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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트리얼, 쇼크록의 대명사 Marilyn Manson (마릴린 맨슨) 이 벌레스크 쇼의 여왕 디타 본 티즈와의 이혼의 아픔을 딛고 4년만에 발표하는 대망의 신보!
[The Golden Age Of Grotesque] 이후 4년간의 침묵을 깨고 발표하는 이번 신보는 평론가들로부터 마릴린 맨슨의 앨범들 중 가장 깊이 있는 예술적 역작이라는 평가와 더불어 첫 싱글의 뮤직비디오 일부분이 노출된 유튜브 동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새 앨범에 대한 대중들의 높은 기대를 여실히 반영한 바 있다.
심플한 리듬에 불안한 느낌의 키보드 연주가 덧입혀진 중독성 강한 첫 싱글 ‘Heart-Shaped Glasses’ 비롯, 깊이 있는 공간감이 돋보이는 ‘If I Was Your Vampire’, 극적인 인트로와 무기력한 상승감이 일품인 ‘Putting Holes In Happiness’ 등 보너스 트랙 포함 총 12곡의 신곡 수록!
마릴린 맨슨이 발표한 가장 깊이 있는 작품
절망을 모티브로 한 마릴린 맨슨의 우울증 치료제
Eat Me, Drink Me
미니스트리(Ministry), 나인 인치 네일스(NIN), 스키니 퍼피(Skinny Puppy), 갓플레쉬(Godflesh ), 피어 팩토리(Fear Factory), KMFDM, 프론트 라인 어셈블리(Front Line Assembly), 람슈타인(Rammstein) 등 오버와 언더를 막론하고 지금까지 수많은 인더스트리얼 뮤지션들이 등장했지만 미스터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처럼 결코 무의미하지 않은 주제를 가진, 모험적이고 실험적인 뮤지션들이 나아갈 길을 제시한 아티스트는 많지 않았다.
아직까지 마릴린 맨슨을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의 허무주의 인더스트리얼을 샘플링 했거나, 계승한 것쯤으로 치부하고 있다면 그것은 시대착오적 오류이다. 사타니즘, 심하게 왜곡된 영웅주의, 철학적인 주제의식이 투영된 락 뮤지션에서 이제 그가 예술에 대한 관심을 실현시키고 있는 걸 보면 그의 음악 레퍼토리가 끊이지 않고 이어질 수 있는 이유를 알겠다.
[Antichrist Superstar] 앨범 이후, 마릴린 맨슨은 위의 M.N.S.G.F.K.F.R.을 다 합친 것보다 어떤 면에서는 반사회적 공동체 집단에게 더 훌륭한 바이블이 되고 있다. 그의 출현은 어두운 미스터리를 쫓는 자들에게, 그들의 악행에 대한 욕망과 추측컨대 금지된 행위를 향한 억제할 수 없는 갈망을 발산하게 만드는 확실한 기반을 제공했다. 물론 나인 인치 네일스와 함께 마릴린 맨슨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하면, 대중성과 실험성 사이의 중간 지점을 찾을 수 없었던 인더스트리얼 음악을 메인스트림으로 확실히 끌어올린 공로라고 하겠다.
마릴린 맨슨의 노래가 라디오 플레이에 어울리지 않게 심하게 왜곡된 전자음과 사타니즘을 내세우는 스타일이더라도 그는 팬들이 그 사실에 별 신경 쓰지 않은 것이란 걸 믿고 있다. 14년전 인더스트리얼의 시대가 도래했을 때, 그것도 아니면 그가 ‘안티크라이스트 슈퍼스타(Antichrist Superstar)’를 선언하고 나왔을 때라면 몰라도 지금 그의 음악이 순수하게 유행과 상관없이 음악자체에 집중하고 있는 이상에는 말이다. 그래서 그의 음악이 락 음반수집가들에게 필수 아이템이 된 것은 당연하다. 그런 그가 드디어 신작을 발표했다. 앨범의 제목은 어떻게 보면 끔찍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Eat Me, Drink Me]이다.
새 앨범 [Eat Me, Drink Me]은 그가 무려 4년 만에 발매하는 정규앨범이라는 점에서 그의 팬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그가 무슨 트렌트 레즈너도 아니고 4년 만에 정규앨범을 발매하다니 팬들로서는 참 오래 기다린 셈이다. 트렌트 레즈너는 5년 간격으로 앨범을 발매했으니 마릴린 맨슨과의 비교는 억지라고 주장할 사람도 있겠지만 4년의 기간은 결코 짧지 않다. 물론 그가 자신의 자화상을 내건 베스트앨범 [Lest We Forget]를 발매했고, 그 기간 동안에 여러 가지 일을 했으며, 쓰라린 경헝까지 거쳤지만 말이다.
롭 좀비(Rob Zombie)에 비견할만한 그의 활동은 가히 전방위적이다. L.A.에 ‘The Celebritarian Corporation Gallery Of Fine Art’이라는 자신의 아트 갤러리를 개관, 그의 예술작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420만 달러를 들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롤(Lewis Carroll)을 모티브로 한 심리 호러 영화(그의 말에 의하면) ‘Phantasmagoria: The Visions of Lewis Carroll’을 제작 중에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활동은 그의 외적인 부분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고, 그는 이혼을 겪은 후 심리적으로 심한 타격을 받은 듯 하다.
디타 본 티즈(Dita Von Teese)와의 결혼생활이 1년 만에 파경을 맞은 것이다. 그 일은 그를 심리적인 공황상태로까지 몰고 갔고, 그것은 정신적으로 엄청난 타격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집을 나와 새 앨범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이 앨범을 들으면 작년에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5월에 발표된 [The Golden Age of Grotesque]가 1940년대 독일의 암울한 시기를 그린 카리스마 넘치는 앨범이었다면 [Eat Me, Drink Me]는 절망감 그 자체이다. 기타리스트 존 5(John 5)의 탈퇴 정도는 그의 음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 같다.
그 극심한 절망감에도 불구하고 마릴린 맨슨의 여섯 번째 정규앨범 [Eat Me, Drink Me]는 여전히 그의 음악적 영역을 겨냥하고 있다. 기이하면서도 거친 락의 영향을 받았고, 허무주의적인 필링을 그리고 있는 드럼 비트와 철학적인 가사, 교묘하게 뒤틀린 노이즈가 있는 히트곡을 가진 앨범 말이다.
기괴하고 한껏 뒤틀려있지만 [Eat Me, Drink Me]는 쉽게 흥얼거릴 수 없는 히트곡을 담고 있다. 앨범 제목 또한, 우울한 그의 경험이 투영된 제목이지만 그는 그의 사생활을 팔면서까지 앨범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앨범은 또한, 그가 그 자신에 대해 숙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앨범이다.
롤링 스톤(Rolling Stone)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수록곡들은 명확하게 누군가를 부추긴다. 나는 사람들이 이 앨범을 내 인생을 담아서 판매를 늘이기 위한 촉진제라고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동시에 이 앨범은 내가 누구이고 어떤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들려주고 있다. 이 앨범에서 진정한 가수가 되길 원했다. 정말 진지하며 계산되지 않고 전혀 가공되지 않은 신선(Raw)한 것이다. 말 그대로 내가 예전에 비해 한심하게 됐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걸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우울증과 절망감과 더불어 마릴린 맨슨의 새앨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악적 조력자는 [The Golden Age of Grotesque] 앨범부터 호흡을 맞추었던 팀 스콜드(Tim Skold)이다. 팀 스콜드는 마릴린 맨슨과 더불어 새앨범의 프로듀싱 작업을 맡았고, 기타와 베이스, 키보드 파트까지 소화하는 멀티플레이어이다. 팀 스콜드의 이력은 참 흥미로운데, 스웨덴 출신으로 글램/슬리지 메틀 밴드 샷건 메시아(Shotgun Messiah)의 베이시스트와 보컬리스트를 거쳤고, KMFDM의 핵심멤버로 활동하면서 인더스트리얼 계에서는 알아주는 뮤지션으로 통하고 있다. 한편으로 그는 스웨덴 인더스트리얼 음악의 선구자적인 존재로 평가받기도 한다. 팀 스콜드와 완벽한 한 쌍을 이루어 제작된 마릴린 맨슨의 새앨범 [Eat Me, Drink Me]이 전체적으로 절망감과 내면의 갈등을 표출하고 있을지 몰라도 역시 그의 다른 작품들과 함께 인더스트리얼의 교과서로서 손색이 없음은 물론이다.
마릴린 맨슨의 언급대로 이 앨범은 그의 싱잉(Singing)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면서 인더스트리얼 음악의 이지리스닝(Easy Listening)이 가능하다고 말해도 놀랍지 않을 정도로 이지적이며 감상적이다. 한편으론 초기 시절의 선언적이고 거친 면모, 그리고 파괴적인 사운드는 보이지 않을지라도 깊이 있는 예술적인 작품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그의 비참한 허무주의적 필링은 멜로디와 기계적인 비트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Just a Car Crash Away’에서 잘 나타나고 있으며, 그의 현재 연인 에반 레이첼 우드(Evan Rachel Wood)에게 영감을 얻은 싱글 ‘Heart-Shaped Glasses(When the Heart Guides the Hand)’는 그가 발표한 가장 성숙하고 놀라운 곡이다. 이 곡의 불길하며 서사시적인 키보드 연주는 심플한 리듬과 묘한 대비를 이루며 마릴린 맨슨의 감성적인 측면을 극대화하고 있다. 깊이 있는 공간감을 전달해주는 ‘If I Was Your Vampire’와 극적인 인트로의 무기력한 상승감이 일품인 ‘Putting Holes in Happiness’도 이 앨범의 필청곡들이다. 앨범의 또 다른 수록곡들도 마릴린 맨슨의 팬이라면 버리기 아까운 컬렉터스 아이템임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이 앨범 자체는 마릴린 맨슨의 슬프고도 우울한 본질을 그려내고 있다. 따라서 그러한 사람들이 연관되어 있는 감정을 그려내며, 그들에게 위안을 제공할 수 있다. 이 앨범을 제작했을 때, 마릴린 맨슨의 상실감은 그의 완벽한 음악적 하이라이트를 이루는데 강력한 계기가 되었고, 아이러니컬 하게도 그의 팬들에게는 그의 불안정한 내면이 강력한 우울증 치료제가 되고 있다. 이 정도면 [Eat Me, Drink Me]는 충분히 희망적이다.
글 / 권범준 (2007. 5. 8)
- 음악웹진 MPLUG 기자 www.mplu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