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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빌보드 앨범 차트 4위, UK 앨범 차트2위 핫샷 데뷔!
위풍당당한 어둠의 미학! 포스트-펑크 대표 밴드 INTERPOL 2007년 새 앨범 [OUR LOVE TO ADMIRE]
뉴욕 출신의 4인조 포스트-펑크/스페이스 록 밴드 인터폴은 2002년 데뷔 앨범 [Turn On The Bright Lights]로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의 재림’이라는 평가와 함께 평단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으며, 2004년에 그들의 실력을 다시금 입증하는 뛰어난 수작인 2집 앨범 [Antics]를 발표하여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인터폴은 사운드의 핵을 쥐고 있는 대니얼의 리버브와 에코를 적신 드론 노이즈 기타 사운드와 이언 커티스의 음색과 비교되는 폴 뱅스의 낮고 음울한 보컬이 결합하여 장대한 비장미를 발산하는 음악으로 많은 열혈 팬들을 확보해왔다. 인디록 씬을 평정한 인터폴이 올해 마타도어 레이블에서 캐피톨 레이블로 새 둥지를 옮겨서 메이저 데뷔작인 새 앨범 [Our Love To Admire]를 발표하였다.
새 앨범에는 청자를 압도하는 육중한 기타 리프와 키보드로 서막을 여는 <Pioneer To The Falls>와 스트레이트한 록 넘버인 첫 싱글 <The Heinrich Maneuver>, 서정적인 슬로우 트랙 <Rest My Chemistry> 등 총 11곡의 긴장감 넘치는 음울한 멜로디와 무드를 지닌 매혹적인 록 음악이 담겨 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인터폴의 메이저 데뷔라니. 허나 아주 예상 못한 바도 아닌 것이, 지난 [Antics] 때 이미 사실상 내용물은 메이저라고 생각했었다. 데뷔작은 분명 화제작이었고 충분히 그럴 이유가 있었지만, 두 번째 앨범은 그 화제 뒤에 숨지 않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나온, 인디(의 정겨운) 때를 완전히 벗은 작품이라 보다 범속한 대중을 상대로 하더라도 충분히 말이 되는 게임이었다. 그리고 그 자신감과 위엄 그대로 세 번째 앨범 [Our Love to Admire]을 완성하였다. 이번에는 마타도어(Matador)가 아닌 캐피톨(Capitol) 레이블에서다.
밴드 결성 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휴가를 만끽했던 이들이 스튜디오에 모이자마자 다시금 보란 듯이 노래 보따리를 척척 채워 넣은 3년만의 새 앨범에서 가장 처음 맞아들인 변화는 키보드를 추가한 것이라고 관련 매체 자료들에선 일제히 밝히고 있다. 대니얼(케슬러 Daniel Kessler, 기타)은 키보드를 자칭 ‘제5의 멤버’라고까지 추켜세우며 이번 앨범이 보다 표정이 많아졌다고 자랑하지만,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들어보면 무대를 마구 휘젓고 다니는 수준은 절대 아니고 어디까지 제5의 ‘백업’ 멤버로서다. 텍스처 상으로 분명히 키보드의 추가는 경우의 수를 늘려주었을 것이 분명하지만, 그 경우의 수에 현혹당하지 않고 여전히 그들은 강력한 기타 기반의 록 밴드로 남아주었다.
뭐 당연한 일이겠지만, 대니얼이 있는 한 인터폴의 사운드는 기타가 매스터마인드인 형태에서 크게 변할 수 없을 것이고, 또한 그러기를 팬들 또한 바라지 않으리라. 하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폴 뱅스(Paul Banks, 보컬)의 스타일은 점점 더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이나 이언 커티스(Ian Curtis)의 이름 없이도 껄끄럽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 이것은 조금 흥미로운 점인데, 어느 날 갑자기 그의 목소리가 이언 커티스를 벗어 던지고 무슨 파리나무십자가 합창단원을 들쳐 업은 게 아니라면, 이는 우리의 귀가 더 이상 그와 같은 연관을 관건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일종의 학습의 결과라 봐야 할 것이다. 혹은 그의 끈질긴 설득이 우리를 납득시켰다고 봐야 할까. 물론 에디터스(Editors) 같은 밴드와 함께라면 이 두 팀의 보컬색은 여타의 아티스트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조이 디비전의 사정거리 안에 있는 ‘편’이지만, 언제까지나 이들을 그 이름표 아래 묶어두는 것은 그들의 ‘노래’를 전혀 들어줄 생각이 없다는 옹고집에 다름 아닐 것이다.
[Our Love To Admire]는 기존의 인터폴 앨범들의 경우와 비슷하게 서두르지 않고 첫 문을 여는 쪽을 택하여, <Pioneer to the Falls>는 <Untitled>와 <Next Exit>의 전통을 이으며 천천히, 그러나 위풍당당하게 시작한다. 그러나 이 곡을 비롯하여 그 다음 곡인 <No I in Threesome>에서도, 역시 폴 뱅스의 가사는 - 이제는 그의 고유 스타일이 된 - 선문답에 가까운 폐쇄적인 언어유희를 펼쳐 보이며 소통의 가능성을 극단적으로 제한한다. (어떤 이들은 <No I in Threesome>의 경우 유치한 타이틀이란 반응마저 보이기도 한다.) 한때 잡지 ‘인터뷰’의 필진이었고 그 자신 음악 외에 하고 싶은 일이 아주 많으며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한 그 일부라 밝힌 바 있는 폴이지만 유독 그의 가사의 주종을 이루는 것은 말하자면 이런 스타일이다. 그렇기에 지난 [Antics] 앨범의 <Take You on a Cruise>라든가 [Turn on the Bright Lights]에서의 <NYC>, 그리고 이번 앨범의 <The Lighthouse>처럼 비교적 분명하게 상황이 전달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더욱 빛이 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이 난 김에, 이 앨범의 마지막 곡 <The Lighthouse>는 인터폴의 의외의 단면을 보여주는 새로운 단초가 될 만하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밴드 스스로가 이번 앨범을 들을 때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 영화음악 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와 존 배리라고 하는데, <The Lighthouse>의 경우는 아예 노골적으로 한동안 <Spaghetti Western>이란 가제를 달고 있었다고 한다. 아무리 음악적 핵을 쥐고 있는 대니얼은 영감을 얻기 위해 말 그대로 매일 한 편씩 꾸준히 영화를 보며 박물관도 자주 찾는다지만(그래서 이번 앨범 재킷 이미지가 탄생?) 이런 식의 의식적인 노동관이라니, 역시 먹물들은 로큰롤을 하기에 부적합한 족속이 아니냐며 성토할 인터폴 적들을 또 한번 자극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데뷔 때부터 지속되어온 이들 적들의 태도를 바탕으로 인터폴에 대한 모종의 혐의가 계속 제기되더라도, 꼭 한번씩 이들은 이런 곡으로 마음을 움직여줄 때가 있어서 마술사처럼 그 덫을 빠져 나오곤 한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다.
첫 싱글 <Heinrich Maneuver>는 대표적인 뉴욕 출신인 그들이 “서해안 쪽은 지내기 어때?”라고 물어보는 가사로 시작하는 통에 엉겁결에 나름 유머를 인정받는 트랙으로서, 이혼 혹은 결별을 떠올리게 할 만한 심상들 덕분에 대니얼이나 폴의 개인사와 연결 지어보려는 시도도 있는 모양이지만, 이에 대해 밴드는 함구하면서 각자의 해석을 마음껏 펼쳐보시라며 깍쟁이처럼 물러난다. 어쨌든, [Antics]의 첫 싱글 <Evil>이 인디 출신 록 넘버로서는 당시 꽤 히트했던 상황을 어느 정도 재현할 만한 유사한 성격이라 볼 수 있으며, 이 말은 즉 라디오 용 록 넘버로 튜닝되어있는 곡이라는 뜻이다. 이와 유사한 감흥을 <Who Do You Think?>가 반복적인 가사의 리듬을 잘 살리면서 이끌어내는데, 인터폴로서는 보기 드물게 대중적인 스트레이트한 록 넘버라 다소 의외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반복해 듣는 동안 중독자 인생의 서글픈 한 단면을 담아낸 <Rest My Chemistry>와 그 못지않게 심금을 울리는 <Wrecking Ball>, 그리고 첫 곡 <Pioneer to the Falls>와 맨 끝 곡 <The Lighthouse> 등 이번 앨범에서의 슬로우 트랙들에 주목하게 되었다. 물론 인터폴의 강점은 이들 특유의 꽉 짜인 긴장감 조성 능력으로 인해 비트 있는 트랙에서 더 빛나는 게 사실이지만 그 곡들, 그러니까 <No I in Threesome>, <Heinrich Maneuver>, <Mammoth>, <All Fired Up>(이 곡은 리듬 탓인지 희미한 프란츠 퍼디난드의 그림자가 어리기도 - 아 글쎄, 인터폴에 웬 그루브^^) 등의 곡들과 상기 슬로우/서정적 넘버들이 서로 갈마들면서 보여주는 빛과 그림자, 땀과 한숨의 콘트라스트는 앨범의 실질적인 호흡을 이루고 있기에, 이전보다 훨씬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느낌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특히 밴드가 그토록 의미 있게 생각하는 건반 도입이 빛나는 부분이 바로 이 슬로우 넘버들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지금까지 이뤄놓은 인터폴의 모든 자산이 비로소 구체적인 이윤을 내기 시작한 지점으로 현재를 파악한다면 다소 실례가 될까. 항간에는 이번 앨범 재킷 이미지를 두고 표절이다 아니다 잡음도 있는 모양이다. 공교롭게도 LA 자연사박물관의 같은 장면을 앨범 재킷으로 채택한 인터폴과 올라 포드리다(Ola Podrida) 사이에서 팬들은 혼란스러워하기도 하고 일부는 분통을 터뜨리기도 하는 모양이다. (인터폴보다 올라 포드리다의 앨범이 선행 발표된 터라 분위기가 미묘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캐피톨이나 인터폴 당사자들의 반응은 아직 접해본 바 없다. 데뷔했을 때도 업계 게임에 이상할 정도로 침착하게 착착 잘 대응해나갔던 이들이니 본격적인 대형 게임판에 접어든 지금 그것이 갑자기 흔들리거나 위기에 봉착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이제는 자신들에게 최적화 되어있는 매니아들만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니 그들 스스로가 진화하는 동시에 이전에 지향하던 영역 너머까지를 설득해야 하는 숙제가 있을 거라는 예상은 충분히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영리하게 잘 처신해왔으니 이들에게도 복안은 있으리라. 그것이 적중하느냐는 나중의 문제이고.
아참, 그리고 네 명이 처음부터 거의 매니페스토마냥 굳건하게 지켜왔던 정장 수트 스타일은 여전히 변화가 없다. 아무렴, 그래야 진정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는 법. 물론 이 네 명 중 최강의 열혈 댄디즘 신봉자 카를로스(Carlos D, 베이스)는 최근 콧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지만. (웃음)
Interpol are:
대니얼 케슬러 Daniel Kessler (g)
폴 뱅스 Paul Banks (vo, g)
카를로스 D Carlos D (b)
샘 포가리노 Sam Fogarino (dr)
Interpol discography:
[Turn on the Bright Lights] (2002, Matador)
[Antics] (2004, Matador)
[Our Love to Admire] (2007, Capitol)
[글 : 성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