연상시키며, ’Chancre Sore'는 역시나 혼란스러운 인더스트리얼 계열의 트랙이다. 이들은 또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The Wall]에 수록된 ‘Empty Spaces'를 커버했는데 원곡보다 더욱 웅장한 분위기로 편곡해 얼핏 들으면 스피드 메탈 밴드들이 자주 사용하는 인트로와 흡사하다. 데뷔 앨범에도 실린 ’43‘은 최근의 하드 코어, 특히 콘(Korn)과 많이 닮아 있으며, ’Too Much Nothing'은 하드 록적인 접근을 보이는 곡으로 앨범 중 가장 대중적인 멜로디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곡 ‘Episode 29'을 지나면 43번 트랙이자 히든 트랙을 만날 수 있는데, 이 곡은 ’Bwomp'의 롱 버전으로 고딕 랩 코어(Gothic Rap Core)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만한 머시룸헤드 사운드의 절정을 나타낸다. 이렇듯 머시룸헤드는 앞서 비교 대상이 되었던 슬립낫과는 비교 자체가 힘들 정도로 외모에 걸맞지 않게 매우 독특한 사운드를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밴드에서 활동했다는 8명의 멤버들에게서 뿜어져나오는 각기 다른 개성은 뭐라 딱히 정의하기 난해한 머시룸헤드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어 냈다. 이들은 얼터너티브 메탈 사운드에 힙 합과 펑크, 고딕 메탈, 인더스트리얼, 그리고 테크노를 포함하는 갖은 양념으로 맛을 낸 머시룸표 사운드를 매우 효과적으로 탄생시켰다. 최근 그야말로 하이브리드다 변종이다 하며 잡다한 음악 스타일을 뒤섞은 사운드를 구사하는 밴드들이 많다고 하지만 머시룸헤드처럼 고풍스러움과 난폭함을 동시에 지닌 밴드는 절대로 흔치 않다고 할 수 있겠다. 아니 도대체 그 누가 잔잔한 키보드 반주에 맞추어 속사포 래핑을 쏟아 내겠는가. 그것도 가면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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