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새벽공기를 가르는 아련한 재즈 스탠다드의 유혹, 한국 최고의 재즈맨들이 그려내는 재즈의 초상 [Day Break]
몇 년 전부터 한국 재즈 신이 눈에 띄게 변화, 발전해나가고 있다. 이 모두 진취적인 마인드를 가진 젊은 연주자들의 출현이 그 원동력이 되었다 할 수 있는데 이번에 첫 데뷔작 [Day Break]를 발표한 ‘포트레이트’ 역시 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포트레이트는 드러머 이창훈에 의해 결성된 재즈 밴드이다. 쿼텟 편성을 하고 있는 포트레이트는 이창훈을 필두로 색소포니스트 김현일, 피아니스트 윤석철, 베이시스트 임대섭 등 스윙한 하드 밥 연주를 추구하는 뮤지션들에 의해 2006년에 결성되었다. 리더인 이창훈은 “섬세하면서도 카리스마가 넘치며, 리듬 커팅이 뛰어나다”라는 평을 듣고 있는 드러머 중 한 명으로 서울 시립대학교 관현악과를 졸업하고 네덜란드로 유학을 떠나 그곳의 왕립 음악원에서 재즈 드럼과 비브라폰을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부터 울산, 용평에서 펼쳐졌던 재즈 페스티벌에 참여하였으며 이노경, 임인건의 앨범에도 참여하며 최근 한국 재즈 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색소폰을 맡은 김현일은 2000년부터 뮤지컬과 각종 가요 세션, 클럽 공연을 하며 활동해온 연주자로 현재 자신의 이름으로 된 쿼텟과 ‘Lush Life’라는 그룹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베이시스트 임대섭은 재즈 아카데미, JASS에서 공부하고 방병조, 임인건, 이노경 등과 연주한 바 있는 인물로 역시 김현일과 함께 ‘Lush Life’에서 함께 호흡을 다져왔다. 윤석철(피아노)은 팀의 막내로 아직 20대 초반이지만 ‘Lush Life’는 물론 LYK 트리오, 신동진 쿼텟 등에서도 연주를 하며 경력을 쌓아왔다. 그는 이번 앨범에 가장 많은 3곡의 자작곡을 제공, 쿼텟의 오리지널티를 더했다. 한편 이번 앨범에는 EBS Space 공감 ‘2007 New Jazz Stars’에 출연하며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허소영이 게스트로 보컬과 작사에 참여하여 포트레이트와 멋진 앙상블을 이룬다. 김현일이 제안하여 명명되었다는 포트레이트라는 이름처럼 이들은 이번 앨범에 서로 가진 다른 음악 색을 하나로 만들며 그야말로 멋진 그림을 완성해내었다.
앨범의 첫 곡은 브라질 음악계의 거장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의 ‘No More Blues’로 드럼과 보컬의 프리스타일 듀엣으로 독특하게 시작된다. 앨범에는 ‘The Song Is You’ ‘I Thought About You’ ‘Spring Is Here’ 등 잘 알려진 재즈 스탠더드들이 선곡되었는데 전통적 방식에 입각하면서도 연주에서는 포트레이트만의 개성적인 컬러로 해석해내고 있다. 한편 재즈 피아니스트 델로니어스 몽크와 긴밀하게 연관된 두 곡 ‘Thelonius’ ‘We See’ 등이 수록되어 있기도 한데 이 곡들은 피아노를 맡은 윤대섭이 몽크를 좋아해서 작곡, 선곡된 것들로 몽크 특유의 스타일을 잘 살려 표현해낸 곡들이다. 앨범에서 가장 돋보이는 곡이라면 윤석철과 임대섭 등 멤버들이 작곡한 자작곡들로, 뛰어난 멜로디 감각이 톡톡히 발휘된 곡들로 꼽아 볼 수 있다. 특히 앨범 타이틀인 ‘Day Break’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곡으로 윤석철의 드라마틱한 편곡과 색채감 넘치는 이창훈의 드러밍이 인상적이다. 허소영의 실키한 보컬을 맛볼 수 있는 4곡의 보컬곡도 필청 트랙!
포트레이트는 본작을 통해 조빔, 캐논볼 애덜리, 몽크 등의 초상은 물론 자신들의 자화상까지 수록, 2007년 재즈계의 전망을 한층 밝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트레이트의 이번 앨범을 접하며 문득 빌 에반스의 명반 [Portrait In Jazz]가 떠올랐다. ‘Portrait’라는 같은 단어 때문이기도 하지만 재미있게도 에반스의 그 앨범에서 연주되었던 ‘Spring Is Here’가 이들의 데뷔작에도 수록되어 있었다. 아무튼 국내에 흔치 않던 밥(Bop)에 입각한 재즈 쿼텟의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활동은 충분히 눈여겨볼 여지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Line-Up
이창훈 : Drums
김현일 : Tenor Saxophone
임대섭 : Contrabass
윤석철 : Piano
허소영 : Voc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