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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켓과 CD에 잔흠집이 여러개 있으나 듣는데는 지장없슴
이들의 음악은 전체적으로는 쉽게 들을 수 있는 대중적인 팝/록 사운드를 담고 있다. 다만 그 색채가 동양적인 면이 있고, 또 젊은이들의 감수성을 자극할 만한 절묘한 코드 진행과 가슴 저미는 감각적인 가사들로 매워져 있어 일단 선보인 국내 시장에서도 반응은 꽤 좋은 편이다. 앨범의 첫 트랙 '헤어진 후에'는 펑키한 록 비트와 강한 오버 드라이브가 걸린 일렉 기타 애드 리브가 돋보이는 트랙으로, 섬세한 터치의 어쿠스틱 기타가 빈 구석을 메우고 있다. 샘플링이 아닌 리얼 악기로 연주한 드럼 파트도 힘이 넘친다. 찌는 듯한 여름을 대비한 시원한 트랙이다. 매년 여름에 신보를 발표하기로 유명한 일본 록 그룹 튜브(Tube)의 섬머 록 사운드가 생각났다.
이어지는 '부탁이야'는 슬로 록 풍의 발라드 넘버로 죽음을 앞둔 남자가 혼자 세상에 남을 여인에게 전하는 말들을 담고 있다. 신세대 취향의 흔한 가사지만 그들이 빚어내는 세련된 사운드가 그 치명적인 단점들을 커버해주고 있다. 김민기가 세션 드러머로 참가했다. 세 번째 트랙 '비련'은 이들이 타이틀곡으로 정해 놓고 있는 트랙이다. 간간이 라디오를 통해 접할 수 있는 트랙이기도 한데, 피아노 연주 뒤로 섬세하게 흐르는 오케스트레이션 효과가 더욱 애절함을 더한다. 한국인의 구미에 딱 맞을 전형적인 록 발라드 트랙이다. 그 밖에 심상원 등이 품위 있는 바이올린 연주를 더하고 있는 8번째 트랙 '소원'이 추천하고픈 트랙이다. 약간의 비장미가 더해져 더욱 애절함을 더하고 있다. 두 일본인 친구의 다소 애띤 듯 선보이는 보컬이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온다. 후반부에 가면 고재근의 감성 풍부한 보컬이 포효하고, 바이올린과 일렉 기타의 어울림도 독특한 맛이 있다. 하지만 간혹 앨범의 통일성을 방해하는 일본식 록/ 댄스곡들이 자리하고 있어 조금 아쉽긴 했다. 이들이 자신들의 색으로 자신들의 것을 노래할 수 있게 될 2집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