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심청가]는 현존하는 다른 바디와는 많이 다르다. 물론 [심청가]는 보성소리 정응민 바디 [심청가]와 박동 실 바디 [심청가] 두 가지밖에 전하는 것이 없지만, 이 두 [심청가]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일단 김연수의 [심청가]는 독특한 계열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김연수는 <창본 춘향가>에서, “1935년 조선성악연구회에 입회하고 송만갑 선생 문하에 입문, [흥보가] 및 [심청 가] 각 전편을 수득”하였다고 적고 있다. 이 기록을 믿는다면 김연수의 [심청가]는 송만갑 바디라고 해야 한다. 그 러나 김연수는 어떤 소리도 전승한 바를 오롯이 그대로 부른 사람은 아니었다. 그의 소리에는 여러 사람의 소리가 섞여 있으며, 자신이 만들어 넣은 것도 많다.
김연수는 정응민에게 소리를 많이 배웠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성 현지 사람들은 김연수가 오래 동안 정응민에 게 와서 소리를 배웠다고 하였다. 구체적으로 정응민으로부터 어떤 소리를 배웠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응민이 [춘 향가], [적벽가], [심청가]로 이름을 날린 사람이기 때문에, [심청가]를 배웠을 가능성은 높다.
김연수의 [심청가]를 다른 바디 판소리나 소설과 비교한 결과, 소설 [강상련(江上蓮)]과 정응민 바디 [심청가]가 같 은 부분이 가장 많았다. 정응민 바디와의 친연성은 김연수가 보성에 와서 정응민에게 소리를 배운 사실이 있는 점으 로 보아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강상련]은 이해조가 명창 심정순의 구술을 산정하여 1912년[매일신보]에 발표한 신 소설인데, 당시 [옥중화], [연의각] 등과 더불어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강상련] 이후에는 이를 모본으로 하여 [심 청전]이 여러 차례 간행되어, [강상련]은 일제 강점기를 대표하는[심청전]이 되었다. 따라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종류이다. 심정순은 충청도 출신 명창이기 때문에, 중고제 소리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강상련]은 사 설만 옮겨 놓았을 뿐이기 때문에, 음악이 없다. 그러므로 김연수의[심청가]에서 순수하게 [강상련]으로부터 차용한 부분의 음악은 김연수가 작곡해서 넣었다고 보아야 한다. 김연수가 심정순으로부터 소리를 배웠을 가능성은 거의 없 기 때문이다.
정응민 바디나 [강상련]에 없는데 김연수 창본에는 있는 대목은 심봉사가 타루비 앞에서 탄식하는 대목부터 뺑덕이 네가 도망하는 대목까지에 집중되어 있다. 이 부분에서 특히 ‘파자놀이 대목’은 신재효본에만 있기 때문에 신재효 본에서 차용한 것이 분명하지만, 여타의 대목은 현재 전하고 있는 창본에는 없는 대목들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이 부 분이 주로 송만갑 바디를 계승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 김연수는 차용을 하면서도 조금씩 고쳐서 하였다. 자기 나름대로 새롭게 만들었다는 말이다. 내용은 거의 같 지만 사설의 세부에 있어서는 늘 조금씩 차이가 나는 이유가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