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로맨틱하고 멜랑꼴리한 해맑은 챔버팝 사운드의 향연! 카메라 옵스큐라의 2006년작. [Let's Get Out of This Country]
+ 전세계 유일하게 발매되는 Korea special edition
+ 초도 500장 한정 싱글 및 비사이드 모음 6곡이 추가된 CD 증정 이벤트
Chamber Pop
우아하고 풍성한 듯한 느낌을 주는 챔버팝(Chamber Pop)은 90년대 중반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물론 주 대상은 인디/모던록 팬층이었는데, 그 당시에 활동했던 디바인 코미디(Divine Comedy)와 레이디벅 트랜지스터(Ladybug Transistor), 그리고 한국에서 유독 사랑 받고 있는 챔버팝의 제왕, 벨 앤 세바스찬(Belle & Sebastian)등의 활약상이 바로 90년대 챔버팝의 역사라 봐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사실 그 뿌리는 브라이언 윌슨(Brian Wilson)이라던가 버트 바카락(Burt Bacharach)의 곡들처럼 현악과 브라스 파트가 삽입된 팝송들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도 있겠는데, 유독 인디펜던트 씬에서 이러한 고급스러운 느낌의 음악들이 만들어 지는 것에 대해 약간 독특하다고 생각하곤 했었다. 고전적인 팝송의 공식에 인디적인 느낌과 방식을 도입하고 현대적인 감성과 재치를 첨가하여 당대 리스너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이것은 무척 포근하고 담백한 느낌을 주면서 새로운 주류로 떠오르기도 했다. 디바인 코미디는 메이저와 계약하고 벨 앤 세바스찬은 영화음악을 만들면서 주가를 올렸고 오히려 이러한 대가족 중심의 움직임은 메이저 보다는 인디씬에서, 미국보다는 영국권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 또한 챔버팝을 근간으로 한 인디팝 밴드로 분류되곤 한다.
About Band
전세계적으로 5만여장의 음반 판매고를 올리면서 현재는 챔버/인디팝 씬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에 위치한 밴드가 바로 카메라 옵스큐라이다. 좀 더 늦은 시기에 미국의 샌디에고에서 같은 이름의 인디락 밴드가 결성되기도 했지만 그들보다는 아무래도 지금 이야기하는 카메라 옵스큐라가 더욱 많은 사랑을 받았고, 때문에 누군가 카메라 옵스큐라를 얘기하면 아마 99퍼센트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이 카메라 옵스큐라일 것이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글래스고에서 1996년 결성되었다. 올해로 결성 십주년을 맞이하는 셈인데 이들의 첫번째 정규앨범은 결성년도에 비해 상당히 늦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벨 앤 세바스찬의 멤버인 스튜어트 머독(Stuart Murdoch)의 프로듀싱 아래에서 이루어진 작업 끝에 2001년에야 첫 앨범인 [Biggest Bluest Hi-Fi]를 발표하게 되는데 싱글 커트곡인 [Eighties Fan]이 큰 히트를 거두게 되고, 이것은 BBC의 전설적인 DJ인 존 필(John Peel)의 서포팅을 받으며 스코틀랜드를 비롯한 전 영국권에 알려지게 된다.
2004년 겨울에 두번째 앨범[Underachievers Please Try Harder]을 발매하면서 본격적인 미국 공략을 시작하는데, 깔끔하고 매혹적인 멜로디와 적당한 훅을 가진 곡은 북미쪽에서 특히 인기를 끌게 된다. 이후 꾸준히 미국을 횡단하며 공연을 갖게 되는데 유럽을 비롯한 미국의 팬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간다. 급기야는 워너 브라더스에서 제작한 미국의 인기 드라마 [길모어 걸스(The Gilmore Girls)]에 이들의 곡인 [Suspended from class]가 삽입되면서 카메라 옵스큐라의 인지도는 점점 높아져 간다.
물론 같은 챔버/인디팝인데다가 1집의 프로듀싱을 스튜어트 머독이 했었다는 이유로 이들에게는 늘 ‘벨 앤 세바스찬 류의 음악’ 이라는 뜻의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 심지어 이들의 두번째 앨범의 싱글인 [Teenager]의 뮤직비디오의 감독 또한 벨 앤 세바스찬의 뮤직비디오 연출자이기도 했던 블레어 영(Blair Young)이었다. 여튼 이것에 관한 가장 웃긴 코멘트 중 하나가 ‘벨 앤 세바스찬의 수줍은 여동생’이라는 표현이었는데, 글을 읽었던 사람들은 무척 즐거웠을 수도 있겠다만 본인들이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상당히 불쾌해 했을 것 같다. 물론 같은 스코틀랜드 출신이고 먼저 스타덤에 올랐던 벨 앤 세바스찬에게 많은 지원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저런 식의 반응은 당연히 반갑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한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올해 미국 투어를 돌기도 했는데 뉴욕에 체류중인 아는 분한테 카메라 옵스큐라의 공연 여부를 물었더니 “아, 그 벨 앤 세바스찬 비슷한 애들?” 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본인들은 오죽했을까.
Let's Get Out of This Country
그래서 이번 세번째 음반에서 이들은 정말 ‘작정’을 하고 만든 듯 보였다. 그러한 노력 덕분인지 어쨌든 본 작은 Uncut 웹진에서 ‘드디어 그들이 벨엔 세바스찬의 그림자를 벗어나 오히려 그들을 뛰어 넘었다’는 평가를 이끌어 내기도 했으며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있는 웹진인 피치포크 미디어에서는 ‘자신만의 사운드를 완성한 끝에 이들에게는 더 이상 벨 앤 세바스찬 이라는 이름은 따라다니지 않을 것’ 이라고 못박기도 했다. 이런 류의 평가 외에 이번 앨범에 대한 프레스의 리뷰는 가히 칭찬일색이라 할만 하다.
2005년 가을부터 이들은 앨범의 제목처럼 자신의 고향인 스코틀랜드를 떠나 타지인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세 번째 정규앨범 [Let's Get Out of This Country]의 작업을 시작하는데, 에드 하코트(Ed Harcourt), 니콜라이 던저(Nicolai Dunger)등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제리 하팔레이넨(Jari Haapalainen)이 앨범의 프로듀싱을 담당한다. 특히나 본 작에서는 이들의 취향을 대놓고 공개하는데 지미 웹(Jimmy Webb)부터 로이드 콜(Lloyd Cole) 그리고 코니 프란시스(Connie Francis)와 스키터 데이비스(Skeeter Davis), 수프림스(Supremes)와 데이빗 린치(David Lynch) 등의 사운드들이 절묘하게 혼합되어 있다. 데이빗 린치는 이들의 보도자료에 써있는 글이지만 그의 음악적인 동료인 안젤로 바달라만티(Angelo Badalamanti)나 줄리 크루즈(Julee Cruise)의 느낌 또한 얇게 비춰지는 듯 했다. 리드싱어이자 대부분의 곡들을 작곡하는 트레이시안느 캠펠(Traceyanne Campell)은 밝은 비트에 긍정적이고 로맨틱한 분위기의 곡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스트링 세션으로는 브라이언 윌슨(Brian Wilson)과 러브(Love)의 핵심 인물로 올해 세상을 떠난 아서 리(Arthur Lee)의 투어멤버를 기용했고 앨범의 레코딩은 네네 체리(Neneh Cherry)와 로빈(Robyn)이 녹음했던 곳과 같은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현재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는 일단 두 곡이 싱글 커트 됐다. 첫번째는 [Lloyd, I'm Ready to Be Heartbroken]이 싱글로 발매가 됐고 두번째로는 앨범의 제목과도 같은 [Let's Get Out Of This Country]의 싱글과 뮤직비디오가 발표됐다.
일본의 도시를 배경으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안무에 [쉘부르의 우산]의 소품으로 트레이시안느의 암울한 표정이 주를 이루는 뮤직비디오 [Lloyd, I'm Ready to Be Heartbroken]은 이미 여러 인디팝 리스너들의 블로그에서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이 곡은 영국출신의 간지남, 로이드 콜(Lloyd Cole)의 클래식 넘버인 [Are You Ready to Be Heartbroken?]에 대한 22년만의 대답과도 같은 곡 인데, 실제 로이드 콜의 곡 또한 매우 훌륭하다. ‘아서 리의 레코드를 들어라’, ‘지금은 정부조차도 너를 막을 수 없을 거야’ 라는 가사를 담담하게 읊으며 가슴이 찢어질 준비가 됐냐고 진지하게 묻는 원곡에 대한 카메라 옵스큐라의 감상을 담았는데 원곡에 비해 이들의 화답은 너무나 해맑다.
두번째로 비디오가 공개된 [Let's Get Out Of This Country]의 내용은 따분한 일상에서 도피하기 위해 나룻배에 악기와 몸을 싣고 어디론가 떠난다는 내용인데, 실제 이들이 자신의 고향을 떠나 스웨덴에서 앨범을 녹음했던 것에 착안한 비디오인 것 같다. 곡의 제목과 굳이 연관 지을 필요는 없지만 리드기타 리프가 컨추리 음악을 생각하게끔 한다.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이 본 앨범에서 맨 처음 들었던 곡은 앨범 발매 이전의 티져 트레일러에 쓰였던 [If Looks Could Kill] 이라는 곡이었는데 이 곡은 한국계 배우인 산드라 오가 출연하면서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인기몰이를 펼치고 있는 의학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의 10월 12일 방영분에 삽입됐다고 한다. 앨범에 수록된 곡들 중 가장 경쾌한 트랙으로 주체할 수 없는 에코사운드와 찰랑거리는 기타톤이 끝내주는 트랙이다.
수록곡 중에는 도리 프레빈(Dory Previn)이라는 제목의 트랙도 있다. 도리 프레빈은 영화음악 작곡가이자 유명 지휘자이기도한 앙드레 프레빈(Andre Previn)의 부인인데, 나는 앙드레 프레빈의 레코딩으로 이루어진 랩소디 인 블루와 제임스 칸이 나오는 SF물 [롤러볼(Rollerball)]의 사운드트랙, 그리고 걸작 영화음악인 [인형의 계곡(Valley of The Dolls)]등의 레코드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들은 하나같이 무척 아름답다. 도리 프레빈은 [인형의 계곡] 사운드트랙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그밖에 자신이 곡을 직접 쓰면서 솔로앨범도 몇 장 발표 했는데,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상냥한 목소리를 사랑하는 것 같았다. 가사를 봤을 때 이 곡이 도리 프레빈의 인생과 직접 연관이 있는지는 무척 애매모호한데, 나는 여기서 도리 프레빈에 대해 잠깐 짚고 넘어갔으면 한다. 도리 프레빈은 젊은 미아 패로우(Mia Farrow)에게 남편인 앙드레 프레빈을 빼앗겼고, 여기에 한이 맺혀, 얼마 후에는 [Beware of Young Girls(젊은 여자를 조심하라!)]라는 노래도 직접 만들어 부르게 된다. 이후 미아 패로우는 앙드레 프레빈과 헤어지고 우디 알렌과 친해지면서 결국은 결혼까지 하게 되는데, 그때 미아 패로우가 앙드레 프레빈과 키우다가 데려왔던 한국계 입양아인 순이 프레빈과 우디 알렌이 눈이 맞으면서 또 헤어지게 됐다. 미아 패로우는 도리 프레빈의 ‘젊은 여자를 조심하라’는 경고를 듣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하, 정말 남녀문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무척이나 복잡한 것 같다.
여러 해외 프레스에서 언급됐듯 각 트랙들 마다 빛이 나며 카메라 옵스큐라의 전작들보다는 좀더 공간감을 살려 아날로그한 맛을 주는데, 너무 깔끔했던 전작들 보다는 좀더 과거 지향적인 느낌들을 주기위해 노력한 것 같다. 좀더 오래되고 좀더 기타에 드라이브도 걸어줬고 좀더 비트의 울림도 강해졌다. 60년대의 경쾌한 리듬의 곡을 연상케 하는 부분은 마치 필 스펙터(Phil Spector)의 전매 특허였던 ‘Wall of Sound’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미국과 영국에서 본 앨범의 바이닐 레코드(=LP)를 구입하면 안에 MP3 다운로드 쿠폰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요즘 이런 경우가 가끔씩 있는 것 같다.
Bonus CD
한국에 특별히 추가되는 보너스 트랙들은 이들의 싱글 비사이드와 미발표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Lloyd, I'm Ready to Be Heartbroken]의 비사이드에 수록되어 있는 곡인 [Phil And Don]은 필 스펙터 사단이었던 에벌리 브라더스(EVERLY BROTHERS)의 두 멤버에 대한 트리뷰트라고 하고, 깔끔한 비브라폰이 담백한 보사노바튠 [Roman Holiday]또한 아름답다. [Let's Get Out Of This Country]의 싱글에 수록되어있는 [Lemon Juice And Papercuts]는 싱글의 제목만큼이나 컨추리한 사운드를 가지고 있는 트랙이며, [Return To Send Her]은 마치 80년대 감성의 팝송을 연상케 한다. 미발표곡들인 [Hands Up Baby]과 [Alaska] 또한 색다른 느낌을 선사할 것이다.
Are You Ready to Be Heartbroken?
얼마 전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았던 BMX 밴디츠(BMX Bandits)의 전 멤버이자 틴에이지 팬클럽(Teenage Fanclub)의 드러머인 프란시스 맥도널드(Francis MacDonald)와 잠깐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카메라 옵스큐라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씨디의 크레딧에서 ‘특별히 프란시스 맥도널드에게 감사한다’는 문구를 찾을 수 있었다. 서로 엄청 친한가 보다.
마치 구름이 약간 낀 여름하늘의 모습을 연상시키는데 부드러운 훅과 산들바람같은 보컬은 당신으로 하여금 과거의 기억들을 더듬어 보게 할 것이다. 50년대의 걸그룹과 60년대의 소프트팝에서 영향받은 듯한 사운드로 이루어진 이들의 음악은 달콤 씁쓸한 가사와 담백한 멜로디가 버무려져 사람들에게 어떻게 쉽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는 벨 앤 세바스찬(Belle & Sebastian)이라던가 머지의 클라이언텔(Clientele), 그리고 트램블링 블루 스타즈(Trembling Blue Stars)와 같은 과로 분류하면 편리하겠지만 카메라 옵스큐라는 그 보다 좀더 고전적인 느낌이 강하다고 할 수 있겠다. 과거 자신들이 받았던 영향들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가장 적절한 답안지를 제출한 듯한 느낌을 본 음반에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첫번째 곡에서 로이드 콜에게 자신은 가슴 아파할(즉, 애달파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선포했다. 그러나 정작 카메라 옵스큐라도 지금 이 앨범을 들고 있는 인디팝 리스너들에게 로이드 콜이 물었던 것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도 애달파할 준비가 돼있나요?”
한상철 (불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