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일곱 번째 솔로 앨범이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하다. 우리 식으로 계산하면 스팅이 정식으로 발매한 스튜디오 앨범은 이번 앨범까지 모두 여섯 장이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더블 라이브 앨범 BRING ON THE NIGHT(1987)까지 계산에 넣어 이번 작품을 정규 7집으로 보고 있다. 스팅의 앨범에는 이 밖에도 포르투갈어로 낸 EP 앨범 NADA COMO EL SOL과 1996년의 베스트 앨범 FIELDS OF GOLD:THE BEST OF STING, 위에 언급한 <PolyGram Japan>에서 낸 영화 음악 모음 앨범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발매되었던 1997년의 STING AT THE MOVIES 등이 있다).
새로운 천년을 눈 앞에 둔 지금 그 어떤 아티스트도 '밀레니엄'이라는 대주제를 피해가지는 못할 것이다. 빅 아티스트들의 앨범이 쏟아지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스팅 역시 새로운 천년을 '새로운 날(BRAND NEW DAY)'로 상징해 앨범에 담아냈다. 고독과 우수에 차 있었던 과거의 솔로 앨범들과 달리 낙관적이며 긍정적인 사고가 이번 앨범의 전편에 흐르고 있다.
그가 발견한 새로운 천년을 여는 열쇠는 '사랑'. 앨범의 수록곡을 통해 공통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단어다. 통속적인 남녀간의 섹슈얼한 의미에서의 사랑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통해 그 이상의 철학적이며 종교적인 세계관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스팅은 지난해 여름부터 앨범 작업을 시작했는데 이번 앨범은 통상적 곡 만들기 과정과 달리 작곡을 완성해 놓은 상태에서 음악을 듣고 가사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작업했다고 한다. 음악을 통해 연상된 내용을 글로 만들어냈다는 것에서 음악이 만국의 공통 언어임이 입증되고 있다.
솔로 초기 시절부터 함께 해 온 도미니크 밀러(Dominic Miller;기타), 드러머 마누 카체(Manu Katche;드럼)와 비니 콜라이우타(Vinnie Colaiuta) 등이 참여했고, 역시 오래 호흡을 맞춰온 색소폰 주자 브랜포드 마살리스(Branford Marsalis)는 처음으로 클라리넷 연주를 들려주고 있어 이채롭다(역시 그의 음악적 동반자였던 키보디스트 케니 커클랜드는 지난해 세상을 떠나 이번 앨범에 참여할 수 없었다). 이번 앨범에는 이밖에도 새롭게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가 하모니카 연주를 들려주고 있고, 'Handy Man' 제임스 테일러가 보컬 파트에 '카메오'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월드 뮤직 수용하는 실험 정신 담은 새 앨범 BRAND NEW DAY
하지만 가장 이색적인 얼굴은 알제리계 프랑스인으로 프랑스에서 활동중인 라임 뮤직(rhyme music) 가수 셰브 마미(Cheb Mami). <French Virgin> 레이블을 통해 얼마 전 네 번째 앨범 MELI MELI를 발표해 프랑스에서 플래티넘을 기록하고 있는 셰브 마미는 이번 앨범을 통틀어 가장 실험적인 면모가 엿보이는 곡인 Desert rose를 스팅과 함께 불러주고 있는데 스팅과 중동풍의 멜로디가 인상적인 월드 뮤직의 만남은 음악적으로도 상당히 후한 점수를 받을 만 하다. 단지 실험적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음악적으로도 높은 완성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앨범의 두 번째 트랙으로 실려있는 이 곡에서 스팅과 셰브 마미는 각각 영어와 알제리어로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특히 이 곡에서 셰브 마미는 자신의 파트인 아랍어 가사를 직접 썼는데 스팅에 의하면 음악만 들려주고 가사를 쓰라고 했는데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셰브 마미가 만들어낸 가사 내용이 일치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곡은 메인스트림에 속해있는 것은 아니어서 우선 순위에선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는 타이틀 트랙인 대중성 짙은 발라드 넘버 Brand new day에 밀려났다. 아무래도 라디오 방송 등에서는 이런 류의 실험성 짙은 음악에 대해서는 인색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리라(참고로 미국 지역에서는 이번 앨범에서 판매용으로 싱글을 발매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앨범의 문을 여는 트랙인 A thousandyears는 가사 내용이 환생해서도 다시 같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서구식 사고로서는 다소 이색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천년을 이어내리는 사랑을 노래하는 이 곡은 현악기와 같은 느낌을 주는 기타 신서사이저가 사용되고 있다.
Big lie small world는 복잡한 보사노바 리듬을 타고 팝 멜로디가 흐르는 곡이다. 스팅은 이미 전작 MERCURY FALLING(1996)에서 La belle dame sans regrets란 보사노바 곡을 들려준 바 있는데 이번 앨범에 와서는 정통 보사노바에 가까운 곡을 들려주고 있다.
도둑과 공주를 등장시켜 사랑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동화같은 이야기를 다룬 After the rain has fallen은 스팅의 독특한 체취가 묻어나는 록 넘버로 역시 눈길을 끈다.
또 하나 스테이(Ste Strausz)라는 프랑스 여가수의 랩이 이색적인 트랙 Perfect love gone wrong이 눈길을 끈다. 위에 언급한 Desert rose가 영어와 아랍어라는 서로 이질적인 언어로 불려지고 있는 것처럼 이 곡 역시 스팅의 영어 노래와 스테이의 프랑스어 랩이라는 서로 의사 소통이 되지 않는 두 언어가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영어와 프랑스어를 함께 사용한 데는 깊은 계산이 깔려있다고 한다. 이 곡의 내용은 개와 그 주인인 정부(情婦)를 통해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스팅이 노래하고 있는 개는 주인에게 충성스럽고 주인을 사랑하지만 그들 사이에 다른 사람 즉, 주인의 남자가 끼어들자 이를 질투하게 된다. 그런데 주인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개를 향해 야단을 치는 내용이다. 여기서 스팅이 개를 노래하고 있다면 바로 스테이가 주인인 정부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즉, 영어와 프랑스어가 서로 알아들을 수 없듯 개와 그 주인인 사람도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을 표현해주고 있는 것이다. 재지한 분위기의 이 곡에는 피아노와 뮤트 트럼펫이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느낌을 주고 있다.
컨트리 곡으로 시작되어 가스펠 풍으로 변화하며 박자도 복잡하게 바뀌는 Fill her up 역시 재미있는 가사로 되어 있는데 주유소에서 일하던 점원이 아름다운 애인을 데리고 고급차를 타고 온 손님을 보고(바로 이 손님의 역할을 이 곡에서 제임스 테일러가 카메오 식으로 맡아주고 있다) 자극받아 주유소를 털어 라스베이거스로 떠나지만 중간에 천사를 만나게 되고 그 천사로부터 진정한 행복은 훔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줄거리이다.
이밖에도 앨범을 통틀어 가장 감미로운 멜로디를 지닌 Ghost story와 첫 싱글로 밀고 있는 Brand new day 등등의 수작이 앨범을 채우고 있다. 19초짜리 Prelude to:end of the game을 제외하면 실제 수록곡은 모두 아홉 곡이지만(참고로 미국 발매반에는 End of the game이 prelude로 19초만 수록되어 있지만 일본 발매반에는 6분 30초 가량의 풀 버전이 실리게 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앨범은 꽉찬 느낌을 주고 있다. 거기에는 새로운 실험적인 변화를 시도한 스팅의 도전 정신도 한 몫하고 있지만 전에 없이 보컬 파트가 두드러지게 강조되었다는 것도 한 이유일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두고 빅 스타들의 앨범이 러시를 이루게 된다. 에릭 클랩튼, 머라이어 캐리, 마이클 잭슨, 셀린 디온 등등...
이런 거물급 스타들의 앨범은 침체에 빠진 팝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스팅의 앨범은 그 포문을 여는 첫 작품이기도 하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전에 없이 따뜻한 스팅의 시선이 담긴 신작 BRAND NEW DAY. 스팅이 새로운 세기에도 주목받는 아티스트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는 음반이다.
1. Thousand Years
2. Desert Rose
3. Big Lie Small World
4. After the Rain Has Fallen
5. Perfet Love...Gone Wrong
6. Tomorrow We'll See
7. Prelude to the End of the Game
8. Fill Her Up
9. Ghost Story
10. Brand New Day
11. EPK (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