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주인공, 일본 기타팝의 자존심, 클래식과의 접목을 시도한 올해 최고의 화제작인 Quruli (쿠루리)의 7번째 정규앨범
일단 이 작품은 지금까지의 쿠루리의 작품의 흐름 안에서도 매우 특이한 작품이며 나중에 그들의 대표작으로서 자리잡을 작품이며 또 동시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에 선, 새로운 쿠루리의 출발점이 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쿠루리의 지금까지 역사의 흐름을 풀어가며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본 작품이 지금 현재의 록, 팝 씬에 있어서 얼마나 특이한 내용을 가진 작품인가, 어떤 의미에서 뛰어난가 하는 관점으로 이야기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렇게 이야기함으로써 쿠루리라는 밴드가 지금까지 무엇을 해 왔으며 앞으로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하는 사실도 더 확실히 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본 작품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곡이 있습니다. 쿠루리의 앨범은 모두 그렇지만 곡이 진행됨에 따라 앗! 하고 느낌표가 붙을 듯한, 팝의 기성개념을 초월하는 다양한 음악의 변주가 섞여 있습니다. 그 일그러지고 꼬인 감각이 바로 쿠루리의 특징으로 이번 작품에서도 그 특징은 여전합니다만 이번 작품은 그런 표면적인 특징 아래로 더욱 깊고 큰 쿠루리의 본질 그 자체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언어로 표현하기에는 무척 어렵습니다만, 본 작품을 들은 여러분은 이미 그것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순수한 기쁨과 같은 감각, 즉 음악을 들을 때만 느끼는 그 독특한 ‘낙관성’과 같은 것입니다. 그리운 곳에 다시 찾아간 것 같은, 그러면서도 최종 목적지에 드디어 도달한 것 같은, 하지만 사실은 자기 옆에 언제나 있었던 것 같은 감각과 냄새. 마치 “그러니까 괜찮아”, “기대도 괜찮아”, “또 걸어갈 수 있어” 하고 모든 음이 이야기 해주는 것 같은, 의미나 정의를 넘어선 음악의 긍정의 힘. 이 앨범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곡이 담겨있지만 모든 곡의 공통점은 그런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감각은 과거 쿠루리의 작품에도 몇몇 곡의 멜로디 안에서 볼 수 있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깊게, 전면적으로 보여준 것은 이 앨범이 처음입니다. 쿠루리에게 있어서의 음악의 본질, 키시다 시게루의 머리 속에 있는 그대로의 음악의 모습을 이 앨범에서는 일절 타협하지 않고 표출하겠다는 큰 이상(理想) 아래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 이상(理想)에 입각한 기쁨이 소리들은 하나 하나 흘러 넘쳐 앨범 전체를 감싸고 있습니다. 음악에 대한 큰 이상이 강한 의지를 불러 일으켜 그 의지가 기쁨을 낳고 그 기쁨이 음악을 감싼다는 행복한 순환이 이 앨범을 몇 겹이나 둘러싸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걸작 앨범이라 하는 것은 반드시 이런 행복한 순환 아래 만들어집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직선적인 노력의 결과만으로는 음악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쿠루리가 이번 작품에서 어떻게든 실현시키고 싶어했던 것은 음악 그 자체가 몸소 기적을 보여주는 차원에까지 도달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을 들으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들이 거기에 도달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분명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지금까지 록 밴드로서의 날카로움, 뒤틀림, 그리고 멤버 교체에 의한 불안정한 긴장감 등에 의해 좋든 나쁘든 음악성을 어느 정도 규정시켜 그 제한 안에서 독자적인 스타일을 세우고 포지션을 확립해온 그들에게 있어서 그 틀을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비전을 행하기 위해서는 용기도, 계기도, 그리고 힌트도 필요했을 것입니다. 분명, 10년 간의 활동을 망라한 베스트 앨범을 발표하고 자신들의 업적을 되돌아본 일이 다음 단계로 향하는 용기를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 서포트 드러머가 빠지고 기타리스트의 오오무라 탓신이 탈퇴하면서 쿠루리란 상황에 맞추어 변형하며 지속해온 형태로서의 록 밴드가 아니라 키시다와 사토 두 사람 안에만 존재하는 확고한 무언가라는 강한 확신을 가지게 된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키시다의 안에 잠들어 있던 클래식 음악에 대한 흥미가 다시 불타오른 일, 이것이 큰 힌트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2006년부터 이번 작품의 제작 직전에 걸쳐 이런 일들이 동시진행으로 일어남으로써 쿠루리는 필연적으로 다음 단계를 향하여 걷기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멤버의 탈퇴 이야기나 작년 베스트 앨범 이야기를 여기에서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는 것 같으므로 클래식 음악이라는 힌트가 이 작품에 끼친 영향에 대하여 조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그렇다고 박학다식한 이야기나 기술적인 면이 아닌 본질의 이야기 입니다.
들으시면 아시겠지만 본 작품이 딱 들어서 클래식의 영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현악기 파트가 많이 추가 되어 있지만 양적으로는 소위 보통 팝 편곡의 범위 내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번 작품의 사전정보로써 본인들의 발언도 포함하여 [클래식의 영향]이라는 키워드가 크게 부각되었지만 그것은 스타일이 아닌 좀 더 깊은 부분에 관한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멜로디와 리듬입니다. 이번 작품의 멜로디는 지금까지 쿠루리의 작품에 비교하면 오히려 현격하게 팝에 가깝습니다. 알기 쉽고 직설적입니다. 하지만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팝이 된 것이 아니라 팝의 근원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어디까지 돌아갔느냐 하면 클래식에 까지 돌아간 것 입니다. 현재 팝의 뿌리는 블루스나 컨트리입니다. 그 블루스나 컨트리의 뿌리는 전쟁 전의 재즈이기도 합니다. 그 전쟁 전 재즈의 멜로디 루트는 유럽 각 지방의 전통 음악을 수학적인 음계와 앙상블로 바꿔가며 도입하여 조직화한 말하자면 소위 ‘클래식 음악’입니다. 결국 클래식은 팝 뮤직의 원조 같은 것입니다. 클래식이라고 하면 복잡한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이나 세련된 연주기술 등을 곧장 떠올리시겠지만 멜로디라는 시점에서 보면 학교 수업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였던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의 멜로디가 뇌리에 박혀있는 것처럼 굉장히 보편적이며 팝적인 것입니다. 이번 작품에서의 멜로디는 키시다 시게루가 이런 시점에서 클래식을 듣고 거기에서 힌트를 얻어 자신 내면의 이미지를 가능한 한 보편적인 음악으로 변환하려고 한 결과 만들어진 것입니다. [브레멘], [쥬빌레], [연인의 시계]등의 곡이 팝 이상의 팝으로 직설적인 멜로디를 가지고 현재 록 팝 신의 멜로디와는 다른 차원의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이 글의 서두에서 저는 [그리운 곳에 돌아간 것 같은, 그러면서도 최종 목표한 곳에 드디어 당도한 것 같은, 하지만 사실은 자기 옆에 언제나 있었던 것 같은 감각과 냄새], [의미나 정의를 넘어선 음악이 가진 긍정의 힘]이라고 언급했는데, 그것은 클래식을 통해 한번 더 [보편적인 멜로디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과 부딪히면서 생겨난 것입니다.
리듬에 관해서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록, 팝의 리듬은 규칙이 정확해 알기 쉬운 육체적 리듬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생략되고 삭제되는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그에 비해 클래식의 리듬은 홀수박자나 변박자, 혹은 그들의 배합처럼 매우 복잡하고 관념적입니다. 실제로 클래식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표현할 수 있는 풍부한 내용이 있습니다. 쿠루리의 이번 작품에는 거의 모든 곡이 홀수박자나 변박자로 짜여져 있습니다. 록이나 팝이 갖는 리듬의 친숙함을 없애거나 망가뜨리지 않도록 곡의 깊은 곳에 그런 리듬을 담아 놓았습니다. 그럼으로써 보편적인 8비트나 16비트로 엷어져 버린 뉘앙스나 감정을 듬뿍 담아내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멜로디나 각 악기의 음색도 호흡이 자유로워지고 보다 풍부하게 들리게 되는 것입니다. 키시다 시게루가 말한 클래식의 영향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본질적인 것입니다.
한 곡 한 곡에 대한 분석 같은 것은 적지 않겠습니다. 어느 곡이든 귀를 기울이거나 흥얼거리는 것 만으로 그 모든 것이 전해져 올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키시다와 사토, 그리고 서포트 드럼의 냣키는 4개월간이나 클래식의 고향인 빈과 파리에서 외국인 스텝과 함께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으니까요. 이 앨범은 쿠루리가 10년간의 악전고투 끝에 겨우 도달한 명백한 최고 걸작입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순수한 기쁨으로써의 음악, 세상의 긍정으로써의 음악, 우리들이 무엇보다도 음악을 정말로 신뢰해도 된다고 할 수 있는 증거로써의 음악을 이 팝 신에 낳아 준 것에 감사하고 싶은 기분입니다. 분명 이 음반을 들은 당신도 그러시겠죠?
1. ハイリゲンシュタッド (Heiligenstadt)
2. ブレーメン (Bremen)
3. ジュビリー (Jubilee)
4. ミリオン・バブルズ・イン・マイ・マインド (Million Bubbles In My Mind)
5. アナーキー・イン・ザ・ムジーク (Anarchy In The Musik)
6. レンヴェグ・ワルツ (Rennweg Waltz)
7. 恋人の時計 (Cloct)
8. ハム食べたい (Schinken)
9. スラヴ (Slav)
10. コンチネンタル (Continental)
11. スロウダンス (Slowdance)
12. ハヴェルカ (Cafe Hawelka)
13. 言葉はさんかく こころは四角 (Triangle)
14. (Bonus Track) ブルー・ラヴァー・ブルー (Blue Lover Bl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