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기타리스트 정재열 ‘모래놀이’ 그리움에 관한 가장 재즈적인 보고서 판, 국악적 요소를 가미한 대중적인 재즈 연주
재즈 기타리스트 정재열이 다섯 번째 앨범 ‘모래놀이’를 냈다. 포스트모던 성향의 프리 밥을 선호하는 그는 난해한 재즈 연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팝, 국악적인 요소가 섞인 대중적인 재즈 음반 ‘모래놀이’를 낼 수 있었던 모티브는 바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다.
아내와 네 아이를 타지로 떠나 보낸 ‘기러기 아빠’인 그는 애틋한 그리움이 빚어내는 감성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또 다른 모티브는 바로 ‘우리의 소리’ 인데, 소리꾼 장사익의 구성진 소리에서 국악과 재즈가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는 배웠다고 한다.
타이틀 곡 ‘모래놀이’는 어느 날 걸려온 아내로부터의 전화 한 통 때문에 만들어진 곡이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동네 놀이터에서 홀로 모래를 쌓으며 놀고 있다는 짠한 얘기에 문득 사무치는 그리움과 애틋함이 생겨났고, 그에 따라 떠올려진 이미지가 이끄는 대로 악보를 채웠다고 한다. ‘Home Flight’ ‘Arrival’ ‘이별’ ‘그리움’ 등 수록 곡들의 제목에서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짐작할 수 있다.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베이시스트 이원술과 드러머 벤 볼 등 정재열 트리오의 멤버 외에 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의 참여가 눈에 띈다. 김광민은 이 음반이 가지는 서정적 미학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재즈적인 감성이 십분 묻어나는 솔로를 선보였다. 특히 ‘이별’ 이라는 곡에서 장사익의 구음과 해금 연주자 김애라가 참여해 구슬픈 선율을 들려준다. 묘한 오리엔탈적인 요소가 해외의 재즈 팬들에게도 크게 어필할 수 있을 듯 하다. 재즈적으로 해석한 가요 ‘슬픈 인연’ 역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