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노래를 곧잘 했던 로라 브래니건이 음악 비즈니스 계에 입문케 된 직접적인 동기는 아무래도 고교 시절의 합창단 활동과 연계된 뮤지컬 배우에의 꿈 때문이었던 것 같다. 고교 졸업 후 2년제 연극 학교에 진학해 수학했지만 막상 전문 뮤지컬 배우에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1980년대가 가까워 오면서 브로드웨이마저도 쇠퇴의 일로를 걷고 있던 터라 단역 자리 구하기도 쉽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중 캐나다의 음유 시인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의 유럽 투어 백 보컬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그녀의 인생은 바뀌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가수의 길에 접어들게 되었다.
유럽투어 후 뉴욕에 돌아와 클럽에서 노래하는 무명 싱어 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음반 제작자의 눈에 띠어 전격 스카웃 되어 음반 녹음 작업에 들어갔다. 1982년 발표한 데뷔 앨범 BRANIGAN에 수록된 Gloria가 공전의 빌보드 차트 2위라는 수훈을 세우며 대 히트를 기록해 그녀는 순식간에 인기 스타가 되었다. 유난히 리메이크 곡과 인연이 깊은 그녀의 처녀 히트작 Gloria는 사실 이미 이탈리아 가수 움베르토 토지(Umberto Tozzi)에 의해 불려져 크게 히트한 곡. 또한 무명 시절의 마이클 볼튼(Michael Bolton)이 선사한 파워 발라드 How am I supposed to live without you로 차트 12위까지 올랐고 비음 섞인 독특한 창법에 곧게 뻗는 3옥타브의 고음 창법을 여지없이 뽐낼 수 있었다. 덕분에 팻 베나타(Pat Benatar)와 킴 칸스(Kim Carnes)의 뒤를 잇는 최고의 여성 솔로 싱어로 급부상하게 된 것이다.
1984년 발표된 3집 앨범 SELF CONTROL 앨범에서는 동명 타이틀곡이 차트 4위까지 진출하는 크게 히트했다. 금상첨화의 미모와 글래머러스한 몸매까지 그녀의 인기에 한 몫 했고 The lucky one 같은 후속 싱글의 연이은 히트로 1980년대 중반까지를 풍미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MTV와 결탁한 비주얼 계열의 댄스 가수들에 밀려 다소 부진을 면치 못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이 시련기를 해치고 나갈 수 있게 한 견인차가 된 싱글이 바로 Power of love이다. 이미 제니퍼 러시(Jennifer Rush)에 의해 히트했고 호주 출신의 듀오 에어 서플라이(Air Supply)나 셀린 디온(Celine Dion)의 리메이크 곡 또한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이 곡이 1987년 싱글 차트에서 크게 히트함으로 해서 그녀는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한 것이다.
지금은 두문불출한 모습이지만 이 베스트 앨범을 통해 당시를 돌아볼 수 있어 좋다. Ti amo, Spanish Eddie 같은 히트 넘버들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보통의 베스트 앨범이 한 두 곡의 B 사이드 곡이나 미발표 싱글(신곡)을 수록하는 관례를 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볼 때 그런 면에서의 아쉬움은 남는다.
[글: 양중석(GM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