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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도 머큐리 프라이즈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의 포크 싱어-송라이터.
화제의 뮤직비디오 [Be Good or Be Gone]의 주인공 피온 리건(Fionn Regan)의 화제의 데뷔앨범!
Bio
U2의 고향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의 피온 리건(Fionn Regan)은 어린시절 뮤지션인 아버지와 함께 집 근처 해안가의 리조트 호텔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 그리고 기타를 연주하면서 돈을 벌었다. 그는 채 열살이 되기 전부터 대중 앞에서 연주를 했는데 아일랜드 뿐 만 아니라 영국의 브라이튼 같은 곳에서도 공연을 했다고 한다. 나이를 먹고 자신이 써놓은 곡들이 모여질 무렵 인디 레이블인 앤빌 레코드(Anvil Records)와 계약하고 세 장의 EP를 공개하게 되는데 2002년에 싱글 [Little Miss Drunk]을 시작으로 2003년도에 [Reservior], 2004년도에 [Hotel Room], 그리고 2005년도에는 [Campaign Button]이라는 EP들을 발표하면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 나간다. 그리고 2006년, 짜르(Czars), 디어스(The Dears), 미드레이크(Midlake) 등이 소속되어 있고, 콕토 트윈스(Cocteau Twins)의 사이먼 레이몬드(Simon Raymonde)가 사장으로 있는 벨라 유니언(Bella Union)과 계약하면서 비로소 그의 음악적 인생은 뒤바뀐다.
피온 리건의 놀라운 데뷔앨범 [The End of History]는 8월 7일 영국에서 발매됐다. 시적인 가사와 풍부한 멜로디, 그리고 능숙한 연주솜씨는 많은 팬들과 프레스의 갈채를 한 몸에 받기 충분했다. 앨범 발매 한달 후에 펼쳐진 투어에서 그의 천재적인 퍼포먼스가 여러 사람들에게 회자되기도 했는데 영국의 가디언(Guardian)지에서는 별 다섯개를 헌사하며 그의 라이브에 극찬을 보낸 리뷰를 공개하기도 했다.
유럽을 넘어 텍사스의 SXSW와 뉴욕 등지에서 공연을 펼치면서 미국에서도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그리하여 결국 준 메이저급인 로스트 하이웨이(Lost Highway)와 계약을 성사시키고 미국 라이센스가 이루어진다. 개인적으로도 현재 가장 좋아하는 레이블 중 하나인데, 자니 캐쉬(Johnny Cash) 어르신의 아메리칸 레코딩 시리즈라던가 루신다 윌리암스(Lucinda Williams)의 앨범들, 그리고 셜비 린(Shelby Lynne), 밴 모리슨(Van Morrison)의 신보들이 여기서 발매됐다. 앨범은 미국에서 2007년 7월 10일에 발매됐는데 당연히 미국 등지에서도 화려한 평점을 얻어내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다. 2007년도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발(Glastonbury Festival)을 비롯해 스페인, 아일랜드, 그리고 미국의 각 지역의 페스티발에 초대되면서 단촐하지만 놀라운 라이브 퍼포먼스를 펼쳐보였다. 또한 미국의 유명 토크쇼인 코난 오브라이언 쇼(Conan O' brien)의 10월 15일자 방송 분에서 노래를 하면서 미국 전역에 소소하게 알려진다.
연말에는 당연히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앨범으로 지목되면서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2006년 아일랜드의 초이스 뮤직 프라이즈(Choice Music Prize)에서 선정한 ‘올해의 앨범’ 부문과 더불어 메테올 어워드(Meteor Awards)에서도 올해의 ‘아일랜드 남자가수/올해의 신인가수’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대중매체 아이리쉬 인디펜던트(Irish Independent)지에서 꼽은 2006년도 '올해의 앨범'으로 등극하면서 피온 리건의 앨범은 2006년 가장 중요한 앨범으로 손꼽히게 된다. 그리고 1년 후인 2007년도에는 머큐리 어워드(Mercury Music Prize)의 '올해의 앨범'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고 시상식장에서 공연까지 하면서 다시 한번 그 열풍을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또한 영국 E4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Nearly Famous]와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에 [Be Good or Be Gone]이 사용되면서, 그리고 영국의 음악 전문지 모조(Mojo)의 연간차트 32위에 랭크되면서 그 인기는 꾸준히 지속된다.
앨범의 두 번째 싱글 [Be Good or Be Gone]의 재치있는 뮤직비디오가 한국의 블로거들을 비롯한 전세계를 사로잡으면서 세간의 집중을 받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영국의 뮤직 비디오/광고 제작 회사인 아카데미 필름(Academy films)의 두 명의 감독 콤비 시와 애드(Si & Ad)는 피온 리건의 노래에 빠져들게 되면서 뮤직 비디오를 찍어줄 것을 제안한다. 그들은 이전에 트레이시 쏜(Tracey Thorn)이라던가 그루브 아르마다(Groove Armada) 등의 뮤직 비디오를 찍어주며 이름을 날리던 콤비인데 도서관, 이발소, 지하주차장, 마트, 수영장, 길거리, 목장 등을 오가며 펼쳐지는-그리고 현장의 엠비언스 소리까지 포함하고 있는-웃기면서 아름다운 뮤직비디오는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킨다. 심지어 앨범이 아직 정식으로 공개가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네티즌들마저 사로잡게 되며, 맥시밀리언 해커(Maximilian Hecker)가 자신의 베스트/커버앨범인 [Once I Was]에서 이 곡을 리메이크하면서 다시 한번 주목 받는다. 뮤직비디오는 현재 유튜브(Youtube.com)에서 23만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The End of History
본 작 [The End of History]는 피온 리건 자신의 프로듀싱과 벨라 유니언의 사장님인 사이먼 레이몬드의 믹싱으로 만들어 졌다. 어린시절부터 포크와 블루스의 영향을 흡수했으며 록앤롤에도 심취했다고 말한 그는 실제로 인터뷰에서 밥 딜런(Bob Dylan)과 닐 영(Neil Young) 이외에 리드벨리(Leadbelly)라던가 우디 거쓰리(Woody Guthrie), 그리고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와 너바나(Nirvana)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고 밝힌바 있다. 앨범의 녹음은 대부분 버려진 헛간에서 이루어졌는데 앨범 속에 깔리는 특유의 자연스러운 리버브가 바로 이 장소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가끔씩 마이 모닝 자켓(My Morning Jacket)의 짐 제임스(Jim James)라던가 존 덴버(John Denver)의 보컬을 연상시키기도 하며 앨범은 로이드 콜(Lloyd Cole)의 포크-락 튠 이라던가 리처드 톰슨(Richard Thompson)의 곡을 떠올리게끔 만드는 로맨틱한 무드의 곡들로 채워져 있다. 아늑한 풀내음으로 가득하다.
앞서 언급했던 앨범 최고의 히트곡 [Be Good or Be Gone]을 시작으로 앨범은 유유자적 흘러간다. 흥겨운 기타리프로 진행되는 [The Underwood Typewriter], 코넌 오브라이언 쇼에서 불렀던 곡으로 중반부부터 등장하는 드럼이 인상적인 [Hunters Map], 마치 밥 딜런의 [You Belong To Me]의 기타리프를 연상케 하는 [Hey Rabbit], 첫번째 싱글로 알려진 아름다운 칸츄리 트랙 [Put a Penny In the Slot]의 순서로 앨범이 전개된다. 큰 북소리로 장중하게 시작하는, 마치 엘리엇 스미스(Elliott Smith)류의 왈츠 트랙들과 비슷한 전개를 가진 [The Cowshed], 담백한 목소리와 전개가 마치 아이언 앤 와인(Iron & Wine)을 떠올리게 하는 [Snowy Atlas Mountains], 기묘한 백코러스와 함께 역시 약간은 무게 있게 흘러가는 타이틀곡 [The End Of History], 앨범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트랙 중 하나로 하이톤의 어쿠스틱 기타가 싱그러운 [Abacus], 그리고 피아노가 중심이 되어 감동적인 피날레를 보여주는 [Bunker Or Basement]를 끝으로 앨범은 마무리된다. 그리고 곡이 끝나고 얼마 후 다시 나오는 히든 트랙 또한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 어쿠스틱한 악기편성 때문만은 아니다. 아마도 흙냄새나는 목소리의 질감, 그리고 전문 스튜디오에서는 결코 재연할 수 없는 단촐한 헛간에서 녹음된, 눈으로는 결코 볼 수 없는 공간감 때문에 그런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곡 자체도 너무나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대부분이 기타와 피아노를 바탕으로 진행되는데, 앨범에 가득 채워진 아름다운 멜로디와 감상적인 보컬을 제외한 더 이상의 악기가 오히려 불필요해 보인다.
이런 음악들을 들을 때면 가끔씩 화가 난다. 정말 수 십년 전부터 있어왔던 방식이고, 들으면 들을수록 너무나 뻔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참을 듣고 있노라면 결국은 좋다고 넘어가버리게 된다. 불경스러운 예시 이다만 마치 성인영화가 뻔한데도 불구하고 계속 보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주장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몰릴려나. 차라리 공기 좋은 산자락 약수터에 가면 상쾌해 지기 때문에 지겨운데도 불구하고 계속 찾게 된다는 예문이 더욱 적합할 것 같다. 아무튼 그렇다.
이 앨범이 단기간에 이루어놓은 수많은 성과들은 사실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이런 류의 음악은 일단 그냥 듣고 가슴으로 혼자 담아놓으면 그만일 것이다. 마치 우연히 친구의 일기장을 보고 혼자 가슴속에 간직하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 들어 주변에 너무나 분노할 일들이 많았다. 비단 유독 본인이 신경질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 만은 아닐 것이다. 티벳 독립 시위현장에서 사람들이 학살당하고, 문화재는 불타버리고, 실종된 아이는 시신으로 발견됐으며 환율은 계속 급등하고…. 나열해보자면 끝도 없는데, 어쨌든 안정적인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 바로 지금 시기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음악을 사랑하는 당신의 마음에 평안을 얻고 싶다면 당분간 이 음반 외에 다른 음악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따뜻한 무언가가 절실한 요즘이다.
한상철(불싸조 http://myspace.com/bulssaz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