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음악은 그의 오래된 지우(?) 안젤로 바달라멘티가 맡았다. 하지만 그보다는 이 영화로 데이빗 린치의 새로운 동료가 된 뮤지션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데이빗 린치와 뗄래야 뗄 수 없던 줄리 크루즈라든가, 크리스 아이작 대신, 진보적이고 과격하다 못해 공격적인 하드코어 그룹이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심상치않게 만들어준다.
우선 선댄스 출신인 앨리슨 앤더스 감독의 <쉐드와 투르디(Gas Food Lodging)> 영화 음악을 담당했을 뿐 아니라, <올리버 스톤의 킬러(Natural Born Killers)>에서 Hungry ants를, 그리고 <모스 사이드 스토리>의 음악을 통솔한 배리 아담스의 이름이 눈에 띈다. 뭔가 일어날 듯 말 듯 음울하면서도 잔뜩 긴장하게 만드는 안젤로 바달라멘티의 음악이 주술처럼 와 닿는다면, 배리 아담스의 음악은 훨씬 강렬하고 직접적인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그뿐만이 아니다. 데이빗 린치는 이 영화를 위해 인더스트리얼 그룹 나인 인치 네일스의 본체인 트렌트 레즈너와 손잡고 그에게 사운드트랙 프로듀서를 맡겼다. 트렌트는 이미 영화 <올리버 스톤의 킬러>의 사운드트랙 프로듀서뿐 아니라, Burn, Something I can never, A warm place를 통해서 기계음과 소음, 그리고 노래라기 보다는 절규에 가까운 보컬로 일상에서의 탈출을 부추겨 준 바 있다. 그뿐인가 ? <크로우>에서 Dead souls를, <세븐>의 오프닝 크레디트에 The happiness slavery를 덧붙여 놓은 바 있는 만큼, 까마귀로 부활한 ?? 혹은 연쇄살인범의 발걸음으로 피범벅이 되어 있는 곳마다 그의 노래는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이 영화 속에서 주제곡 격인 The perfect drug와 중간중간 살인 충동을 일으키는 듯한 도발적인 선율을 들려주는 그 트렌트 레즈너와 그가 자신의 레이블 <Nothing>을 통해 앨범을 내주기도 했던 마릴린 맨슨 역시도 Apple of sodom과 영화 <천국보다 낯선>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었던 스크리밍 제이 호킨스의 I put a spell on you를 리메이크하고 있다. 파괴 본능을 부추기는 것만 같은 이 괴상망칙하면서 공격적인 마릴린 맨슨의 사운드에 덧붙여 트렌트 레즈너와 작년 순회 공연도 함께 했던 데이빗 보위의 노래 역시 그 궤도를 같이 하고 있는데, 그가 95년에 발표한 앨범 Outside에 수록된 I'm deranged가 사운드트랙의 포문을 여는 동시에 끝마무리까지 해내고 있기 때문. 그 앨범 Outside는 엽기적인 살인 아이디어로 구성된 컨셉트 앨범으로, 그 앨범 속에 수록된 The hearts filthy lesson은 앨범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지는 영화 <세븐>의 클로징 시퀀스를 덧붙여주기도 했다.
그 외에도 스매싱 펌프킨스의 Eye, 그리고 루 리드는 드리프터즈의 추억어린 60년도 히트곡 This magic moment를 그 특유의 읊조림으로 독특하게 리메이크하고 있고, 독일 출신의 하드코어 그룹인 램스타인의 노래 2곡도 놓치지 말아야할 선택. 그리고 앞서 소개했던 뮤지션들의 음악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있는 보사노바의 대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Insensatez가 그 충격적인 리듬 한가운데 작은 쉼터를 제공한다. 금속성이 잔뜩 묻어나는 영화음악. 가학적이면서 한편 그로테스크한 음악들이 얽히고 설키면서 신비로운 여정으로 우리를 잡아끈다. 고속도로 는 환하게 뚫렸다. 음악을 듣다가 길을 잃지 않게 조심해야겠다.
1. I'm Deranged (Edit) - David Bowie
2. Videodrones; Questions - Trent Reznor
3. The Perfect Drug - Nine Inch Nails
4. Red Bats With Teeth - Angelo Badalamenti
5. Haunting And Heartbreaking - Angelo Badalamenti
6. Eye - The Smashing Pumpkins
7. Dub Driving - Angelo Badalamenti
8. Mr. Eddy's Theme #1 - Barry Adamson
9. This Magic Moment - Lou Reed
10. Mr. Eddy's Theme #2 - Barry Adamson
11. Fred And Renee Make Love - Angelo Badalamenti
12. Apple Of Sodom - Marilyn Manson
13. Insensatez - Antonio Carlos Jobim
14. Something Wicked This Way Comes (Edit) - Barry Adamson
15. I Put A Spell On You - Marilyn Manson
16. Fats Revisited - Angelo Badalamenti
17. Fred's World - Angleo Badalamenti
18. Rammstein (Edit) - Rammstein
19. Hollywood Sunset - Barry Adamson
20. Hierate Mich (Edit) - Rammstein
21. Police - Angelo Badalamenti
22. Driver Down - Trent Reznor
23. I'm Deranged (Reprise) - David Bow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