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최고의 기대주로 떠오른 스테이시 오리코의 셀프 타이틀 앨범. 16세의 나이로 이미 자신의 데뷔앨범 [Genuine]을 빌보드 Heatseekers 차트 1위에 올리며 5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바 있다. 첫 싱글 'Stuck'로 새로운 거물급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역시 가수는 가창력! 하지만 미모에 작곡 능력까지 겸비한 방년 16살의 재능 만점 신인 여 가수 스테이시 오리꼬
각각 1980년 그리고 1981년 생인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처음 등장한 1999년 당시와 비슷한 현상이 2003년 5월 다시 재현되고 있다. 그리고 중심에는 주역으로 꼽히는 두 여성 보컬리스트 켈리 클락슨(Kelly Clarkson)과 스테이시 오리코(Stacie Orrico)가 있다. 전자가 작년 여름 거행된 [American Idol] 이벤트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한다면, 스테이시의 경우 지난 2000년에 출시한 데뷔 앨범 [Genuine]으로 풍성한 종교적 영감과 호소력 넘치는 보컬 테크닉 그리고 음악적 완성도를 선보여 이미 업계 관련 인사들로부터 막강 기대주로 꼽힌 바 있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꼼꼼하게 챙겨 듣는 잡식성 취향의 팝 팬이 아닌 바에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존재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녀의 등장이 참신하고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는지도 모르겠다.
5월 17일 자 [빌보드] 팝 싱글 차트를 살펴보자. 켈리의 데뷔 앨범 [Thankful]에서 커트 된 업 비트 댄스 넘버 'Miss Independent'가 핫 샷 데뷔 하면서 61위에 오른 데 반해, 스테이시의 오버그라운드 데뷔 싱글 'Stuck'의 경우, 별도의 판매용 싱글 발매 없이 에어플레이 수치 만으로 바로 그 뒤를 이은 65위에 당당히 랭크 되어 있음이 놀랍다. 1986년 3월 3일 생이니 아직 16살 밖에 안 된 소녀의 목소리라 믿기 힘들 원숙미와 파워풀 한 가창력을 선보인 채로 말이다. 이는 그녀의 소속사 [버진] 레코드에 있어서도 큰 경사다. 재닛 잭슨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싱글 히트 아티스트를 보유하지 못한 그들의 아킬레스 건을 든든하게 감싸줄 신성의 등장이기 때문이다.
팝 팬들에게 '제2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로 읽히는 그녀, 스테이시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본명은 Stacie Joy Orrico. 요즘 그리 드문 일은 아니지만, 그녀 역시 피부색이 희다. 음악만 듣고 흑인 소녀이겠거니 오해했다면, 앨범 재킷이나 인터넷 자료를 통해 확인되는 그녀의 빼어난 미모에 다시 한 번 놀라야 할 것이다. 음악 비즈니스 계 인사 아버지 딘(Dean) 그리고 현재 스테이시의 로드 매니저 일을 맡아보고 있는 어머니 패티(Patty)가 모두 이탈리아 계 혈통을 가지고 있다. 위로 오빠와 언니가 한 명씩 있고 아래로는 쌍둥이 동생이 둘 있으니 뭘 해도 든든할 음악 대가족이다. 워싱턴 주 시애틀에서 태어났고, 현재는 컨트리와 CCM의 메카로 꼽히는 테네시 주 내쉬빌에 거주하고 있다.
가수 데뷔를 준비하느라 10대 초반부터는 가정 학습과 인터넷 학습을 병행해 오고 있고, 어려서부터 휘트니 휴스턴,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로린 힐, 크리스탈 루이스(Crystal Lewis), 빌리 홀리데이, 엘라 핏저럴드(Ella Fitzgerald), 머라이어 캐리와 같은 노래 잘 하는 여가수의 음악을 즐겨 듣고 또 따라 부르며 꿈을 키웠다. 마침 근 20년 가까이 크로스오버 CCM 계 최고의 남성 솔로 아티스트로 군림 중인 마이클 W. 스미스(Michael W. Smith)의 매니지먼트 사 [Rocketown Club] 일에 깊이 관여하고 있던 아버지 덕에 그 시기가 앞당겨 지기는 했지만, 결코 우연이나 행운은 아니었다. 꿈을 좆아 정진하는 재능 있는 소수에게 주어지는 당연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고작 12살 나이에 콜로라도 주에 위치한 [Estes Park]에서 거행된 [Praise In The Rockies] 세미나 겸 콘서트에 참가한 스테이시는 그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 부설 행사로 진행중인 신인 발굴 이벤트에 응모했었다. 그런데 예상치도 않았던 대상 상패가 그녀에게 수여되었고, 더욱이 좋았던 것은, 이 일이 [ForeFront Records]사의 A&R 실무 실력자 에디 데가모(Eddie Degarmo)로 부터 전격적인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 견인차가 된 일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 뜻밖의 제안에 냉큼 승낙하거나 혹은 거절하려 들지 않았다. 자기뿐 아니라 가족들의 삶까지도 자기로 인해 크게 바뀔 지 모른다는 심사숙고가 이어졌다. 결국 그녀는 평소 즐겨 듣던 크리스털 루이스의 음반을 꺼내 턴테이블에 걸어 놓은 채 생각에 깊이 잠겼다. 그러던 중, 'For Such A Time As This'의 가사가 유독 그녀의 귀에 꽂혔다.
“For such a time as this, isn't it much too great a risk? (중략) But if I turn away, how will I know what I have missed? Have I waited all my life for such a time as this?” 부분이 전에 없이 와 닿은 것이다. 이것이 신이 내린 계시라 믿은 그녀는, 과감히 도전해 보기로 맘을 바꿔 먹었다.
그 후 2년 간, 작곡 및 발성 공부에 매진했고 또 스튜디오에 칩거하며 음반 작업에 열중했다. 그 결과 선보여진 데뷔 앨범 [Genuine]은 [빌보드] 지의 'Heatseekers Chart'에서 당당 1위 자리에 올랐다. 앨범 판매고도 단박에 3십 만장을 넘어섰고, 결국에는 [R.I.A.A.] 인증 골드 디스크를 수여 받게 되었다. 기독교의 메시지를 전하는 하이브리드 록/힙 합 밴드 디씨 토크(dc Talk)의 앨범에 관여한 테드 T.(Tedd T.), 마크 하이머만(Mark Heimermann) 그리고 무키(Michael-Anthony “Mooki” Taylor) 등이 기꺼이 곡을 선사하고 프로듀스 파트에 조력했다. 그녀 역시 기독교 신앙에 근거한 음악을 선보이는 까닭에, 혹여 있을지 모르는 편견을 깨기 위해 더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세상의 우상(팝 스타)들을 헛되게 쫓지 말라는 가사를 담은 첫 싱글 'Don't Look At Me'가 경쾌한 곡의 분위기만큼이나 그녀의 앞길을 밝히 열어주었다. [CHR] 팝 차트에서 연속 8주간이나 정상에 올라 명실상부한 2000년 CCM계 최고 히트 곡으로 자리 매김 되었다. 질병으로 고생하는 친구를 생각하며 만든 'Dear Friend'는 마이클 W. 스미스가 프로듀서 역을 자청하고 피아노까지 연주해준 애절한 발라드 넘버. 2001년에는 데스티니스 차일드 그리고 데이빗 포스터가 발굴한 CCM 보이 밴드 플러스 원(Plus One)의 투어에 동행했고, [MTV] 채널에 소개되면서 10대 팬들의 열띤 지지가 이어졌다. 크리스천 음악인에게 최고 권위를 지닌 음악 시상식 [도브 시상식(Dove Awards) 2001] '신인상', '올해의 작곡가' 그리고 '올해의 노래' 부문 후보에 오르는가 하면, 직접 단에 올라 축하 공연을 펼쳤다. 그뿐인가. 타이틀 트랙 'Genuine'의 뮤직 비디오는 [빌보드 뮤직 시상식] 후보에 거론되었다. 2001년 말에는 성탄 앨범 [Christmas Wish]를 출시했고, 이와 관련해 가진 투어의 수익금 중 5만 5천 달러를 [Make-A-Wish Foundation]에 기부하는 선행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그녀의 인기는 전국구의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기본적인 자질이나 음악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법! 그런 의미에서 그녀의 야심 찬 행보가 더더욱 돋보이는 셀프 타이틀 2집 앨범 겸 정식 메이저 데뷔 앨범 [Stacie Orrico]가 더더욱 돋보인다 하겠다. 마돈나, 마이클 잭슨, 보이스 투 멘 등과 손잡은 바 있고 TLC와 핑크 등을 스타덤에 올린 명 프로듀서 댈러스 오스틴(Dallas Austin)이 프로듀스 한 첫 싱글 'Stuck'이 앞서 언급했듯, 차트 상에서 아주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시작이 좋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부르는 핑크의 음악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싱글은 제대로 된 남자친구를 사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머라이어 캐리, 타이리스(Tyrese), B2K, 베이비페이스, 브라이언 맥나이트, 휘트니 휴스턴,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과 팀워크를 맞춰 온 프로듀싱 유니트 언더도그스(The Underdogs)는 어쿠스틱 R&B 넘버 '(There's Gotta Be) More To Life'를 만졌다,. 마이어(Mya)의 프로듀서로 활약했던 덴트(Anthony Dent)는 통통 튀는 R&B/힙 합 댄스 넘버 'Bounce Back'을 선사했다. 보다 공격적으로 나서 '올 한 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노라.'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팝 발라드의 귀재 다이앤 워렌(Diane Warren)이 곡을 쓰고 언더도그스가 프로듀스 한 'I Promise'는 너무나 매력적인 히트 예감 발라드 넘버다. 에이미 그랜트(Amy Grant), 코코 리(CoCo Lee)와 손잡았던 데인 드빌러(Dane Deviller)는 미드 템포 잼 넘버 'Instead'를 빛냈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이 아름다운 호소력 만점 발라드 'Strong Enough'는 본 앨범에서 가장 돋보이는 곡 중 하나이면서, 스테이시 홀로 완성해 낸 곡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1집 시절 그녀를 물심양면으로 도운 이들을 잊은 것은 절대 아니었다. 테드 T.는 매력적인 트렌디 R&B 트랙들인 'Security', 'I Could Be The One', 'Maybe I Won't Look Back' 그리고 'Hesitation'에 이름을 올려 반함 없는 조력자임을 천명했다. 무키 역시 'Tight'를 혼자 알아서 작곡, 연주, 프로듀스 하는 우정을 과시했다. 앨범 마지막에 자리한 미드 템포 곡 'That's What Love's About'에서는 스테이시와 공동 작곡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노파심에서 말해두지만, 화려한 게스트 진을 들여 R&B에 기초한 팝 사운드를 다양하게 펼쳐 보인 스테이시의 소포모어 앨범에서 가장 관심 깊게 가져야 할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뛰어난 재능과 목소리임을 간과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사뭇 격이 다른 팝 아이돌 스타를 만나게 된 것 같아 뿌듯하다.
[글 : 양중석]
1. Stuck
2. More To Life (There's Gotta Be)
3. Bounce Back
4. I Promise
5. Security
6. Instead
7. Hesitation
8. Strong Enough
9. I Could Be The One
10. Maybe I Won't Look Back
11. Tight
12. That's What Love's Ab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