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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산 오렌지만큼이나 싱그러운 화음의 연쇄반응.
미국 출신의 소프트락 / 기타팝 밴드 마제스틱(Majestic)의 첫 번째 정규앨범
Majestic - [Live It Up!]
살다보면 스스로도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해보고 싶은 일이나 감정과 흥미의 무뎌짐과는 또 다른 것이 있다. 이미 보았고 들었고 느껴봤던, 그 순간의 세세함이 어느 순간 내 머리 안에서 사라질 때. 이미 지나간 기억이 그것. 사람들은 그런 기억을 끄집어 내어주는 뭔가에 열광한다. 오래 전 보았던 영화의 한 장면에 연관된 기억은 몇 천, 몇 만의 인생에 그리고 그 후에도 줄줄이 남아있다.
밴드 마제스틱은 마치 ‘잃어버렸던 기억’과 같은 밴드다. 우리가 지나쳤고 또 몰랐었지만 어렴풋이 자리 잡은 한 소절 노래 같은. ‘흙속의 진주’라는 거창한 문구보다는 이 문구가 맞는 것 같다.
About Majestic
마제스틱(Majestic)은 1995년에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결성됐다. 그 당시 팀의 이름은 '마제스틱 12'였고 업비트의 팝송들을 미니 앨범형식의 시리즈로 발매하기도 했다. 당시 싱어였던 제이나 위트렌(Jana Wittren)이 97년에 밴드를 떠나면서 나머지 멤버들이 새로 팀을 결성해 밴드 이름 뒤에 붙었던 '12'를 빼버리고 지금의 이름으로 확정 지었다. 마제스틱의 데뷔앨범인 본 작 [Live It Up!]이 1998년 셸프라이프(Shelflife) 레코드에서 발매 되면서 호평받기 시작했고 일 년 후인 1999년 일본의 톤 벤더(Tone Vendor)와 아파트먼트(Apartment) 레코드에서 보너스 트랙과 함께 재발매 되면서 놀라운 호응을 얻어냈다. 오르간 연주 중심의 인디팝 사운드를 보여주는 이들은 1999년 샌 프란시스코 팝 페스티발에서 엄청난 환호를 받으면서 팬 층을 넓혀갔고 이후 피터 퀴넬(Peter Quinnel)로 드러머가 교체되며 루스 슐츠(Ruth Schultz)와 사라 윈데스(Sarah Windes)가 새로운 보컬 멤버로 추가되어 다음 앨범인 [Wake Up, Come Out and Play!]을 2001년 말경에 발매한다.
Live It Up
다양한 색깔의 키보드 소리와 혼 섹션, 적절한 어레인지 60~70년대를 향한 자기성찰을 담은 이들의 첫 번째 정규앨범 [Live It Up]은 제목 그대로 다양한 소리들과 화음이 살아 움직인다. 플리퍼스 기타(Flipper's Guitar)와 타히티 80(Tahiti 80), 그리고 무엇보다도 로저 니콜스와 스몰 써클 오브 프렌즈(Roger Nichols& The Small Circle of Friends)의 팬이라면 반드시 들어봐야 할 앨범일 것이다. 드라이브감 있는 키보드연주로 진행되는 [Bub]을 시작으로 낙천적이고 행복한 곡[Wonderful], 독특한 건반으로 진행되는 업비트 템포의 [Overcoat], 개인적으로는 앨범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신비로운 발라드 [Rainbow Connection] 등 금싸라기 같은 멜로디의 팝송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마치 해질녘의 풍경을 보여주는 희미하게 빛나는 트랙 [Harry], 여린 음성의 여성 코러스가 매력적인 [Sleep], 국내에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스웨덴 출신의 팝 듀오 클럽 8(Club 8)의 히트곡 [Before I Came]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커버하면서 다양한 색채를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은 가슴이 포근해지는 아름다운 어쿠스틱 팝송 [Hula Hoop]으로 매듭지으며 뿌듯하고 긴 여운을 남긴다. 앨범이 끝나면 왜 우리는 이런 멜로디의 팝송을 그 동안 간과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어느 서양 블로거의 말에 의하면 이 음반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팝 앨범' 이라고 한다. 이들을 이제 와서 또 놓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들을 몰랐던 분들에겐 아름다운 팝에 대한 새로운 기억이, 마음 속으로 간직하고 있던 분들에겐 이젠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길.
마침내 발견한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연인처럼, 몽상가처럼 기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