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산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E. H. Carr는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이고 역사란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 했다. 이를 산조에 적용해 보자. ‘모든 산조는 현재의 산조’요, ‘산조라는 양식이야말로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는 정의가 가능하다. 실제로 산조라는 음악은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답습적인 음악이라기보다, 시대와 개인에 의해서 동(同) 시대적 감성으로 풀어낸 음악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21세기의 다양한 음악환경에서 바람직한 창작을 논할 때, 산조는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귀중한 양식이다.
이 음반에 실린 산조의 연주시간은 대략 15분 전후. 현대인의 집중력은 제한된다. 쿼터리즘 (quarterism)이란 말이 있듯, 한가지 대상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은 15분 정도. 산조를 길게 연주할 때는 1시간을 넘기기도 하지만 이 음반에선 철저하게 현대인들의 생활리듬을 반영했다. 그 결과 장형의 산조가 다소 방만한 느낌을 갖는 ‘허튼가락’이라면 여기에 실린 산조는 '알찬 가락‘이 되었다. 각 악기별 산조를 현재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3-40대 연주자들의 기운생동하는 가락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