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우주와도 같은 클래식의 세계에 이제 막 입문하신 여러분!
일찍이 악성 베토벤은 [음악은 모든 지혜, 모든 철학보다도 드높은 계시다]고 했고, 영국의 시인 조셉 에디슨은 [ 음악은 가장 위대한 선. 그리고 지상에서 소유할 수 있는 천국의 모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렇듯 인류의 소중한 자산인 음악 중에서도 음악가의 진정한 예술혼이 담긴 그래서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은 음악들... 아니 평생토록 간직하고픈 음악들을 여기 담았습니다.
수록된 곡들을 한 곡 한 곡 반복해서 감상하시고, 여기 소개된 작곡가와 연주자들의 음반을 하나 둘 찾아 들으시면서 레퍼토리를 확대시켜 나가시기를.. 그러다보면 어느 새인가 클래식 애호가가 되어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CD 1 Crossover
1. Goodbye Moscow / Francis Goya
러시아의 서정과 영롱한 기타의 만남! 1980년대 초반부터 러시아 음악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던 프란시스 고야가 러시아 여성 작곡가 알렉산드라 파크무토바의 작품 12곡을 기타로 재현한 2002년 작 의 수록곡.
너무나 너무나도 감성적인 기타 연주에다가 러시아 남성 합창단의 장엄한 코러스
까지.. 사람을 푹 빠져들게 하는 기타 연주의 명품.
2. Soraya's Dream / 이경선, 장승호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과 기타리스트 장승호가 협연하고 살타첼로의 리더 피터 쉰들러가 참여한 로맨틱한 무드 음반 [Spanish Heart]의 수록곡.
바르셀로나 태생의 작곡가 겸 기타리스트 페르난도 소르(1778~1839)의 B플랫 장조 기타 연습곡을 바탕으로 피터 쉰들러가 완성했다. 바이올린과 기타가 그려내는 표정이 낭만적이다. 곡을 감상하는 듯한 꿈을 꾸는 듯한 행복함에 젖을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떠나가고픈 충동을 느끼게 된다.
3. Adagio / New Trolls
사랑과 슬픔의 서사시로 새삼 설명이 필요없는 클래시컬 록의 명곡.
이태리의 아트 록 그룹 뉴 트롤스가 1971년 내놓은 [Concerto Grosso 1]수록곡이다.
듣는 이를 옴싹달싹 못하게 하는 멜로디, 가슴을 파고드는 현의 움직임과 일렉트릭 기타의 절규, 다분히 시적이면서 사색적인 보컬 등 어느 한 곳 흠잡을 데가 없다. 게다가 햄릿의 대사를 인용한 노랫말도 인상적.
당신이 내 곁에 있기를 소망해 보지만 알게 되는 건 나의 외로움 뿐
태양이 다시 밝게 빛나며 떠오르기를 기다리지만
태양은 너무도 멀리 가 버렸어
죽는다는 것은 잠자는 것 어쩌면 꿈을 꾸는 것일지도 모르지.
죽음은 잠과 같은 거야 어쩌면 꿈일지도 모르지...어쩌면 꿈일지도 몰라
4.5,6 [Erik Satie] Gymnopedie 1,2,3 / Peter Schindler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그랬다. 소설[개미]를 쓸 때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를 듣고 또 들었다고. 그토록 베르베르가 [짐노페디]를 들었던 까닭은?
그에게 영감을 불러 일으켜주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를 홀리게 해서일까? 모르긴 몰라도 두 가지 다 맞을 게다. 그만큼 이 곡은 듣는 이의 영혼 깊숙이에 있는 뭔가를 끄집어내기도 하고, 동시에 말할 수 없는 편안함과 몽롱함, 안락함을 전해주는 것이다. 이것을 피터 쉰들러는 자기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소화했다.
1999년 발매된 피터 쉰들러의 피아노 솔로 음반[Blue Solitude]수록곡.
드뷔시에 의해 관현악으로도 편곡되어 연주되었던 곡. 하지만 역시 짐노페디는 이렇게 피아노로 들었을 때 제맛이 난다. [짐노페디]를 가장 쉽고 친근하게 느끼게 해줄 명연.
7. [Ruggero Leoncavallo] Mattinata / Peter Schindler &Peter Lehel
엔니코 카루소를 위시해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까레라스, 안드레아 보첼리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성악가들이 앞다투어 취입해오는 이탈리아 칸초네.
이것을 피터 쉰들러와 피터 레헬이 오르간과 색소폰으로 색다르게 재현한 것.
독일에서는 1995년 발매되었지만 국내에는 소개되지 못하다가 1999년 굿 인터내셔널을 통해 첫 선을 보였던 음반[Pipes & Phones]에 담겨있다.
이 음반은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두 곳의 성당과 두가지 파이프 오르간 명기로 녹음했는데, 때문에 오르
@?울림이 예사롭지 않다. 오르간과 색소폰이라는 미스 매치업. 하지만 그것이 이루어내는 조화의 미덕은 기대 이상의 기쁨을 안겨준다.
8. Nos Reves / Les Petits Chanteurs de Saint Marc
1986년 창단된 이후 급성장을 거듭해오는 생마르크 합창단의 데뷔 음반 동명 타이틀 트랙.
정결하면서도 환상적인 하모니가 영혼의 묵은 때마저 씻어내주는 것 같다.
애수를 머금은 경건함과 격조가 있는 곡.
9.
[21세기 크로스오버의 또다른 방법론을 제시한 바흐 골드베르그 변주집의 명작]으로 소개되었던 음반 [칼만 올라, 미니 슐츠 & 슈투트가르트 체임버 오케스트라 /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집]수록곡. 신선한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 연주다. 먼저 편곡이 대담하고 탄탄하다.
그리고, 솔리스트와 슈투트가르트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이 절묘하다. 특히, 헝가리 출신의 재즈 피아니스트 칼만 올라의 피아노 연주는 번뜩일 정도로 창의적이다.
바흐 음악을 이보다 더 쉽게 호흡할 수는 없다. 말그대로 21세기 크로스오버의 결정판.
10. Smile / Thomas Beckmann
첼로의 거장 피에르 푸르니에가 가장 아꼈던 수제자였던 독일의 첼리스트 토마스 베크만의 독일레코드비평가상 수상음반 [Charlie Chaplin]의 수록곡.
여기엔 찰리 채플린의 주옥같은 영화 음악이 풍부하면서도 단정한 첼로 연주로 재현되어 있는데, 영화 배우이자 제작자였던 찰리 채플린이 아니라 첼로와 바이올린의 솔로이스트이자 작곡가였던 찰리 채플린을 조우할 수 있다.
가요코 마쓰시다가 피아노 반주를 해준 이 곡은 냇 킹 콜의 노래로도 유명한데, 시종 우아하고 밝은 멜로디가 일품인 곡.
11. [J. S. Bach] Suite for Solo Cello, Suite No.1 BWV 1007 : Prelude /
Kalman Olah & Mini Schulz
칼만 올라 & 미니 슐츠가 빚어내는 앙상블은 언제나 그렇듯 기대에 부풀게 하는 마력같은 게 있다. 이들은 음악이 가진 다양한 가능성과 생명력을 간파하고, 또 그것을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이들이기 때문.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을 감각적이면서도 다양성이 풍부한 연주로 들려준다. 정말이지 자연스럽고 서로 간의 호흡도 유연하다. 크로스오버 음악이 가진 매력을 100% 느끼게 해주는 명연.
12. Twilight Time / Nulle & Verdensorkestret
언젠가 방송에서 이 곡을 소개했을 때 진행자였던 이현우 씨가 말했다. [이런 음악이 있었군요. 참 세상엔 좋은 음악이 많군요.] 과연 그렇다. 밤하늘에 별처럼 많은 음악 중에서 좋은 음악을 만났을 때의 기쁨이란.. 첫 키스의 황홀함만큼이나 짜릿한 것이리라.
재즈 클라리넷 연주자인 엘리스 눌 니케어가 이끄는 베르덴스 오케스트라는 베테랑 뮤지션의 결합체. 때문에 탄탄하고 견고한 연주력과 음악성을 과시한다.
이 곡은 다양한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곡이다. 2002년 발매한 동명 음반의 타이틀 트랙.
13. Sammy's Freilach / Klezmorim
유대인의 희노애락을 담은 그들만의 전통음악 클레츠메르(Klezmer)를 연주하는 젊은 트리오 클레츠모림의 2003년 작 의 수록곡.
클라리넷과 기타, 베이스의 조촐한 편성으로 된 연주지만 꽤 풍부한 표정을 그려낸다. 경박하지 않고 소박하며, 흥겹다. 또, 그러면서도 애수어리다. 집시의 혼이 느껴지기도 하는 곡으로 다분히 즉흥적인 연주가 독특한 아우라를 만들어내는 곡.
14. Sentimentale / Claude Bolling & Jean Pierre Rampal
빌보드 클래식 챠트 530주 랭크! 1976, 77년 NARM(클래식앨범 최다판매)상 2년 연속 수상에 빛나는... 가히 전설이 되어버린 명반 [Suite for Flute and Jazz Piano Trio]에 담겨져 있는 곡. 그동안 많은 CF나 방송 프로그램의 BGM으로 쓰여 친숙한 곡이다.
유쾌하고 유니크한 감성의 피아니스트 끌로드 볼링과 우리 시대 최고의 플루티스트 장 피에르 랑팔이 빚어내는 환상의 조화가 여기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신선감을 잃지 않는다.
샘솟는 선율, 약동하는 리듬. 언제
들어도 기쁨을 주는 활력 충전 음악!
15. One-Heya / SaltaCello
영남지방에서 널리 불리는 구전민요의 하나인 옹헤야를 색다른 감각으로 연주한 것.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한다는 크로스오버 그룹 살타첼로의 2000년 작[Salted]의 수록곡.
우리 민요의 재발견이다. 명쾌하고 맛깔스러우며 군더더기가 없는 해석이다.
연주도 더 할 나위없다. 그 청량한 감각과 생기발랄한 표현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박수를 치면서 어깨를 들썩이면서 듣게 되는 , 보리타작 노래의 진화.
16. AdagioConcert / Stelvio Cipriani
1976년 개봉하여 수많은 청춘들의 눈물을 쏟아내게 했던 로맨스 영화의 고전 [Last Concert]의 수록곡.
청순미 넘치는 아가씨 스텔라(파멜라 빌로레시 분)와 중년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리처드(리처드 존슨 분)의 아름답고 슬픈 사랑 이야기가 이 한 곡에 농축되어 있다.
17. 하루 One Fine Day / AdamZapple 김용은
프로젝트팀 애덤즈애플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리더 김용은의 피아노 소품집 [하루]의 동명 타이틀 트랙. 애덤즈애플의 음반[Nerida]가 주었던 신선한 충격과 감명만큼이나 김용은의 피아노 음반도 국내에서 접하지 못했던 독특한 피아니즘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음반. 특히 이 곡은 TBS FM 방은진의 밤으로의 여행에 BGM으로 쓰이고 있기도 한데, 이 곡에 대해 방은진은 '듣는 이의 가슴에 따뜻한 입김을 불어넣어주는.. 우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알게 해주는.. 한번만 들어도 반하게 되는 곡'이라고 극찬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소박하면서도 내면적인 정서를 가진 이 곡은 정말이지 잃어버린 감성을 되찾게 해주고, 삶에 대한 성찰마저 이끌어내는 곡.
한편, 곡을 듣고 있으면 '눈부신 날이면, 눈부셨던 그 날들이 떠오른다.'던 김용은의 말에도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CD 2 Joy Classic
1. [Enrico Toselli] Serenade / 홍성은
금호현악4중주단의 여성 첼리스트였던 홍성은의 솔로 데뷔반인 [Serenade](2003)의 수록곡.
한국인들의 감성에 맞는 소품 17곡을 담은 이 음반에는 엘가의 [사랑의 인사]같은 대중적인 곡도 있지만 미처 우리에게 소개되지 않은 숨겨진 보석같은 곡들도 여러 곡 담겨 있다.
이 곡의 경우 후기 낭만주의 성향을 보이는 20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토셀리의 성악곡이 오리지널이다.
[탄식의 세레나데]로 불리우는 이 곡은 사랑의 기쁨보다는 이별 후의 허전함과 안타까움을 표현한 곡이다. 하지만 표현이 처연하거나 어둡지 않다. 오히려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희망을 나타낸다. 홍성은의 첼로도 그렇게 밝게 비상한다. 피아노 연주는 오타 마리.
2. [John Field] Nocturnes No.2 in C minor(c1812) Moderato e molto espress / 김대진
일직이 낭만주의 시대의 거장 슈만은 말했다. 존 필드의 피아노 음악은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샘물과도 같다고.
그만큼 그의 피아노 작품은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특히, 그의 녹턴은 쇼팽에 의해 계승되었고,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음악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런데, 그의 인생은 미스테리한 부분이 있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유럽에서 유망한 음악가로 성장해가던 그가 스물 한 살이 되었을 때, 그러니까 1803년러시아 공연을 계기로 아예 러시아에 정착한 것이다. 그리고 54세로 죽을 때까지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러시아에서 살다 세상을 떠났다. 그가 러시아를 유창하게 구사했을리 만무하고, 러시아의 어떤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닐진대, 그는 왜 평생 머나먼 이국땅에서 생활했던 것일까?
허황된 이야기지만 타임머신이라도 있으면 얼른 그 때로 돌아가서 그 이유를 알아보고 싶다. 존 필드는 녹턴의 창시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음악가다.
그의 녹턴은 아름답다. 짙은 시정과 낭만이 있다. 살롱 음악을 예술로 승화시켜준 그에게 박수를!!!
3. [Chopin] Nocturnes No.2, Op.9, No.2 in E-Flat major / 김대진
쇼팽은 존 필드의 녹턴에 흐르는 우아한 선율에 매료되어 그 형식을 가져와 21곡의 녹턴을 만들어냈다. 그의 녹턴은 기본
적으로 3부 형식인데 하나같이 형식 안에 작곡가의 개성과 독창성이 발현되어 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비할 데가 없다.
고로 녹턴은 존 필드에 의해 씨가 뿌려졌고, 쇼팽에 의해 결실을 맺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녹턴 중 이 곡은 가장 파퓰러한 곡이다. 관현악으로, 재즈 연주로도 편곡되어 연주될 정도. 감미롭고 사랑스런 멜로디는 매혹적이라는 표현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4. [Chopin] Waltz No.7 in C# minor, Op.64 No.2 / 조지현
쇼팽 음악이 지닌 매력은 멜랑콜리한 섬세함과 남성적인 격렬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중성에 있다. 그러한 특징은 그의 음악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데, 왈츠 또한 그러한 예에 속한다. 쇼팽이 활동할 당시 빈에서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가 유행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왈츠 하면 가벼운 춤곡으로 여겼다. 그러나, 쇼팽은 왈츠를 춤을 위한 곡이 아니라 연주를 위한 예술로 격상시켜 주었다. 그래서 슈만은 [쇼팽의 왈츠에 맞춰 춤을 추려면 상대 여성은 적어도 백작 부인은 되어야 할 것]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 중에서도 이 곡은 지극히 감성적이면서도 에너지가 느껴지는 곡.
언젠가 피아니스트 부닌은 말했다. [이 곡을 알고부터 나는 정말 피아노와 사랑에 빠질 수 있었다. 그리고, 평생 쇼팽만을 연주하고 싶어졌다.]
5. [Paganini]Violin and Guitar Sonata M.S.27, n.6 in E minor, 1. Andante
/ 양성식, 장승호
파가니니는 음악 사상 가장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괴물(?) 연주자였으며, 동시에 가장 자기 파괴적이고 몰염치한 음악가였다. 그렇지만 그의 괴벽과 끊임없는 기행, 스캔들은 진정한 사랑에 대한 갈증과 예술가의 외로운 영혼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는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명인기로 19세기 전유럽을 흥분시켰으며, 수많은 음악가들을 고무시켰다.
그리고, 그는 작곡가로도 좋은 작품을 여럿 남겼다. 특히, 그의 바이올린 작품들은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는 반드시 넘어야 할 큰 산과 같다.
극적인 서정미가 발현된 이 곡은 드라마[모래시계]에 삽입되어 국내에서 그야말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파가니니가 얼마나 아름다운 멜로디를 뽑아내는 멜로디 메이커인 가를 입증해주는 곡이다. 언제 들어도 가슴 뭉클한 페이소스를 안겨주는 곡인데, 드라마의 영향 때문인 지 아직도 이 곡을 들으면 모래시계의 장면 장면이 떠오른다.
6. [Paganini] La Campanella (arr. Chang Seung Ho) / 양성식, 장승호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작품은 특별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자신 기성 작곡가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기교를 지녔던 바 작품을 쓸 때마다 자신의 명인기를 발휘할 수 있게끔 곡을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조적으로는 견고하지 못한 면이 있으나 바이올리니스트가 즉흥적인 기교와 테크닉을 실험하는 데에는 적격인 작품들.
본래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 B단조의 3악장에서 가져와 편곡한 이 곡의 경우 곡이 가진 에너지만큼이나 연주자 양성식의 거침없는 명인기를 감상할 수 있는 곡.
독립적으로 자주 연주되는 이 곡의 여러 버전이 있지만 바이올린과 기타로 편곡된 이 연주는 쾌감을 주기에 충분한 호연이다.
7. [Rossini] String Sonata No.1 in G Major 1. Moderato / Ezio Rojatti & Haydn Philharmonia Soloists
오페라로 세계를 평정했던 오페라의 황제 로시니는 어느 날 갑자기 은퇴를 선언한 후 다시는 음악계로 컴백하지 않았던 작곡가다. 물론 약간의 가곡과 피아노 곡을 쓰기는 했지만 본격적인 작품 활동은 하지 않았던 것. 젊은 나이에 은퇴를 한 덕분에 그는 무려 30년을 풍류를 즐기다 생을 마감했다. 음악계의 입장에서 보면 크나큰 손실이었고, 참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그 자신에게는 행복한 일이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대식가이자 미식가로 소문난 그는 평생 맛난 음식을 먹으며 유유자적했기 때문. 전성기 그는 작품을 빨리 빨리 쓰기로도 유명했다. 그리고 그렇게 빨리 쓴 작품에는 빈틈이 없었다. 고로 그는 음악의 천재였던 것이다.
그 천재는 어린 시절부터 빛을 냈다. 어떤 곡이든 쓰기 시작하면 금방 완성했고, 그 작품들은 하나같이 기성 작곡가의 작
품과 견주어 손색이 없었던 것.
이 소나타는 열두살 때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즐기면서 썼던 작품이다. 한동안 악보가 발견되지 않아 작품 자체가 알려지지 않다가 훗날 로시니가 유명해지면서 발굴되었다고. 그 때 로시니는 이 작품을 유년시절의 치기어린 장난 쯤으로 회고했다지만 작품이 가진 놀라운 에너지와 풍부한 악상은 과연 천재답다는 찬사를 들을 만하다. 오페라 작곡가 로시니가 아닌 실내악 작곡가 로시니를, 뚱뚱한 아저씨 로시니가 아닌 해맑은 소년 로시니를 만날 수 있는 이색 레퍼토리.
8. [J. S. Bach] Six Sonatas for Violin and Harpsichord Sonata I in B minor BWV 1014 I. Adagio / Benjamin Hudson& Eliot Fisk & Gyorgy Bognar
익히 잘 알려진 바흐의 [바이올린과 하프시코드를 위한 여섯 개의 소나타]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자. 곡이 가진 위대함이야 더 말 필요도 없을 테고, 단 이 음반에 담겨진 버전은 세고비아도 인정한 기타리스트이자 편곡자인 엘리엇 피스크에 의해 바이올린,기타,첼로 용으로 편곡된 것. 세계 최초 레코딩이었던 만큼 화제를 뿌리기도 했던 연주다.
과감하고 색다른 시도. 하지만, 안정감이 있고, 매력적이다.
클래식을 듣는 또다른 묘미를 알게 해줄 명연.
9. Brahms : String Sextet Op.18 in B-flat major II. Andante, ma moderato / The Stuttgart Chamber Orchestra
당대의 작곡가이자 비평가였던 슈만의 찬사를 받았던 20대 젊은 시절의 브람스를 대표하는 실내악의 걸작. 양식면에서는 하이든과 베토벤 등 고전파 음악가들의 영향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며, 내심 베토벤의 현악 작품들을 의식하여 신중하게 작곡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중 '브람스의 눈물'이라고 불리우는 2악장은 브람스의 현악 작품을 통틀어 가장 서정적이고 비감어린 악장. 관현악적인 기법이 돋보이는 바 슈투트가르트 챔버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현악6중주의 편성보다 한결 깊고 풍부한 사운드를 이끌어내주고 있다.
10. [J. S. Bach] Goldberg Variations Aria (soli) / The Stuttgart Chamber Orchestra
다양한 변주를 가진 아리아라는 명칭을 가진 작품.
주제로 사용하고 있는 아리아는 [안나 막달레나 바흐를 위한 클라비어 소곡집]2권에 있는 것으로 장중하면서도 사라방드 풍의 아리아인데, 이것을 30개의 스타일로 변주시켜 놓은 것.
피아노 독주로 연주되는 이 곡을 슈투트가르트 챔버 오케스트라는 보다 풍요로운 앙상블로 연주해준다. 이 작품이 가진 풍부한 상상력과 정교한 구성을 새삼 알게 해주는 이색적인 명연.
11. Waves of Amur River / 박경숙
슬라브민족 특유의 깊은 애수와 낭만, 러시아의 광활함을 담은 첼리스트 박경숙의 음반[ Russian Romance]의 수록곡. 2003년 모스크바 라디오 방송국 녹음전용 제7스튜디오에서 레코딩했으며, 피아노는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니나 코간이 맡았다.
그래서일까? 러시아의 서정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다는 평.
그 중에서도 이 곡의 아름다운 선율은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12. [Shostakovich] The Second Waltz / Amsterdam Studio Orchestra
영화 [텔미 썸딩]과 [번지 점프를 하다][아이즈 와이드 셧]등에 삽입되어 영화 팬들에게 귀에 익은 곡. 재즈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쇼스타코비치가 당대 구 소련에서 인기를 누렸던 재즈 뮤지션 레오니드 유티오소와 사귄 후 영향을 받아 작곡한 곡.
1934년 작곡한 재즈 모음곡 1번에 이어 1938년 작곡한 재즈 모음곡 2번에 있는 곡이나 따로 독립적으로 자주 연주되고 있다. 요한 슈트라우스풍의 밝고 경쾌하면서도 러시아의 서정이 느껴지는 선율이 인상적인 곡.
13. [Rachmaninoff] Piano Concerto No.2, Op.18 in C minor / Mikhail Petukhov(piano) Yuri Simonov(conductor),Moscow Philharmonic Orchestra
20세기를 살았지만 가슴에는 19세기의 서정을 품고 살았던 낭만주의자 라흐마니노프의 1901년 작. 그가 완성한 네 편의 피아노 협주곡 중 3번과 함께 자주 연주되는 곡이며, 특히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작품이다.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낭만성과 시적인 감수성이 일품.
로버트 테일
러와 비비안 리가 주연한 멜로 영화[애수]를 비롯해 여러 영화에 사용되기도 했으며, 에릭 카멘이 부른 팝 발라드 [All By Myself]에 차용되기도 해서 더욱 친숙한 곡.
미하일 페투호프의 녹음은 모스크바 음악원 그레이트 홀 개관 100주년 기념 연주회 실황.
한동안 베일에 가려졌다가 라이센스로 발매되어서 더 반갑고 소중하게 여겨지는 연주.
러시아 피아니즘의 또다른 정수를 보여주는 명연.
CD 3 Historic Recording
1. [J.S. Bach] 6 Cello Suites No.1 in G major BWV 1007 : I. Prelude (Moderato) / Pablo Casals
카잘스의 바흐 / 무반주 첼로 모음곡 녹음은 이 곡을 불멸의 명곡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던 역사적인 명연이다. 이 레코딩에 대해서는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가 남긴 말이 명언이다. [음악을 나의 종교라 할 때 내게 있어 성경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다. 그리고, 나는 카잘스를 본받아 적어도 하루 한 곡 이상의 이 모음곡을 연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카잘스의 녹음은 내게 너무나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처음 들었을 때는 10대였는데, 그의 연주에 실망한 나머지 격분할 정도였고 심지어 터무니없는 음악으로까지 여겼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후 다시 그의 녹음을 들었을 때는 예전에 듣지 못했던 그 무엇이 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절대로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었다. 그 때 나는 카잘스의 연주가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깨달았다.]
다시는 재현될 수 없는 절대 명연. 오직 감동만이 살길이다!!!
2. [Tarrega] Recuerdos De La Alhambra / Andres Segovia
근대 기타의 아버지라는 찬사를 받는 스페인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프란시스코 타레가의 대표작. 자신의 제자인 콘차 부인에게 사랑을 고백했다가 거절당한 뒤 괴로워하다 여행길에 오른 타레가가 우연히 들른 아람브라 궁전의 위용과 아름다움에 감명을 받아서 작곡했다.
일설에는 콘차 부인과 함께 이별 여행을 하다가 이 곳을 찾게 되었고, 이 곡을 그녀를 위해 작곡했다는 설이 있다.
그래서 작품 속에는 콘차 부인을 향한 연모의 정이 깃들어져 있는 듯 하다.
이렇듯 애틋한 사연이 있는 클래식 기타의 바이블을 역사상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세고비아의 연주로 수록했다. 5000년 기타 역사가 낳은 불세출의 기타리스트이자 기타라는 악기의 개념을 뒤바꿔놓은 그의 연주를 듣는 기쁨을 그대에게!!!
3. [Fritz Kreisler] Liebesleid / Fritz Kreisler
[빈 카프리치오 작품2],[아름다운 로즈마린],[사랑의 기쁨]과 함께 크라이슬러를 대표하는 클래식 소품. 빈의 전래 민요에서 모티브를 빌어와 작곡해서인지 18세기의 음악적 형식미와 감성을 느끼게 한다. 이것을 작곡가가 스스로 연주한 레코딩은 여러 모로 가치가 있을 듯.
그 자신 20세기 전반기를 대표하는 세기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지라 특유의 테크닉과 풍부한 감성으로 이 곡을 연주하고 있다.
4. [Fritz Kreisler] Liebesfreud / Fritz Kreisler
[사랑의 슬픔]과 함께 자매곡처럼 자주 연주되는 곡으로 밝고 명랑한 분위기의 왈츠 곡이다. 역시 크라이슬러가 직접 연주한 버전. 말 그대로 크라이슬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음악 유산이다. 1938년 2월 녹음.
5. [Sarasate] Zigeunerweisen. Op. 20 / Jascha Heifetz [Violin] & John Barbirolli[Conductor]&London Symphony Orchestra
근대 4대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사라사테는 파가니니에 비유되는 놀라운 기교의 소유자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자신이 연주할 목적으로 직접 작곡을 하기도 했는데, 그 중에서도 [집시의 노래]라는 뜻의 이 곡이 가장 유명하다.
1878년 헝가리를 여행했던 사라사테가 그 지방 집시들의 민요를 채집하여 작곡한 것.
집시들의 열정과 명랑함, 낭만성, 애수 등을 표현하고 있으며, 웬만한 테크닉을 지닌 연주자가 아니면 연주하기 어렵기 때문에 바이올리니스트들의 명인기를 시험하는 곡으로 인식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하이페츠의 연주는 압도적인 명연으로 많은 바이올리니스트를 좌절(?)하게 한 전대미문의 명연이다. 하이페츠의 지고이네르
牡訣㉯?듣는 이를 숨막히게 한다. 왜 독설가로 유명한 버나드 쇼가 그를 가리켜 [바이올린의 신]이라 불렀는지를 알수 있을 것만 같다.
6. [Schubert] Standchen D.957 No.4 From Schwanengesang / Jussi Bjorling
가곡의 왕 슈베르트의 사후 반년 후인 1829년 5월 출판된 연가곡집 [백조의 노래]에 담겨진 4번곡이다. 포크 가수 조안 바에즈로부터 [내가 유시 비욜링을 만날 수만 있다면 난 그의 발에 입을 맞출 수도 있다.]는 찬사를 들을 정도로 장르를 초월해 사랑받는 유시 비욜링의 레코드는 짙은 우수와 서정성이 빛나는 절창.
부드럽게 간청하라 나의 노래야 밤을 가로질러 당신에게
고요한 아래쪽 작은 숲으로 귀여운 사람아 오라 나에게
속삭이며 날씬한 나무의 높은 곳이 살랑거린다
달빛 속에서 달빛 속에서
배반자의 적대적인 엿듣기를 두려워하지 말아요 사랑스런 사람아
두려워하지 말아요 사랑스런 사람아
듣느냐(당신은)밤꾀꼬리가 지저귀는 것을 아 그들은 간청한다 당신에게
달콤한 음색의 탄식과 더불어 간청한다 그들은 나를 위해
그들은 이해한다 가슴의 동경을 (그들은)안다 사랑의 고뇌를
(그들은)안다 사랑의 고뇌를 (그들은)감동시킨다 은같은목소리로
모든 부드러운 마음을 모든 부드러운 마음을
당신의 마음도 감동되게 하시오 사랑스런 사람아 내말을 들어다오
몹시 떨며 기다린다 나는 당신을 오라 행복하게 해다오 나를
오라 행복하게 해다오 나를
7. [Donizetti] Una furtiva lagrima / Joseph Schmidt
70여 편의 오페라를 남긴 도니제티의 대표작인 [사랑의 묘약]의 2막에서 주인공 네모리노가 부르는 아리아. 네모리노가 여주인공인 아디나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는 감격에 겨워 [하느님, 저는 죽어도 좋아요, 날 데려가세요. 지금 이 순간 더 이상 바랄 게 없으니까요]라며 노래하는 곡이다. 진실한 사랑을 확인했을 때의 벅찬 감동을 표현한 가사에 우아하고 서정적인 선율이 어우러지는 이 곡은 테너가 부르는 오페라 아리아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곡. 이것을 [독일의 엔니코 카루소]라는 찬사를 받았던 전설적인 테너 요제프 슈미트의 버전으로 수록했다. 전쟁 중 나치 감옥에서 38세의 이른 나이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비운의 테너 요제프 슈미트. 그의 흔치 않은 레코딩의 하나로 그의 섬세한 창법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히스토릭 레코딩.
8. [Mozart] Clarinet Quintet KV581 2. Larghetto / Benny Goodman & Budapest Quartet
모차르트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클라리넷이라는 악기를 위해 협주곡을 쓰고 실내악을 작곡했다. 그와 두터운 친분을 가지고 있던 클라리넷 연주자인 안톤 시타틀러의 영향 때문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모차르트 덕분에 클라리넷은 관현악과 실내악에서 중요한 악기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된다.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과 더불어 가장 유명한 클라리넷 작품인 이 곡은 1789년 그러니까 그가 개인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렸던 시기에 완성한 곡.
그러나, 작품 안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엿볼 수 없다. 아베르트가 지적했듯 [구름이 없는 봄의 아침]과도 같은 맑고 신선하며 세련되고 달콤한 작품.
한편, 이 녹음은 전설과 전설이 만난 그야말로 전설의 레코딩이다.
스윙의 왕으로 잘 알려진 클라리넷 연주자 배니 굿맨의 정통 클래식 넘버로 발표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던 음반. 1938년 4월 25일 그러니까 배니 굿맨이 정점을 향해 치닫던 시기에 녹음된 것. 부다페스트 현악 4중주단 특유의 풍부한 표현력과 치밀한 앙상블에 배니 굿맨의 단정하고 부드러운 클라리넷 연주가 일품인 명연.
9. [Schubert] Sonata for Arpeggione in A minor, D.821 I.Allegro moderato / Pierre Fournier[Cello] & Jean Hubeau[Piano]
'기타 첼로'(guitar violoncello)라고도 불리우는 악기 아르페지오네는 1823년에 빈의 악기 제조자 케오르그 슈타우퍼가 발명한 악기다. 하지만 이 악기는 당대에만 애호되었을 뿐 살아남지 못하고 없어지고 말았는데, 그래서 이 곡을 위해 쓰여진 곡도 많지 않다. 그 중 단연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걸작중의 걸작.
아르페지오네
遮?악기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유발시킬 정도로 우아한 선율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슈베르트는 이 작품을 쓸 때 건강 등 일신상의 이유로 슬픈 감정에 빠져있었다.
당시 그의 일기에는 [나의 작품은 음악에 대한 나의 이해와 나의 슬픔의 표현입니다. 슬픔으로서 만들어진 작품만이 사람들을 가장 즐겁게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슬픔은 이해를 날카롭게 하고 정신을 굳세게 해줍니다.] 그래서 이 작품 전반에도 슬픔의 정서가 흐른다. 워낙 인기곡이어서 수많은 연주자들이 이 곡을 연주했다. 특히, 아르페지오네를 대신하는 첼로의 위상이 커지면서 레코딩이 많아졌다. 덕분에 이 곡은 첼리스트들의 필수 곡목이 되었다. 여기 수록한 것은 [첼로의 왕자] 피에르 푸르니에가 1939년 그러니까 그의 나이 33세 때의 녹음. 오랜 세월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희귀 음반이었는데, 1998년 시디로 복각되었다. 과연 푸르니에다. 우아하고, 기품이 있다. 왜 푸르니에의 초기 레코딩이 콜렉터들의 표적이 되었는 지를 알 수 있을 거 같다.
10.[Beethoven] Sonata for Piano & Violin in F major, op.24 "Spring I. Allegro / Fritz Kreisler[Violin] & Franz Rupp [Piano]
풍부한 선율과 충만한 서정성으로 가득찬 곡으로 1800년에서 1801년 사이에 작곡된 것.
베토벤이 남긴 10곡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에서 9번[크로이처]와 함께 걸작으로 꼽히지만 대중적인 선호도에 있어서 단연 선두에 있는 작품.
김희선이 등장한 제과점CF를 비롯해 여러 광고, 드라마, 영화의 배경 음악으로 쓰이기도 했다. 밝고 유창한 바이올린 선율로 시작되는 1악장은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즉흥적인 변주가 낭만적이며 봄기운에 들떠있는 기분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빈 출신이었던 만큼 독일 - 오스트리아 작품에 정통했다. 특히, 고전파, 낭만파 시대 음악은 그의 음악적 뿌리였다. 그런 만큼 그의 베토벤 작품들은 모두 명연으로 꼽힌다. 그에 대해 바이올리니스트 지노 프란체스카티는 말한다. [진정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려면 크라이슬러를 들어야 한다. 그의 혼을 본받아야 한다. 그는 진정한 음악이란 무엇인가를 정의내려준 진정한 장인이었다.] 이 녹음은 1936년의 녹음이다. 따라서, 생생한 디지털 음원에 길들여져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듣기 곤혹스러움을 안겨 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 연주자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그 무엇을 담고 있다.
연주에 귀기울이다보면 어느새 사람을 녹아들게 하는 명연이다. 고풍스럽고 아름답고 훈훈하다.
11.[J.S. Bach] Partita No. 2 in D min, BWV 1004 5. Chacone/ Jascha Heifetz
[바흐는 최고의 인도자이며, 인생의 등대다. 바흐는 전부이며, 모든 것이다.]고 했던 바이올리니스트 헨릭 셰링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음악사에서 바흐가 차지하는 비중은 너무도 크다고 할 수 있다. 화석이 되어버리지 않고, 늘 진행형으로 감동을 주는 바흐.
그의 곡 중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역시 지금도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으며,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명곡. 피아노와 다른 악기의 반주없이 오로지 바이올린만으로 독주하는 곡이다.
고로 연주자의 명인기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바흐의 [마태 수난곡]이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그랬던 것처럼 이 곡 또한 한동안 사장되었던 곡.
19세기 후반 요제프 요아힘이 콘서트에서 이 곡을 연주하면서부터 주목을 받았고, 20세기 들어서는 콘서트 인기곡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 중 [샤콘느]는 그 자체로도 풍부한 화성과 깊은 감성, 짜임새있는 기교가 압권인 곡.
그런 즉 기교의 극한을 보여준 불세출의 바이올리니스트 야사 하이페츠에게는 맞춤형 레퍼토리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여기 담겨진 녹음은 1935년 12월 4일부터 6일까지 행해진 것.
누가 들어도 금방 집중하게 만든다. 그만큼 소름을 돋게 하고,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명연이다.
12. [Bruch] Kol Nidrei, adagio on Hebrew Melodies Op.47 / Pablo Casals[Cello] & Landon Ronald[Conductor]London Symphony Orchestra
독일의 작곡가 브루흐는 신학 박사답게 종교적 성악곡을 많이 남겼
지만 정작 그의 명성을 높여준 것은 기악 작품들이다.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스코틀랜드 환상곡과 더불어 가장 유명한 이 곡은 고대 히브리의 전통적인 선율인 성가 ??콜 니드라이??(Kol Nidrei)를 변주시킨 환상곡. 1881년 작곡되어 라이프찌히에서 초연되었으며, 독일의 첼리스트 로버트 하우스만(Robert Hausman, 1852-1909)에게 헌정되었다. [신의 날]이란 뜻의 곡명이 말해주듯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작품. 하지만 동양적인 애수와 낭만적인 기운이 깃들어져 있어 널리 사랑받고 있다. 또한, 독주악기의 개성과 기교가 잘 발휘될 수 있는 곡이어서 첼리스트들도 선호하는 곡. 1936년 11월 27일 녹음된 카잘스의 녹음은 시대를 뛰어넘는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카잘스의 고매한 정신과 예술혼이 듣는 이를 압도한다. 가히 20세기의 기념비적인 레코딩이다. 음질의 한계를 100%상쇄시켜주는 절대 감동을 안겨준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명연을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헌석 / 음악평론가, 방송인, 뮤직 코디네이터
열려라 클래식, 연인에게 주는 365일 음악선물, 이럴 땐 이런 음악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