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하거나 울지 않고 우아하게 설득하는 노래를 담은 모던록 그룹 '챔피온스'의 데뷔앨범
국내 인디록의 입지전적인 존재인 델리스파이스와 Puredigitalsilence와 같은 전설적인 노이즈-익스페리멘틀 밴드에서 활동한, 밴드의 프론트맨 양용준의 이질적인 두 가지 경력이 가이드가 될 이번 음반에는 챔피온스의 섬세하고 우아한 멜로디로 Ride나 Charlatans의 초기 음반에서 목격할 수 있었던 사운드 스케이프를 담은 90년대 모던록이 무의미한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우리에게 기타 사운드의 쾌감을 알려준 직선적이고도 분열적인 기타 사운드에 겹겹이 쌓아올린 코러스와 미지의 꿈결 같은 소리들은 자연스럽게 드림팝과 같은 90년대의 유산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이는 음악이란 난데없이 솟아난 하나의 탑이 아니라 이전 세대와의 연관 속에서 쌓여진 구조물임을 깨닫게 한다.
장황한 멜로디의 수식보다 더 설득력를 지니고 있는 여백, 멜로디 못지않게 직관적인 소리의 장점들을 간직한 노래는 좋은 팝송 그 이상의 아름다운 순간을 선사한다. 이 노래들을 듣고 있자면 ‘화창한 날에 가슴이 에려오는’ 경험이 어떤 것일지 알 것도 같다. 그 가운데에서도 “스팽글”로부터 “남하”까지의 믿을 수 없을 만큼 우아한 네 곡의 흐름에 주목하길 바란다. 잠시 다른 일은 모두 내버려 두고 음악에 집중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