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자켓 바코드 부분이 약간 훼손됬으나 나머지는 새상품과 같음
"安全地帶" 감미로운 멜로디로 팬들을 다시 찾아온 추억의 전령사!
あなたに
안전지대라는 이름은 청계천을 돌아다니면서 해적판으로 제이팝을 듣던 386세대에게는 단순히 학창시절 좋아했던 일본 그룹 이름이라기 보다는 아련한 추억 그 자체일 것이다. 당시 국내 가요계는 변진섭 류의 발라드와 들국화 류의 새로운 스타일의 락 사운드가 인기를 얻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런 와중에 안전지대의 음악은 한국인들의 정서에 딱 맞는 끈끈하고 감미로운 멜로디로 다운타운 가를 중심으로 수많은 고정팬들을 만들어 냈다. 대다수의 음악 팬들이 해적판을 이용하던 당시 이들의 인기는 공식 집계는 불가능했지만 해적판의 엄청난 판매고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이제 그들의 음악이 오랜 세월 동안의 금기를 깨고 일본어 그대로 국내팬들에게 공식적으로 선보이게 되었다.
I Love Youからはじめよう
사실 이 음반을 구입해서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전지대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좋아하고 있거나, 본작의 새로운 음악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룹의 연혁을 나열한다거나 천편일률적으로 이들을 불특정 다수에게 소개하기 위한 글을 쓰기 보다는 이들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는 것에 포인트를 두고 싶다. 이미 우리의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그들의 대표곡들에 대해 말해 보자면, 애절한 기타 인트로로 시작되는 'ワインレッドの心'같은 곡은 이미 곡 전체의 멜로디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부르는 팬들도 많을 것이다. 90년 라이브 앨범 [安全地帶 Live 85 Endless]에서 특히 진가를 발휘한 발라드 명곡 'あなたに'는 개인적으로 이들의 곡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절제된 편곡과 들으면 들을수록 기억에 남는 멜로디 라인이 일품이었다. 트로트 느낌이 상당히 강한 '碧い瞳のエリス'는 처절하면서도 드라마틱한 편곡이 좋았고 일렉트릭 피아노 소리가 하드하게 울려 퍼지는 'Friend' 역시 안전지대의 팬들이라면 너무도 좋아했던 곡임에 틀림없다. 당시 안전지대의 히트곡 대부분이 발라드 일색이었지만 'I Love Youからはじめよう', '悲しみにさよなら', '好きさ', 'じれったい'같은 곡들은 비교적 빠른 템포로 또 다른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이외에도 '戀の予感', 'プルツアンブル-の肖像', '抱きしめても', '熱視線', '微笑みに乾杯', '月に濡れたふたり', '眞夜中すぎの戀' 등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감미로운 곡들이 즐비하다. 앞에 열거한 대표곡들 이외에도 그들이 남긴 수많은 곡들은 이미 우리의 가슴속에 살아 숨쉬고 있다. 또 그룹의 실질적 리더이자 보컬리스트인 타마키 코지는 그룹 활동을 중단한 뒤 솔로 활동을 벌여 꾸준히 자신을 관리해 왔다. 솔로 활동에서도 그룹 시절의 인기를 등에 업고 공연장마다 성황을 이루었다. 그리고 얼마전부터 그룹 활동을 재개해 2003년에는 통산 10번째 정규 앨범으로 다시 팬들을 찾아 오게 된다.
安全地帶 X ~雨のち晴れ~
안전지대의 작품 가운데 10번째 정규 앨범에 속하는 본작에는 총 12곡이 수록되어 있다. 세월이 지나고 나이를 먹었음에도 여전히 변치 않는 안전지대만의 사운드가 그대로 담겨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트로트에 가까운 창법과 멜로디 라인은 다소 줄었지만 중음이면서도 여러 가지 감정 표현에 능한 타마키 코지의 목소리 역시 그대로이다. 80년대 이들의 사운드 풍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악기톤과 믹싱이 다소 현대적으로 처리되어 있다. 80년대 안전지대의 음악과 2000년대 현대적인 악기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멜로디 라인이 전체적으로 강한 인상을 준다기 보다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것 또한 특징이다. 전체적으로 발라드 보다 업 템포 곡들의 비중이 높고 멜로디 또한 기억에 남는다. 때문에 80년대를 대표하는 발라드 그룹이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바꾸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첫번째 곡인 '明星'는 안전지대 특유의 감미로운 멜로디와 시적인 가사가 분위기를 압도한다. 많은 세월이 지났음에도 철저한 자기 관리와 끊임없는 노력에 의한 타마키 코지의 목소리는 전성기 그대로이다. 후반부에 반복되는 후렴구는 쉽고 편안해서 라이브에서 팬들과 함께 하기 좋을 것으로 보인다. 안전지대로서는 상당히 빠른 템포의 앨범 동명 타이틀 트랙 '雨のち晴れ'는 경쾌한 리듬에 실린 맑고 투명한 키보드 사운드와 쉬운 멜로디가 80년대 이들의 사운드를 그대로 듣는 듯 하다. 특히 발라드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타마키 코지의 목소리는 이어지는 '?'에서 잔잔하면서도 애절한 감동을 준다. 몰아 부치는 폭발력이나 후렴구의 응집력보다는 가볍고 듣고 부담없이 흘릴 수 있는 것이 오히려 이곡의 매력이다. 'カメレオン'는 제목에 잘 어울리는 마이너의 곡으로 하드록 넘버이다. 감각적인 중저음 디스토션 기타 리프도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데 일조하고 있다. 가성을 이용한 창법이 이채로운 'ショコラ'는 어쿠스틱 기타 아르페지오 연주가 꾸준히 깔리는 것을 제외하면 전형적인 안전지대 풍 발라드 곡이다. 다소 거국적인 제목의 'この星はみんなの星'는 컨트리 풍의 밝은 업템포 곡으로 부담없이 흘러간다. '薔薇'는 3/4박자 곡으로 잔잔하게 다가오는 본작의 특성을 대표하는 곡으로 때때로 고개를 드는 슬라이드 기타 연주가 감칠맛 난다. 물이 없는 분수라는 제목부터 시적인 '水のない噴水'는 80년대 안전지대 사운드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컨트리 풍 리듬의 '負け戰'은 오프닝 곡 '明星', 다음 트랙인 '月見草'와 함께 이 앨범에서 가장 좋은 멜로디를 가지고 있다. 확실한 기승전결과 간결한 구성이 전체적으로 잘 짜여져 있다. 앨범은 후반부로 갈수록 좋은 곡들이 포진되어 있다. '月見草'도 그 대표적인 곡으로 새로운 곡이면서도 어디서 한번쯤은 들어본 듯 한 친숙한 멜로디를 담고 있다. 새로운 곡을 들으면서도 추억을 회상하기가 가능한 곡으로 묘한 느낌이 교차한다. 80년대 전성기 발라드 히트곡들과 비슷한 'いつの日か會いましょう'에서는 부드러움보다는 오히려 오랜 연륜이 느껴진다. 마지막 곡인 '夜間飛行'은 강한 후렴구 멜로디를 자랑하는 곡으로 어중간한 미디엄 템포로 페이드 아웃되어 아쉬움을 남겨준다.
碧い瞳のエリス
내가 안전지대의 음악을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이다. 당시 미대 디자인과에 입학하기 위해 학원과 학교를 동분서주하던 나에게 나가부찌 쯔요시와 알피 같은 음악은 많은 힘이 되어 주었다. 당시 헤비메탈 음악에 심취했을 때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해적판은 항상 귀를 식혀주는 청량제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입시 공부에 지친 심신을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결국 대학 졸업 이후에는 전공과는 전혀 다른 일을 선택했고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자부심 하나 만으로 음악계에 종사하고 있다. 요즘도 일을 하면서 깊은 밤 가끔 꺼내 듣는 안전지대의 베스트와 라이브 앨범은 꿈 많았던 학창 시절을 생각하게 한다. 그동안 일본어 가창 음반은 여러 가지 상황으로 말미암아 이제야 공식적으로 안전지대의 곡들을 일본어 가창 오리지널 곡으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너무도 늦은 감이 있지만 상당히 다행스러운 일이다. 안전지대의 10번째 앨범인 본작은 새로운 곡들을 통해 지난날의 추억을 회상하기에 좋은 매개체 역할을 해주고 있다. 앞으로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소개될 이들 음악의 서곡에 불과하며 386 세대들에게는 물론 일본 음악에 관심이 있는 팬들에게 큰 감동과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동시에 안겨줄 것이다.
[자료제공: 이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