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다 음반 판매량의 주인공 스위트박스의 모든 것을 빈틈 없이 집약한 완벽 컬렉션!!신곡 'Tour De France' (히트 예감!!!), 미발표곡 'In The Corner', 'Heartbreaker', 'Fly Away', 히트곡 'Don't Push Me' * 'Life Is Cool' * 'Everything's Gonna Be Alright-Reborn' * 'Addicted' * 'Killing Me DJ' * 'Trying To Be Me' * 'Here Comes The Sun' * 'I'll Be There' * 'Read My Mind' * 'For The Lonely' * 'Superstar' * 'Cinderella' * 'Chyna Girl'… 2006 월드컵 공식 한국 응원가 'The Winner Takes It All' 그리고 리믹스 버전, 라이브 트랙, 크리스마스 곡 등 총 50곡이 수록된 진정한 소장가치 100% 베스트 앨범
스위트박스가 선사하는 가장 친숙하고 풍성한 선물 보따리! Sweetbox – Greatest Hits (2007)
어느 팝 라디오 프로그램의 담당 PD가 지나가듯 말했다. “스위트박스 틀면 청취율 올라가요.” 이는 우리나라에서 스위트박스를 이해하는 가장 분명한 말일 것 같다. 록과 팝, 클래식을 히트에 유리한 방향으로 추출하는 데 익숙한 스위트박스의 음악은 록 마니아들이 환호하는 진지하고 심각한 음악, 팝 마니아들이 몰표를 던지는 트렌디한 음악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룹은 빌보드나 UK 차트의 우선 순위 권에서, 혹은 명반 리스트에서 찾기 어려운 가수에 속한다. 하지만 ‘미국적이지 않은’ 스위트박스는 스타다. 휴대전화 컬러링, 싸이월드 미니홈피, 각종 블로그 및 광고에서 쉽게 만나는, 우리 생활과 꽤 가까이에 있는 친근한 가수다.
모든 대중음악이 유명한 차트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제한된 차트는 세상의 모든 음악을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세계는 넓고 음악은 풍요로우며 무대는 다양하다. 스위트박스는 대규모의 국제적인 음악 시장이 미국과 영국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인지했으며, 그룹이 상정한 ‘틈새’는 생각보다 굉장히 넓었다. 대중음악 마케팅의 틈새시장을 비집은 그룹은 정통을 사유하는 대신 가장 범용적이고 현실적인 노선을 택했고, 마치 1970년대 활동했던 보니 엠처럼 미국보다는 유럽을 비롯해 대만,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 등 아시아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일례로 그룹은 해마다 꾸준히 내한 공연을 가졌고, 지난 해에는 [Live In Seoul]이라는 제목을 가진 라이브 앨범까지 나왔다.
팀이 유지되는 방식도 경제적이다. 독일 출신의 프로듀서 지오(GEO)는 1995년 솔로 프로젝트의 형식으로 데뷔했다. 본격적인 앨범 작업에 돌입했을 때 단 한 명의 여성 보컬 티나 해리스(Tina Harris)를 불렀고, 그녀의 목소리를 입힌 ‘Everything’s Gonna Be Alright’을 발표했다. 선뜻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 해도 누구나 익숙하게 흥얼거릴 수 있는 멜로디에 적당한 비트가 출렁이는 곡은, 바흐의 ‘G 선상의 아리아’를 메인 선율로 깔아놓고 흑인의 감각적인 보컬과 랩을 토핑했다. 낯설지 않은 재료로 밀착감 높은 싱글을 완성한 것이다. 성공적이었다. 팝과 클래식의 결합은 계속되었다. 단, ‘Everything’s Gonna Be Alright’ 이후 스위트박스는 중요한 윤색을 거치게 된다.
1990년대부터 활동하며 에이스 오브 베이스, 바나나라마 등을 프로듀스했고, 컬처 비트, 팔코 등의 음악을 믹스해온 사운드의 베테랑 지오는, 그룹에게 필요한 것은 하이 퀄리티를 담보하는 ‘정통’과 ‘인원’이 아니라 ‘쉬운 접근’이라는 것을 일찍부터 간파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음악의 난이도를 낮추고, 이와 함께 접근의 문턱을 보다 낮추기 위해 새로운 보컬리스트를 기용했다. 티나 해리스가 가졌던 흑인풍의 깊고 소울풀한 힘 대신 덜 무겁고 더 맑은 팝의 목소리를 가진 제이드 빌라론(Jade Villalon)이야말로 적역이었다. 2001년의 앨범 [Classified]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제이드의 호흡을 유지하고 있는 스위트박스는 여전히 2인조 체제로 운영된다.
제이드 빌라론과 함께 스위트박스의 ‘2막’이 시작되었을 때, 팝과 클래식의 결합은 보다 두드러졌다. 그리그의 ‘페르귄트 조곡’ 중 ‘솔베이지의 노래’를 인용한 ‘Trying To Me Be’,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가져온 ‘Lacrimosa’ ‘Liberty’가 있었다. ‘Somewhere’는 바흐의 ‘아베 마리아’의 한 대목과 일치했다. 그리고 가장 많은 리퀘스트를 예약한 곡은 파헬벨의 ‘캐논’을 입힌 ‘Life Is Cool’이다. 이 같은 합리적인 절충의 작업은 작년까지 지속됐다. 앨범의 타이틀과 같은 제목을 가진 ‘Addicted’는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의 선율을 가져왔다. 샘플을 적극적으로 쓴 후 성공한 바와 같이 그룹은 만인을 자극할 수 있는 ‘대중적인 음악’의 핵심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Don’t Push Me’ 같은 댄스에도 거스름이 없었고, ‘Killing Me DJ’ 같은 편안한 감상용 트랙도 가뿐하게 소화했다.
[Classified](2001), [Jade](2002), [Adagio](2004), [After The Lights](2004), 그리고 지난해 발표한 [Addicted]까지, 2000년대를 제이드와 함께 시작한 스위트박스는 숨가쁘게 앨범을 발표하며 바쁜 일정을 보냈다. 활동하는 사이사이 국내를 비롯한 대만, 일본 등지에서 다양하게 편집 앨범을 발표했는데,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내 소개된 2005년의 베스트 앨범이다. 2000년대부터 새롭게 편성된 그룹의 체제를 확실하게 굳히는 의미로 ‘Everything’s Gonna Be Alright’을 제이드가 노래한 새로운 버전으로 실었다. ‘Reborn’이라는 부제를 동반하는 2005년의 버전은 ‘Everything’s Gonna Be Alright’가 이전의 티나 해리스가 아닌, 이제 제이드의 소유가 되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2007년, 스위트박스는 가장 익숙한 선물을 다시 한 번 선사한다. 2000년대의 성과를 집약한 베스트 앨범으로, 지난 앨범을 하나씩 꺼내는 수고를 덜어주는 실속 있는 에센셜이다. 세 장으로 구성된 풍성한 앨범은 일단 히트곡 퍼레이드로 시작한다. 우리의 일상과 각종 매체에서 만나왔던 스위트박스의 멜로디와 비트를 몰아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두 장의 디스크를 통해 그룹의 디스코그라피를 망라하는 한편, 마지막 장에는 다양한 비정규 작업을 모았다. 국내에 공개되지 않은 비사이드 앨범 [Raw Treasures Volume 1]의 수록 곡이 담겨 있고, 2005년의 라이브 트랙도 기다리고 있다.
그룹이 유지해온 합리적인 노선을 풍성하게 펼쳐놓은 앨범, 그리고 활동과 성과를 압축한 세 장짜리 베스트 앨범은 스위트박스가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새삼 깨닫게 한다. 인터넷이 본격화된 이래 음악 시장은 어딜 가나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거꾸로 스위트박스는 2000대의 지독한 불경기를 제대로 돌파했다. 음반만으로 상당한 판매고를 올렸고, 모바일과 인터넷 시장을 평정했다. 해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시장의 범위를 좁히고 타깃을 분명하게 설정한 스위트박스는 품격이나 품위를 자랑하는 대신, 익숙한 선율과 함께 춤 추기 좋은 비트를 활용해 쉽고 친근하며 부지런한 음악을 들려주었다. 대중음악이란 일상과 밀착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일깨우면서.
[글 : 이민희(매거진 프라우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