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을 수 있거든 잡아보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얼마나 민첩하고 잽싸면 이런 허세를 부리는 것일까? 비록 쫓기고는 있지만 천하태평, 여유만만한 이 주인공은 프랭크 애버네일. 그는 의사, 변호사는 물론 비행기 조종사로도 명함을 내밀었던 인물이다. 그만큼 자신이 원하는 모든 직업으로 자유자재로 변신했던 천재적인 사기꾼. 게다가 문서 위조에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해 수백만 달러 이상의 재산을 모은 시대의 기린아.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했던가? 프랭크의 행적에 수상함을 느낀 FBI 수사관 칼이 그의 뒤를 쫓는다. 천하 제일의 사기꾼과 용의주도한 FBI 수사관의 쫓고 쫓기는 대접전. 그렇듯 진짜같은 가짜 인생을 살았던 한 실존인물의 무용담이 우리의 호기심을 북돋는다. 그렇다면 이 영화를 주목하게 만드는 이유는 뭘까?
우선 영화 , <마이너리티 리포터>에 이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점 때문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내 삶에 빛이 필요했다. 어두운 영화를 연달아 만들었는데, 이 영화는 마치 햇빛 같았다. 다음 영화를 결정하기 전까지 한동안 그런 햇살에 몸 담그고 싶었다”고. 과연 그 바람처럼 이 영화는 그에게 햇살이 될 수 있을까? 게다가 그는 이 영화에 또 다른 시선을 보태고 있는데, 다름 아니라 외피에 드러나는 사기꾼과 FBI 수사관의 추격전에서 벗어나 아버지와 아들의 딜레마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갈 심산이란다. 수많은 영화에서 아버지의 부재와 부권회복을 그렸던 스필버그 감독인지라 흥미를 더하는 대목이다. 게다가 영화의 배경이 1960년대라는 점도 눈여겨보자. 그 시대배경처럼 이 영화엔 우리의 유년기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뭔가가 들어있을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마음을 움직였던 대목 역시 바로 어린 시절의 그 빛바랜 그리움이라는 후문. 스필버그 감독은 이 영화에 자신의 추억을 이식하려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영화 <타이타닉> 이후 한동안 절치부심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돋보인다. 이 영화에서 디카프리오가 맡은 역할은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사기꾼 프랭크 역. 과연 이 영화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또 다른 오아시스가 될 수 있을까? 안심할 만한 사항은 그의 파트너 칼 역에 톰 행크스가 열연했다는 사실이다. 아카데미 2연패에 빛나는 이 노련한 배우가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니, 둘 사이의 매끄러운 하모니와 미묘한 긴장감을 엿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되리라.
그렇다면 이 영화의 음악은? 쉽게 예상할 수 있듯 작곡가 존 윌리암스가 맡았다. 과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존 윌리암스의 그 특별한 우정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늘 한결같은 두 사람의 팀웍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가장 최근에 두 사람이 손을 잡았던 영화는 <마이너리티 리포트>. 그 영화가 두 사람이 함께 한 30년 우정의 결과물이었듯, 이 영화 은 두 사람이 맞닥뜨릴 또 다른 국면의 시작인 셈이다. 1973년 영화 <슈가랜드 특급> 이후 모두 19편에서 서로의 영감을 채워줬던 두 사람. 사실 존 윌리암스가 영화 <지붕 위의 바이올린>를 통해 받은 편곡상을 제외하고, 그에게 아카데미 작곡상의 트로피를 안겨준 것은 모두 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의 조우(遭遇)에서였다. 게다가 그 작품들 거의 대부분이 전 세계를 평정했던 전설적인 블록버스터들이었음에는 물론이다. 하지만 30년 동안 함께 레드 카펫을 걸어오면서 그들에게 언제나 성공과 명예의 팡파레만 울렸겠는가? 그만큼 두 사람은 환희는 물론 쓰디쓴 실패 역시 함께 했다. 어쩜 부부보다 더 질긴 인연이리라.
사실 존 윌리암스의 영화음악은 거의 엇비슷하다. 40년 가까이 되는 영화음악 인생 동안 150편 이상의 작업을 해왔으니, 얼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존 윌리암스가 위대한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마다 그만의 색깔을 불어넣기 위해 애썼다는 사실.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영화 속엔 그가 꼭 들려주고 싶어했던 나름의 테마가 담겨있다. 그 테마를 이해하는 것이 존 윌리암스의영화음악 세계를 조망하는 작업이 아닐까? 어쨌든 이 영화 속 존 윌리암스의 음악을 들으면서 문득 떠오르는 영화가 한편 있는데, 그것이 바로 . 두 영화의 음악이 거의 비슷한 파장을 지녔다. 영화 에서 아버지의 빈자리가 E.T.라는 현명하고 외계인과의 우정으로 채워졌던 것을 기억해보면, 이 영화에서 보여줄 스필버그 감독의 부정(父情)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게다가 곱고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은 이 영화의 배경이 우리 추억 속에 깃든 60년대라는 사실을 다시금 환기시켜주는 듯 하다.
그 존 윌리암스의 영화음악 외에 이 사운드트랙을 채우고 있는 선율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올드팝들이다. 우선 프랭크 시나트라의 감미로운 보컬이 향기를 자아내는 Come Fly With Me를 시작으로, 스탄 게츠의 테너 색소폰, 조앙 질베르토의 기타와 보컬, 거기에 더해진 애스트러드 질베르토의 꿈결같은 목소리, 그리고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의 피아노 연주가 별 빛처럼 스미는 보사노바의 명곡 The Girl From Ipanema, 또한 1930년에 소개된 뮤지컬 에 사용됐던 거쉬인의 명곡 Embraceable You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히로인이자 가수인 주디 갈랜드의 음성을 통해 사랑의 설렘을 토해내고 있고, 크리스마스 때면 더욱 생각나는 고즈넉한 캐롤송이자 영화 <러브 어페어>에선 가수 레이 찰스가 특별 출연해 불러줬던 바로 그 곡 The Christmas Song은 냇 킹 콜의 달콤한 음성을 통해 크리스마스의 온기를 불러일으킨다. 음악에서부터 이 영화가 밝고 유쾌한 영화가 될 거라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다짐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무겁고 암울한 SF 영화를 거쳐 60년대 추억의 유년시절로 발걸음을 돌리는 스필버그 감독. 그의 새로운 도전에 따사롭고 살가운 영화음악이 햇살처럼 내리쬔다.
1. Catch Me If You Can
2. The "float"
3. Come Fly With Me
4. Recollections(The Father's Theme)
5. The Airport Scene
6. The Girl From Ipanema
7. Learning The Ropes
8. Father And Son
9. Embraceable You
10. The Flash Comics Clue
11. Deadheading
12. The Christmas Song
13. A Broken Home
14. Doctor, Lawyer, Lutheran
15. The Look Of Love
16. Catch Me If You Can(Reprise And End Credi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