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미국사회를 비틀즈의 음악으로 재조명한 뮤지컬 영화
[Across The Universe – Music From The Motion Picture]- O.S.T
반전과 평화, 자유와 사랑 등 60년대 미국 사회를 관통한 코드를 그 시대 대중문화의 상징인 비틀즈의 음악으로 재조명한 뮤지컬 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Across The Universe)!
뮤지컬 '라이온 킹(The Lion King)'으로 여성 최초로 토니상 연출상을 수상한 줄리 테이머가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에서는 1963년부터 1969년까지 발표됐던 비틀즈의 고전 16곡이 쭉 펼쳐진다
영화 속 주드 역의 짐 스털게스(Jim Sturgess)와 루시 역의 에반 레이첼 우드(Evan Rachel Wood)가 직접 부른 ‘Across The Universe’, ‘It Won’t Be Long’, 스크린에 깜짝 등장하는 U2의 보노가 참여한 ‘I Am The Walrus’,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1969년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낳은 슈퍼스타 조 코커(Joe Cocker)가 부른 'Come Together' 등 총 16곡의 비틀즈 음악 수록!
비틀즈의 음악은 영원불멸의 유산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가수들이 비틀즈의 곡을 다시 노래했다. 리바이벌이나 리메이크 횟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지겹도록 비틀즈 레퍼토리는 돌고 돌았다. 비틀즈가 해체된 지 정확히 37년이 지났음에도 그들의 음악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이 비틀즈의 음악이 명곡인 동시에 진짜 예술인 이유다.
비틀즈 노래를 사운드트랙으로 쓴 2001년 영화 '아이 앰 샘(I Am Sam)'은 당시 국내에서도 많은 이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영화 자체가 감동이었지만, 사실 영화의 감동을 두 배로 이끈 힘은 바로 비틀즈의 음악에서 비롯되었다. 한 평론가는 시대가 변해도 비틀즈 관련 음반은 최소한의 판매량이 보장된다고 말한다. 그만큼 비틀즈의 음악은 무한 감동의 연속이다.
최근 비틀즈의 곡을 뮤지컬 영화음악으로 각색한 'Across The Universe'의 사운드트랙도 그래서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예고하고 있다. '아이 앰 샘'의 배경음악이 에이미 만, 사라 맥라클란, 닉 케이브 등 다양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수록하고 있는 반면, 이 음반은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목소리를 통해 달라진 비틀즈의 곡을 들려준다.
이 같은 장치를 위해 3명의 프로듀서들이 앨범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엘비스 코스텔로, 로스 로보스, 카운팅 크로우스 등의 앨범 프로듀서로 유명한 티 본 버넷(T Bone Burnett)과 미국의 영화음악 작곡가 엘리엇 골덴샬(Elliot Goldenthal)과 티스 고흘(Teese Gohl)이 웅장하고 스펙터클한 스코어와 뮤지컬 타입의 곡을 지휘했다. 이렇다 보니 다양한 사운드를 담았다기 보다는 트랙마다 동일한 성향의 '컨셉트 앨범'이 탄생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여러 가수들이 따로 따로 리메이크한 기존의 비틀즈 뒤집기 앨범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9월 10일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초연된 이 영화는 일종의 시대극인 동시에 로맨스를 다룬 작품이다. 때는 바야흐로 1960년대. 영국 리버풀의 부두 노동자 출신인 주드는 아버지를 찾아 미국 뉴욕으로 향한다. 뉴욕의 그린위치 빌리지로 간 주드는 룸메이트 맥스와 친해지고 그의 여동생인 루시를 만난다. 그리고 그 둘은 금세 사랑에 빠진다. 때마침 맥스가 월남전에 차출되자, 주드와 루시는 반전운동에 동참한다. 그 와중에 벌어지는 고뇌와 사랑 이야기는 이 영화의 핵심 테마로 자리한다. 남자 주인공 주드 역은 짐 스털게스(Jim Sturgess)가 맡았고, 여주인공 루시 역은 에반 레이첼 우드(Evan Rachel Wood)가 열연한다.
그 무렵 미국은 베트남전으로 인한 반전 시위와 디트로이트 폭동에 의해 촉발된 인권 운동 같은 거대한 시대적 이데올로기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었다. 거기에 몬테레이 페스티벌과 우드스탁 페스티벌 같은 젊음의 록 축제를 거치면서 기성체제를 부정하는 청춘들의 저항은 극에 달했다. 그들의 행동은 곧 로큰롤이었고 로큰롤은 결국 그들의 의식마저 뒤바꾸었다. 반전과 평화, 자유와 사랑 등 60년대를 관통한 코드는 바로 이 영화를 풀어주는 열쇠가 되고 있다. 이렇듯 영화는 베트남전과 히피 사조라는 시대적 격변기 속에서 두 남녀 주인공의 진한 러브스토리를 통해 미국 청년문화를 통찰한다. 이른바 '아메리칸 뉴 시네마'의 재생산이다. 당연히 영화의 내러티브는 당시 미국사회의 분위기를 첨예하게 파고들었다.
이 영화는 바로 그 시대를 살다간 사람들의 이야기다. 메가폰을 잡은 여류감독 줄리 테이머(Julie Taymor)는 그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경험을 살려 당시 시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1997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뮤지컬 '라이온 킹(The Lion King)'으로 여성 최초로 토니상 연출상을 수상한 줄리 테이머는 전후 베이비붐 세대로 60년대 비틀즈 음악을 들으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녀가 이 영화의 테마와 배경음악을 비틀즈로 낙점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이번에 음악을 맡아준 엘리엇 골덴샬은 줄리 테이머의 절친한 친구이자 작업 동료이기도 하다.
비틀즈는 1960년대 대중문화의 상징이다. [Sgt.Pepper's](1967), [White Album](1968), [Abbey Road](1969) 등 전설적인 명반이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60년대 중•후반에 모두 나왔다. 사이키델릭 운동과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때다. 비틀즈의 음악으로 널리 알려진 ‘Across The Universe'는 실질적으로 작곡가였던 존 레넌의 노래다. 존 레넌은 팝 역사상 반전을 외친 대표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살아 생전 존 레넌의 사상이 바로 이 영화의 맥을 짚어 준다. 1970년 음악 잡지 <롤링스톤>과 가진 인터뷰에서 존 레넌은 이 곡을 두고 “내가 쓴 가사 중 가장 시적인 노랫말”이라 언급하기도 했다.
영화의 사운드트랙에는 1963년부터 1969년까지 발표됐던 비틀즈의 고전 16곡이 쭉 펼쳐진다. 타이틀곡 'Across The Universe'는 루퍼스 웨인라이트와 피오나 애플의 리메이크 버전이 꽤 유명하지만 이 앨범에서는 주인공 주드 역을 소화해낸 짐 스터제스가 차분하게 노래한다. 이밖에 짐 스터제스는 첫 곡 ‘All My Loving’을 비롯해 ‘I’ve Just Seen A Face’ ‘Something’ ‘Strawberry Fields Forever’ 등 모두 5곡에서 가창력을 뽐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1987년생으로 올해 스무 살인 이반 레이첼 우드는 감미롭고 달콤한 보컬을 앞세워 ‘It Won’t Be Long’ ‘Blackbird’ 등 2곡을 노래했다. 이 중 ‘It Won’t Be Long’은 9월 11일 iTunes에서 싱글로 먼저 공개됐다.
재미있는 건 U2의 보노가 로버트 박사 역으로 스크린에 깜짝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보노는 이 영화를 위해 ‘I Am The Walrus’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등 2곡에서 그 특유의 절창을 과시한다. 오아시스가 리메이크하기도 했던 ‘I Am The Walrus’는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 트랙으로 손색없다. 게다가 ‘Oh Darling’ ‘Helter Skelter’ 등 2곡에서 파워풀한 보컬을 유감없이 보여준 세디 역의 다나 퍼치스(Dana Fuchs)의 목소리를 만나는 것도 흥미롭다.
영화 속에서 히피로 등장하는 조 코커(Joe Cocker)는 1969년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낳은 슈퍼스타였다. 그 해 조 코커는 비틀즈의 곡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를 리메이크하며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로 이름을 드날렸다. 조 코커가 이 영화에서 'Come Together'를 노래한 대목은 바로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암시한다.
여배우 셀마 헤이액은 2002년 오스카상을 수상한 영화 '프리다(Frida)' 때 줄리 테이머와 작업한 인연으로 이 영화에서 카메오로 출연했다. 셀마 해이엑은 맥스 역의 조 앤더슨이 리드 보컬을 담당한 'Happness Is A Warm Gun'에서 백보컬을 맡기도 했다.
영화의 제목과 배경을 아우르는 비틀즈의 노래들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영화의 시나리오와 시대적 공유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9월 21일 미국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내년 1월 국내에 상륙할 예정이라고 한다. 올 상반기 뮤지컬 영화 '드림걸스'가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데 이어 이 영화가 국내에 개봉되면 또 한 차례 비틀즈 열풍과 함께 뮤지컬 영화 붐이 일어나길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재미있는 사실 한 가지. 영화 속 등장인물의 이름은 모두 비틀즈의 곡 제목에서 빌려왔다.
<주요 캐릭터와 비틀즈 노래 비교>
루시 -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주드 - Hey Jude
맥스 - Maxwell's Silver Hammer
세디 - Sexy Sadie
조조 - Get Back
프루덴스 - Dear Prudence
로버트 박사 - Doctor Robert
카이트 - Being For The Benefit Of Mr. Kite
댄 - Rocky Raccoon
몰리 - Ob-La-Di, Ob-La-Da
마르타 - Martha My Dear
줄리아 - Julia
리타 - Lovely Rita
테디 - Teddy Boy
[글-김獨(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