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골든 글로브 시상식 때부터 예견된 것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올 아카데미 뮤지컬, 코미디 부문 음악상을 수상한 것은 의외의 일이었다. 아니, 그보다는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 대한 할리우드의 찬미와 사랑이 음악상 부문에까지 영토 확장을 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유는, 영화와 별개로 해서 사운드트랙만을 보면 호들갑을 떨만큼 눈부시거나 생동감이 느껴지진 않기 때문이다. 물론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의 질감을 고스란히 반영한 고?스럽고도 장중한 맛은 높이 평가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주제가 되는 특정한 멜로디 라인이 없기 때문에 사운드트랙을 전체로 놓고 보면 귀에 명징하게 꽂히는 음악은 없다. 그리고 이 <셰익스피어 인 러브>와 경쟁한 다른 영화 음악 목록이 너무나도 쟁쟁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아카데미 음악상 부문을 독식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뮬란(Mulan)>과 <벅스 라이프(A Bug's Life)>, 그리고 그 디즈니를 향해 용감무쌍하게 선전포고를 한 <드림워크스>의 장중한 애니메이션인 <이집트 왕자>까지 정말이지 근래에 보기드믄 팽팽한 각축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영화들의 음악이 더할 나위 없이 드라마틱하고 아기자기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 피튀기는 경쟁 속에서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게 수상의 영광이 돌아갔으니, 작곡가 스테픈 워벡(Stephen Warbeck)의 앞으로의 행보는 조금은 더 화려하고 바빠지지 않을까?
영화뿐 아니라 연극 무대와 TV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누비며 그 재능을 헌사하고 있는 스테픈 워벡은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그 존 매든 감독과 '97년에 손잡았던 영화 <미세스 브라운(Mrs. Brown)>으로 우리에게 소개된 젊은 작곡가이다. 로얄 셰익스피어 컴퍼니와 로얄 내셔날 시어터의 무대에서 일한 경력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스테픈 워벡의 장기는 시대극이 지니는 고전적이고도 클래식적인 감각에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캐네스 브래너 감독과 콤비를 이루며 셰익스피어 단골 작곡가로 낙인찍힌 패트릭 도일(Patrick Doyle)과 비교해, 원기왕성한 젊은 작곡가답게 셰익스피어 시대를 재해석하는 감각이 남다르다는 점은 높히 평가될 부분이다. 특히, 이 사운드트랙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랙으로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A time for us나 Kissing you에 비견되는 사랑의 테마인 The de lessep'd dance라던가, 음악계의 최고의 소프라노인 캐서린 보트(Catherine Bott)의 허밍이 내밀한 떨림을 전해주는 The play & the marriage, 혹은 이 사운드트랙에서 가장 긴 트랙으로 셰익스피어의 희곡이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십이야'로 넘어가며 종결되는 The end와 같은 곡들은 충분히 황홀하고 가슴저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역시 스테픈 워벡이라는 젊은 영국 작곡가에게 생애 최고의 영광의 순간은 조금 일찍 찾아왔다는 생각이다. 그는 앞으로 더욱 높히 올라갈 일만 남은 작곡가이기 때문이다.
[글 : 권영 (GM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