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더 그라운드에서 활동 중인 인디 밴드들이 뭉쳐 리메이크 앨범을 냈다. 1999년에도 한번 선 보인 적이 있는 이러한 시도는 인디 레이블을 거치지 않고 메이저에서 앨범을 냈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지만 이런 팀들이 한데 모여 자신들의 이름을 알린다는 취지의 내면에는 인디만이 풍길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 주로 랩과 강한 하드코어 사운드를 연출하는 팀들 위주로 짜여졌지만 이미 오버에서 터줏대감으로 군림하는 크래쉬나 이한철이 리드하는 불독 맨션 같은 그룹도 있어 딱히 규정 지을 수는 없다.
10년의 관록을 자랑하는 크래쉬는 신해철의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를 원곡에 가깝게 그들 식으로 소화해 냈다. 곡을 주무르는 솜씨가 다른 팀들과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 확실히 국내에서만 놀기는 아까운 그룹이다. 닥터코어 911의 '현진영 Go 진영 Go'는 스크래치 하는 멤버까지 6명으로 구성된 피아의 '말해줘'와 더불어 래핑이 아쉽긴 하지만 현진영의 전성기 래핑의 현란함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한다.
또한 제이 가일스 밴드의 'Centerfold'와 송대관의 '해뜰 날'을 교묘하게 접목시킨 엑스 맨 클럽(X-Man Club)의 편곡은 꾸준한 클럽 활동으로 독자적인 색깔을 확보하고 있는 그룹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1994년 대학 가요제 대상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니는 이한철을 주축으로 결성된 불독 맨션은 6개월 전에 그들이 발표한 EP에서 묻어나는 포크적 냄새가 말해 주듯이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를 색다른 감성으로 포착해 냈다.
이외에도 아직 미성년인 두 멤버가 주축이 된 로튼 애플, 소울 에지(Soul Edge), 안별이라는 홍일점 보컬리스트가 있는 소울 테이크(Soul Take), 푸펑충, 세인트(Saint), 힙 포켓(Hip Pocket), ?(Question) 등이 참여한 이 앨범은 젊기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음악들로 가득 차 있다.
우리 나라에서 인디라는 이름은 미래에 대한 가능성의 열쇠가 아닌 신종 장르와 같이 해석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한 지금 인디의 헤게모니는 하드코어 계열이나 그와 엇비슷한 음악이 잡고 있어서 대중들에게 인디라는 음악은 그런 것이 전부인양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인디라는 이름은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할 중요한 풍부한 음악적 산실이며 보호하고 끊임없이 격려해줘야 할 자원이다
1.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크래쉬 (Crash)]
2. 현진영 Go 진영 Go [닥터코어 911 (Dr.Core 911)]
3. 말해줘 [피아(Pia)]
4. 그녀의 웃음소리뿐 [로튼애플 (Rotten Apple)]
5. 해뜰날 [X-Man Club]
6. 춘천가는 기차 [불독맨션]
7. 작은 기다림 [Soul Edge]
8.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Soul Take]
9. 매일매일 기다려 [푸펑충]
10. 내게 다시 [세인트 (Saint)]
11. 샴푸의 요정 [힙포켓 (Hip-Pocket)]
12. 소양강 처녀 [?(Question M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