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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관찰과 고백을 담은 아름다운 속삭임.
닉 드레이크(Nick Drake)와 노라 존스(Norah Jones) 사이의 포크음악. 영국 출신의 여성 포크 싱어/송라이터 캐서린 윌리암스(Kathryn Williams)의 2006년 작 [Leave to Remain]
어쿠스틱한 편성의 연주와 차분하고 부드러운 보컬이 어느덧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캐서린 윌리암스의 여섯번째 앨범 [Leave to Remain] 역시 그녀의 주특기로 채워져 있다. 사실 바로 직전 앨범에서 팝한 맛이 잠시 떨어졌는데 2006년도에 발표된 본 작에서는 다시 대중적이고 완벽한 팝송들을 가지고 돌아왔다. 살랑살랑거리는 어레인지는 마치 조니 미첼(Joni Mitchell)의 피를 꾸준히 수혈 받은 듯 보이며 조니 미첼 보다는 훨씬 개인적인 감성으로 청자에게 다가간다. 단촐하고 요란스럽지 않은 어레인지로 앨범을 이끌어 가는데 이런 구성이야말로 가장 그녀의 음악에 적합한 방식이 아닐까 싶다. 전작 [Over Fly Over] 보다는 확실히 악기편성을 줄였지만 훨씬 귀에 감기는 멜로디가 보강되었다. 어느 리스너는 닉 드레이크(Nick Drake)의 걸작 [Five Leaves Left]와 감히 비교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멜로디의 진행이라던가 가슴이 따뜻해지는 노래들은 흡사한 구석이 있다. 손으로 뜯는 어쿠스틱 기타소리는 아무래도 피크로 연주하는 소리보다 뭉둑하고 따뜻하다. 아주 가끔씩 일렉트로닉한 효과음들이 사용되는데 음악적인 요소보다는 말 그대로 지금 당장의 감성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도구로 주로 사용된다. 이노센스 미션(Innocence Mission)의 포근함과 로우(Low)의 침착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이번 앨범에는 은은한 커피판매점에 울려퍼질 법한 잔잔한 노래들이 펼쳐진다. 사실 고백하자면 본인은 커피샵을 가지 않는데, 그러므로 앞의 비유는 해외 리스너들의 코멘트를 빌려온 것임을 밝혀둔다.
첫 곡 [Blue on to You]는 비틀즈(Beatles)의 [Blackbird]와 비슷한 멜로디의 기타 인트로로 시작하는데 가사에 계속 나오는 '블루'라는 것이 조니 미첼의 [Blue] 앨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해서 묘하게 다가온다. 격정적으로 끝나는 [Let It Happen]은 고조되는 부분에 "Never Never" 라고 계속 외치는 부분이 바비 달린(Bobby Darin)의 [Mack The Knife]의 어느 소절을 떠올리게끔 한다. 첼로 연주와 함께 산들바람같이 잔잔하게 흐르는 곡 [Sustain Pedal]에 딱히 서스테인 페달을 밟는 부분이 나오지는 않지만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서스테인 페달을 계속 밟고 있거라. 지금 이 부분부터 헤어나올 수 없을 때 까지."
이후에는 사람에 관한 두 곡이 연이어 등장한다. 영국의 시인 스티비 스미스(Stevie Smith)에게 바치는 노래인 [Stevie]를 지나 자신을 [Sandy L]이라 소개하며 자신의 방안에 있는 웹캠 앞에서 옷을 벗는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건반과 혼섹션, 그리고 현악기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When]과 [Hollow]는 본 앨범에서 비교적 풍부한 소리를 담아내고 있는 트랙들이며 확실히 듣는 사람을 매혹시키는 [Hollow]의 경우 따로 싱글이 발매되기도 했다. 앨범은 어쿠스틱 기타가 주를 이루고 있는 [Opened]와 [Room in My Head]를 끝으로 마무리 된다.
보너스 트랙도 한 곡 있다. 이전에 언급했던 [Hollow]의 싱글 비사이드 곡인 [Everyday Still Life]가 바로 그것인데 싱글 비사이드 트랙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친숙한 멜로디라인을 가진 포크 트랙이라 하겠다.
가사들이 항상 노래만큼 상냥한 것은 아니다. 물론 상냥하고 시적인 표현으로 채워진 곡들도 있지만 예리한 애청자라면 [Glass Bottom Boat]의 가사가 귀에 들어올 것이다. 가사 중에는 "We've Been Fucking All Afternoon/ Burning Like Fossil Fuel" 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노파심에 이걸 굳이 해석해 보자면 "우리는 오후 내내 떡을 쳤고 화석 연료처럼 불타 올랐다." 정도가 될 것 같다. 정말 훌륭하지 않은가? 하지만 노래는 결국 시적인 표현으로 마무리 짓는다.
현명하고 또한 은밀하다. 여전히 포근하고 따뜻한데 게다가 더욱 팝적인 센스로 무장한 채 우리에게 돌아왔다. 당신이 오래된 포크 뮤지션들의 팬이거나, 혹은 이노센스 미션, 나탈리 머천트(Natalie Merchant), 그리고 줄리아나 햇필드(Juliana Hatfield)의 팬이라면 이번 앨범을 반드시 체크해봐야 할 것이다. 2년 전의 앨범이지만 지금에라도 다시 발매된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익숙하지만 흔하지 않은 감성으로 충만하다.
요즘 가끔씩 소파에서 잠을 잘 때가 있다. 야심한 밤에 누워서 케이블 티비를 보다가 그냥 잠들어 버리는 경우인데, 비몽사몽하는 와중에 아, 침대로 가서 자야지 하는 생각이 들곤 하지만 결국엔 저항할 수 없는 졸음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채 소파에서 잠들어 버린다. 이상한 비유일수도 있으나 캐서린 윌리암스의 음악이 그렇다. 그녀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면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된다. 베쓰 오튼(Beth Orton)이라던가 노라 존스(Norah Jones)의 음악이 고급 침대라면 캐서린 윌리암스의 음악은 잠깐 누웠을 때 저항하기 어려운 훌륭한 쿠션감을 가진 아늑한 소파와도 같다. 말이 나온 김에 언제 한번 캐서린 윌리암스의 곡을 틀어놓고 소파에서 한번 자봐야겠다. 달콤한 꿈을 꾸게 될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의 우아한 업적. - The Times
그녀가 남긴 최고의 결과물. - Uncut
이 앨범은 넘치는 재능으로 가득하다. - Mojo
가슴이 두근거린다. - The Guar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