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새롭게 공개된 라크리모사의 본 앨범은 가장 클래시컬한 감성과 서정성이 짙게 베어있는 작품이다. 록적인 비트와 템포는 많이 감소한 반면, 장중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슬로우 템포의 아름다운 멜로디는 더욱 강조가 되고 있다. 마치 레퀴엠 전편의 대서사시를 듣는 듯한 웅장하고 처절한 무게감이 전곡을 지배하는 일관적인 분위기를 유지한다. 관현악이 주도되는 첫 시작을 알리는 연주곡인 'Kyrie'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레퀴엠의 장중한 서곡을 담고 있는 대곡이다. 웅장한 코러스가 등장하면서 뒤로 갈수록 점차 처절하게 반복되는 코다 부분이 더욱 애처로운 곡으로 차후에 전개될 장황한 이야기가 집약된 전주 부분으로 특히나 이번 앨범에서는 이 도입부에 더욱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데, 13분에 달하는 대규모 편곡 솜씨는 라크리모사의 어떤 곡보다도 훌륭하다고 여겨진다. 장중하고 무거우며 절묘하게 전개되는 오케스트레이션이 커다란 감동을 선사한다. 두 번째 트랙인 'Durch Nacht und Flut'는 신비로운 보이스의 여성 보컬리스트 안네 누르미(Anne Nurmi)의 아름다운 하모니와 특유의 나직하고 건조한 틸로 울프의 목소리가 미디움 템포의 록 사운드와 잘 어우러진 곡이다. 이들의 전형적인 형식의 분위기를 띠고 있지만, 보다 안정적이고 화려한 편곡 방식은 훨씬 더 세련된 모습인 듯싶다.
영롱한 건반 연주를 배경으로 또 다시 처절한 목소리로 읊조리는 틸로 울프의 매력이 발산되고 있는 'Sacrifice'는 무척이나 슬프고 어두운 곡이다. 이러한 느낌의 주체는 다음 곡 'Apart'에 이르러서는 안네 누르미에 의해서 표현되고 있는데 두 곡 모두가 암울하고 어두운 감성을 자아내는 비가(悲歌)라는 점에서 같은 맥락을 유지하고 있다. 'Eine Nacht In Ewigkeit'는 틸로 울프의 삶을 고백하는 독백과도 같은 느낌의 곡이다. 차분하고 아름다우며 쓸쓸하다. 마치 어두운 성당 안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경건하게 기도를 드리는 듯한 느낌의 성가곡이다. 역시 매 앨범마다 튀는 곡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Malina'가 그런 곡으로써 우아하고 섬세하지만, 댄서블한 템포와 정적인 부분을 이어 후반부로 갈수록 강렬한 보컬과 비트로 표현되는 부분에서는 내재된 무언가를 분출시키는 그들의 또 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그의 음악적 감각과 다양한 미적 감성을 엿볼 수 있는 곡들이다.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Die Schreie sind Verstummt'는 이번 앨범에서 느껴지는 모든 감성과 표현방식이 한데 녹아있는 듯한 대곡지향적인 방식을 띠고 있다. 부드럽게 표현되는 현악기의 풍부한 사운드와 강렬한 록비트, 절규하는 틸로 울프의 목소리, 중세 미사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코러스, 많은 변화를 거치는 클래식적인 편곡 기법 등 한편의 교향곡처럼 장황하고 웅장하다.
1. Kyrie - Overture
2. Durch Nacht Und Flut - Suche Part 1
3. Sacrifice - Hingabe Part 1
4. Apart - Bittruf Part 1
5. Ein Hauch Von Menschlichkeit - Suche Part 2
6. Eine Nacht In Ewigkeit - Hingabe Part 2
7. Malina - Bittruf Part 2
8. Die Schreie Sind Verstummt - Requiem FÜR Drei Gamben Und Klavier
9. Durch Nacht U Nd Flut (Single Version) - Bonus Tr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