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AMERICAN BAD ASS"?
멋진 모자를 눌러쓰고 길다란 모피를 두른 채 스스로를 "Bullgod"이라 칭하며 무대 위를 종횡무진 오가는 키드 락. 래핑뿐만 아니라 디제잉, 기타, 드럼, 댄싱까지 모조리 구사하며 락스타로서의 자의식을 맘껏 과시하는 밉지 않은 그, 밥 리치(Bob Ritchie: 키드 락의 본명).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스트립 댄서와 귀를 멍멍하게 만들며 팡팡 터지는 불꽃도 그의 파티에선 빠질 수 없다.
지난 미국 전역을 의기소침하게 테러사건 조차도 키드 락의 의기는 수그러들게 하지 못했다. (지난 작품들을 정리한 앨범 「The History Of Rock」(2000)에 수록된) "American Bad Ass"를 비롯해 미국적인 냄새 팍팍 풍기는 낙천적인 사운드는, 침울한 미 국민들에게 작은 위로나마 선사했고 새 앨범에도 "Punk Rock Forever, Hip Hop Forever. Southern Rock Forever" 라는 대의를 이어가고 있다. 새 앨범 「Cocky」가 예상보다 늦어진 이유는, 아버지 역할과 애인 역할을 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낸 때문. 어린 아들에게는 평범한 아버지로서 최선을 다해야 했으며, 세릴 크로를 거쳐 현재의 파멜라 앤더슨까지의 그다운 여성편력 또한 있었다. 이러한 사적인 작업들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키드 락은 엉클 크래커의 솔로 데뷔앨범을 프로듀싱했고 락앤롤 명예의 전당에서 에어로스미쓰와 무대를 나눴으며, 「The History of Rock」은 무려 1,300만장이 팔려나갔다.
YOU'RE COCKY BUT YOU'RE COOL!!!
메이저 데뷔앨범, 「Devil Without A Cause」가 커다란 인기를 얻고 키드 락의 인기가 최고조로 달했을 무렵, 그에게는 큰 슬픔이 있었는데 바로 그를 도왔던 키 작은 래퍼 조이 C.(Joe C.)의 죽음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조이 C.를 추모하는 무대를 많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래퍼가 부재한 채 만들어진 새 앨범 「Cocky」의 유쾌한 분위기는 「Devil Without A Cause」에 뒤지지 않는다. 본 앨범은, 백인 블루스 격인 컨트리와 서던락, 힙합이 어우러진 키드 락 식의 랩-락 사운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Devil Without A Cause」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한편으론 "난 원래 이런 놈이야"라는 키드 락의 진면목을 확실히 보여주는 역할을 할 듯싶다. 1998년「Devil Without A Cause」이 랩코어가 상승세를 타던 시점 등장한 터라 키드 락을 일련의 랩코어 밴드들 틈바구니에 끼워 넣게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다른 것. 랩-락 사운드의 바닥이 서서히 드러나는 이 시점에서 키드 락의 랩-락 사운드가 신선함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서던락, 하드락, 컨트리가 버무려진 독특함의 진가가, (랩코어의) 거품이 잦아진 지금에 와서 더욱 두드러진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리라. 젊은 시절 디트로이트 랩, 락 씬을 한껏 들이킨 채 결코 고심한 흔적이 없는 유쾌한 사운드가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수록곡을 살펴보면, 키드 락의 배킹밴드는 트위스티드 브라운 트럭커(Twisted Brown Trucker)를 위한 Trucker Anthem에 이어 첫 싱글 Forever는 "나는 펑크락을 만들고 그것을 힙합과 섞어놓지 … 나는 서던락을 만들고 그것을 힙합과 섞어놓지 …"라며 키드 락의 사운드를 속 시원히 설명하고 있다. Lay It On Me는 키드 락 특유의 통통 튀는 사운드와 여유가 묻어나 있는 트랙으로 어쿠스틱 기타, 건반 등으로 다양한 진행을 보이며, 맛깔스런 스크래칭과 블루지한 기타플레이, 소울풀한 배킹보컬이 포함된 랩코어 Cocky는 "Got more money, than Matchbox 20, Get more ass than Mark McGrath"라는 가사로 상당히 거만한 모습. 이어 어쿠스틱한 기타와 스크래칭으로 시작하는 What I Learned Out On The Road 역시 낙천적인 여유가 묻어나는 가운데 키드 락 특유의 "컨트리-합(country-hop?)" 사운드를 선사하고 있다. 한편 I'm Wrong, But You Ain't Right는 자신의 잘못을 모르고 남을 탓하는 것에 대한 키드 락의 분노가 묻어 나 있는 곡으로 헤비한 리프와 샤우팅의 전형적인 랩코어 사운드를 들려준다. 어쿠스틱한 서던 락 발라드 Lonely Road Of Faith를 지나 You Never Met A Motherf**ker Quite Like Me에서는 "나는 롤링 스톤지의 커버로 등장하고 대통령도 만났지~~"하며 또 한번의 밉지 않은 잘난 척을 늘어놓고 있으며 감미로운 발라드 Picture에서는 그의 전 여자친구, 세릴 크로가 게스트 보컬리스트로 참여 키드 락과 다정히 노래를 주고받는데 세릴이 지금의 파멜라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위의 곡과는 달리 거친 기타리프로 이루어진 하드락 사운드를 담고 있는 I'm A Dog를 지나 차분한 발라드 Midnight Train To Memphis에서는 한껏 분위기를 잡고 있다. Drunk In The Morning은 중간에 락큰롤 사운드가 터지는 등 돌출적인 진행을 보이고 있으며 마지막 트랙 WCSR에서는 스눕 독이 참여, 키드 락과 함께 섹시한(?) 라임을 펼쳐 보인다.
그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기존의 키드 락 사운드를 이리 저리 요리하고 있다. 특유의 서던락, 힙합 크로스오버의 감칠맛 나는 사운드와 낙천적인 분위기는 전작의 성공방식을 고수했군, 이라는 느낌이 아니라 "역시, 키드 락! 결코 수그러들 줄 모르는군" 이란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ARE YOU "KID ROCK"? ARE YOU "KID COUNTRY"?
키드 락의 사운드와 그가 풍기는 이미지는 같은 계열로 인식되는 일련의 랩-락 밴드와는 사뭇 다른 위치에 놓여있다. 그의 랩-락은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정치적인) 선동적인 분위기도 콘의 (개인적인) 노여움의 발산도 아닌, 그저 스스로를 "Bullgod"이라 칭하고 "drinking, smoking, trying to free my mind"으로 시간낭비('Wasting Time')를 찬양하며 한편으로는 차분히 앉아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어린 아들을 바라보며 'Only God Knows Why'라는 결론을 내리기도 하는 낙천적인 태도에 기반하고 있는 것.
거의 10년 가까이 되는 긴 나날 동안 유명세를 타지 못했던 그이기에 메이저 데뷔앨범「Devil Without A Cause」이 단숨에 그의 이미지를 규정지어버렸고, 그 이전의 작품들을 컬렉팅한 앨범「The History of Rock」이 키드 락 사운드에 대한 키를 제공하기는 하였지만, 당시 상승세를 보였던 랩코어라는 카테고리는 키드 락에 대한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키드 락의 사운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가 에너지 충만한 디트로이트 락 씬, 그리고 80년대 중반이후의 힙합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 봐야 한다. 미시건 주 남동부의 공업도시로 유명한 디트로이트는 락큰롤, 하드 락과 펑크 락의 거칠고 하드한 사운드로 스투지스, MC5, 밥 시거와 같은 대표밴드를 낳았고 블루 아이드 소울 또한 있었던 곳으로 키드 락은 그러한 에너지를 저변에 품은 채 80년대 중반이후에는 언더그라운드에서 막강한 세력을 발휘하던 힙합 사운드에 경도 되었다. 당시 그는 런 디엠씨에 빠져들었고 비스티 보이스의 행보에 눈길을 주어 초기앨범을 보면 비스티 보이스와 비슷한 사운드를 구사하고 있다. 한편 행크 윌리엄스, 행크 윌리엄스 주니어와 같은 서던락, 컨트리 뮤지션도 그가 오랜 동안 존경하는 뮤지션들. 그래서 키드 락 안에는 하드락과 힙합, 서던락, 컨트리가 함께 뒤엉켜 있고 이는 키드 락에게 랩코어라는 명목 하에 상업으로 제조되었던 수많은 밴드와는 확실히 다른 무게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1. Trucker Anthem
2. Forever
3. Lay It On Me
4. Cocky
5. What I Learned Out On The Road
6. I'm Wrong, But You Ain't Right
7. Lonely Road Of Faith
8. You Never Met A Motherf**ker Quite Like Me
9. Picture
10. I'm A Dog
11. Midnight Train To Memphis
12. Baby Come Home
13. Drunk In The Morning
14. Wcs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