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의 윔블리, 태양의 서커스 퀴담을 연상케하는 스케일의 거대한 무대에서 공연하는 핑크의 최신 곡 에서, 에 이르는 20곡을 생생한 라이브로 감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혹시 핑크를 모르는가? “이 공연을 보는 순간 핑크의 팬이 된다”에 올인! “지금 당장 포털 사이트에 'Wembley' 'Fingers' 같은 검색어를 입력해보면 그 충격적인 동영상이 잽싸게 뜬다. 'Fingers'를 노래하는 핑크는 가수이자 댄서이며 공중곡예사가 된다. 거추장스러운 겉옷을 벗으며 결국 비키니로 시작하는 'Fingers'는 성적인 긴장감 속에서 사도 마조히즘이 무대의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다. 채찍이나 사슬 대신 그물을 써서 아찔한 SM의 상황을 연출한다. 그물에 갇히기도 하지만 결국 그물을 타고 승천할 때는 감탄의 언어를 연발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수영복 이벤트는 마지막까지 계속된다. 공연의 마무리 단계에 와서 비키니에 이어 하이키를 입고 'Get The Party Started' 'Sweet Dreams'를 이어 부르며 또 한 번 장관의 서커스를 보여준다. 또 한 번 하늘을 훨훨 날아다닌다. 바닥보다 천장 가까이에 붙어 있는 위태로운 자세로도 여전히 고른 호흡으로 노래하고 있다. 확실히 핑크는 건강하다. 게다가 걱정스러울 만큼 겁이 없다.!”
핑크 스타일
명예의 전당 윔블리에 핑크도 다녀갔다. 지난해 네 번째 앨범 < I'm Not Dead >(2006)를 발표한 후 유럽 투어를 가졌던 핑크가 마침내 당도했던 가장 중요한 현장이다. 잠깐 무대를 기다리는 풍경이 스친다. 대망의 공연을 준비하는 상기된 얼굴이 보인다. '쌩얼' 말이다. 늘 짙은 화장에 익숙했는데 예쁘다, 아름답다의 차원을 넘어 참 좋은 얼굴을 가졌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어쩌면 핑크는 분홍빛 공주가 될 수도 있었다. 그 좋은 얼굴에 아름다운 메이크업을 하고 긴 머리를 늘어뜨리며 데뷔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일반화된 미의식을 의도적으로 부정하고 등장했다.
여성미를 의식적으로 거부한 핑크에게, 허스키 보이스의 수준을 넘어 씩씩한 목소리를 가진 그녀에게 우리는 정형화된 아름다움보다 변칙적인 음악을 기대하는 것에 익숙했다. 음악은 확실히 접근성이 높았다. 진지한 록도 화사한 팝도 아닌 어느 지점에서 핑크는 아주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그러나 튼튼하고 건강한 사운드를 선보였다. 일단 환경이 좋았다. 훌륭한 조력자들이 함께했다. 많은 톱스타들을 배출한 알앤비 레이블 '라페이스'의 후광을 업고 데뷔한 데 이어 첫 번째 앨범에는 베이비페이스, 두 번째 앨범에는 포 논 블론즈 출신의 린다 페리, 세 번째 앨범에는 랜시드의 팀 암스트롱이 참여했다.
동반자들을 일일이 열거하기는 벅찬 일이다. 당대 스타 여자 가수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그 유명한 노래, 차트의 톱은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을 그 노래, 영화 <물랑 루즈>의 사운드트랙 'Lady Marmalade'만 떠올려도 벌써 마야,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릴 킴이 동원된다. 이게 바로 핑크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성적인 이미지를 부정한 가수이지만 이단아로 규정되지 않았다. 어디에도 속할 수 있었고, 전혀 다른 장르의 사운드 전문가들과 매끄럽게 호흡해왔다. 네 장의 앨범에 담긴 음악은 거칠고 사나웠지만 젊음과 생생함이 기저에 있어 탄력적이었고, 어딘가에 속박되지 않는 자유의 사운드인 동시에 장르의 관습에 함몰되지 않도록 적절한 균형을 유지했다.
그런 핑크의 음악은 한 가지 색깔이 아니었다. 컬러풀했다. 이어서 영상으로 만나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해보면, 진짜로 풍부한 색감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거대한 공연장에서 핑크는 스스로가 가진 다양한 면면을 거침없이 공개한다. 늘 그래왔던 대로 피어싱을 하고 군복에 가까운 복장을 하고 상식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완강하게 거부하는가 하면, 때때로 실크 드레스 혹은 미니 스커트를 입기도 한다. 더 나간다. 수영복 패션도 있다. 폭주족으로 분하기도 한다. 그런핑크는 스타일리시한 뮤지션이다. 하지만 패션의 아이콘 같은 개념은 아니다. 다채로운 음악을, 라이브로 만나는 궁극의 음악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로 패션이 존재한다. 2006년의 윔블리, 그 거대한 무대에서 공연하는 핑크를 찬란한 패션을 통해 이해해 보기로 한다.
긴 머리 핑크
네 번째 앨범을 발표한 후 이루어진 투어라 < I'm Not Dead > 수록곡이 가장 많다. 4집 레파토리 중에서 가장 이색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곡은 단연 첫 번째 싱글 'Stupid Girls'이다. 짧은 머리에 익숙했으나 뜬금없이 장발의 가발을 쓰고 등장했다. 값이 꽤 나가 보이는 선글라스도 착용했다. 그리고 호피무늬 코트를 입었다. 아주 시크한 차림새다. 노래가 진행되자 '핑크답게' 가발을 던져버리고 선글라스를 벗어버린다. 그리고 욕망으로 가득 찬 무희의 팽팽한 가슴을 '건드린다.' 그 자체로 뮤직 비디오 하나 건질 수 있을, 이야기가 살아있는 연출이다. 노래의 제목이 말해주는 대로 속물 여성에 아마도 비호감일 핑크의 성향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드레스를 입은 핑크
핑크도 아름다움을 아는 여자다. 그래서 때때로 이브닝 드레스를 입기도 한다. 하지만 셀린 디온이나 머라이어 케리 같은, 그들에게 그리 어렵지 않을 디너쇼 분위기의 주도자 노릇을 하지 않는다. 'Family Portrait' 'Dear Mr. President' 'Nobody Knows'와 더불어 포 논 블론즈의 그 유명한 넘버 'What's Up'을 부를 때, 착용한 특별 의상보다 깊은 가창력이 더 두드러진다. 드레스보다 아름다운 대상은 무드 있는 노래에 제대로 몰입하는 가수다.
폭주족 핑크
오토바이를 탔다. 'U + Ur Hand'를 부를 때, 완벽한 폭주족이 된다. 특유의 불량한 이미지를 가장 극단적으로 집약한 경우다. 하지만 막 나가지 않는다. 핑크는 좋은 목청을 가진 록커이며, 오랜 시간을 투자한 운동으로 다져진 훌륭한 육체의 소유자이다. 도로의 무법자 이미지를 가져온 다음, 그 이미지에 걸맞는 파워풀한 보컬과 함께 기량의 댄스를 선보인다. 'Stupid Girls'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노래에 집중하는 한편 음악에 의미를 부여해 멋진 무대를 구성할 줄 아는 '탤런트'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미니스커트 핑크
'18 Wheeler' 'Don't Let Me Get Me' 'Leave Me Alone'을 부를 때 짧은 치마를 입었다. 솔직히, 그리 귀엽거나 예쁘지는 않다. 공연의 후반부를 염두에 두고 활동의 경제성을 상정한 복장이라고 말해야겠다. 대부분 공연은 후반으로 갈수록 에너지가 상승하기 마련이고, 뛰고 달리며 노래하려면 가벼운 복장일 때 훨씬 유리할 것이다. 폭이 넓은 짧은 스커트를 입고 핑크는 가뿐하게 무대를 장악하고 있다.
핑크의 수영복
지금 당장 포털 사이트에 'Wembley' 'Fingers' 같은 검색어를 입력해보면 그 충격적인 동영상이 잽싸게 뜬다. 'Fingers'를 노래하는 핑크는 가수이자 댄서이며 공중곡예사가 된다. 거추장스러운 겉옷을 벗으며 결국 비키니로 시작하는 'Fingers'는 성적인 긴장감 속에서 사도 마조히즘이 무대의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다. 채찍이나 사슬 대신 그물을 써서 아찔한 SM의 상황을 연출한다. 그물에 갇히기도 하지만 결국 그물을 타고 승천할 때는 감탄의 언어를 연발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수영복 이벤트는 마지막까지 계속된다. 공연의 마무리 단계에 와서 비키니에 이어 하이키를 입고 'Get The Party Started' 'Sweet Dreams'를 이어 부르며 또 한 번 장관의 서커스를 보여준다. 또 한 번 하늘을 훨훨 날아다닌다. 바닥보다 천장 가까이에 붙어 있는 위태로운 자세로도 여전히 고른 호흡으로 노래하고 있다. 확실히 핑크는 건강하다. 게다가 걱정스러울 만큼 겁이 없다.
바지 입은 핑크
공연장의 풍경은 비슷비슷하다. 소극장이든 윔블리 같은 꿈의 구장이든, 악기가 세팅되어 있는 무대, 무대에 열광하며 휴대폰과 디카로 그 순간을 담는 사람들 등등어딜 가나 똑같다. 하지만 이 고정된 틀을 다르게 만들어주는 것은 언제나 그래왔듯 무대의 중앙에 선 뮤지션의 몫이다. 공간적 배경의 포스에 걸맞는 화려한 무대를 선사하고, 자신이 가진 다채로운 색깔을 펼쳐놓기도 하지만, 가장 익숙한 복장을 하고 익숙한 제스처로 노래할 때야말로 온전한 핑크, 그리고 확고한 음악적 정체성을 확인하는 순간일 것이다. 군무에 가까운 각이 잡힌 안무를 보여주는 'God Is A DJ', 누워서도 천연덕스럽게 노래하는 'Just Like A Pill'를 만날 때, 우리가 핑크로부터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상기시킨다. 우리는 단지 굵고 튼튼한 음악을 원할 뿐이다. 그 건강함이야말로 핑크 음악의 가장 명료한 핵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