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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al Service - Give Up
느린 연애를 위한 노래
캘리포니아에서 온 1등 우편물 - BBC
뉴-웨이브 몽상가들 – 4.5/5 Rolling Stone
두 사람의 긴장이 만들어낸 끝내주는 앨범 –Pitchfork Media
기버드의 메인(Death Cab For Cutie)을 모두 가려버릴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팝 레코드 - Entertainment Weekly
빌보드 일렉트로닉 앨범 차트(Top Electronic Albums) / 히트시커스 차트(Top Heatseekers) 1위
톱 인디펜던트 차트(Top Independent) 3위 / 빌보드 200 차트(Billboard 200) 114위 기록
新 연애의 지침서라 나와 있는 잡지 기사줄기에도 “편지쓰기”가 묵고 묵은 레트로가 된지 오래일 텐데. 그들의 편지는 어투마저도 저 옛날 17세기 문인들 같지 않았을지.
오해말길, 이 앨범의 주인공인 벤 기버드(Ben Gibbard)와 지미 탬보렐로(Jimmy Tamborello) 이야기다. 사랑이야기는 아니지만(하하) 이들이 1년 가까이 주고받은 작업의 결과물이 사랑에 관한 10곡으로 태어났으니 과히 틀린 말은 아닐 거다. 메인 밥벌이(밴 기버드는 데스 캡 포 큐티, Death Cap for Cutie의, 지미 탬보렐로는 디앤텔, Dntel의 책임자)를 가진 이들의 본격적인 연애(?)는 디앤텔의 앨범 <Life Is Full Of Possibilitties>(2001)에 수록된 ‘(This Is) The Dream Of Evan And Chan’이란 곡을 함께 작업한 후에 이루어 졌다. 결국은 이 프로젝트의 이름이 된 우편(US Postal Service)을 이용한 소통은 탬보렐로가 자신의 작업물을 CD-R에 ‘구워’ 시애틀의 기버드에게 보내면, 기버드는 그 소스 위에 멜로디와 가사를 얹고, 가끔은 기타와 드럼, 키보드를 입혀 그 데모를 다시 LA의 탬보렐로에게 보내는 식이었단다. 서로의 작업에 대한 수정이나 요구사항들 역시 구구절절이 편지로 적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페덱스도 아니고 우편이라는 ‘저렴하고 귀찮고 느긋한’ 소통을 통해 탄생한 이 앨범이 서브 팝의 명예를 되찾아주고 돈방석에 올려놓았다니. 다음번에는 뮤지션들 사이에서 우편이 일종의 암호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자, 이제 그들의 작업을 들여다보자.
건조하던 디엔텔의 비트는 온데간데없고 사랑 노래다운 촉촉함이 대신 자리한다. 그 위 기버드의 촌철살인 멜로디가 선명한 라인을 그리고, 최소한도로 사용된 악기들이 뒤를 따른다. 하지만 화룡점정은 백워드 매스킹으로 돌리면 "이 노래를 나 말고 누가 이렇게 부를 수 있겠니"라는 말이라도 나올 듯한 기버드의 목소리이다. 언제나 소년과 청년 사이에서 방황하는 그의 목소리는 떠나려는 그녀를 어떻게든 잡으려 할 때도(‘Nothing Better’), 간지럽게 사랑을 노래할 때도(‘Such Great Heights’), 탬보렐로가 만들어 낸 극적으로 몽환적인 세계 안에서도(‘Recycled Air’) 지친 청춘을 효과적으로 연기한다. 더불어 앨범은 80년대의 향수 공식에도 충실하다. 80년대 신스 팝(Synth Pop)이나 뉴 웨이브(New Wave)의 기운이 느껴지는 가운데 심지어 수록 곡 중 ‘Nothing Better’는 휴먼 리그(Human League)의 ‘Don't You Want Me?’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당당히 밝힐 정도라니! 작업방식부터 음악까지 철저히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유기농 사운드라 해도 될까.
하지만 가장 큰 이슈는 뭐라 해도 ‘일렉트로니카 최고의 러브 송’이란 극찬을 받은 ‘Such Great Heights’가 차지한다. EP에도 등장하셔서 이 곡을 불러 젖힌 우리 샘 빔 교수님(Iron & Wine)과 신스(The Shins)를 비롯해 벤 폴즈(Ben Folds), 매트 네이션슨(Matt Nathanson)이 커버를 서슴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해리 포터의 엠마 왓슨(Emma Watson)양도 그들을 자신의 Favorite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영화 <가든 스테이트, Garden State>(교수님 버전이었지만)와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Grey's Anatomy>, 끝내는 한국 HP광고에도 등장하고야 만 것이다.
입 맞출 때 서로를 거울에 비춘 것처럼
우리 두 사람 눈 가 주근깨가 정확히 하나로 겹쳐지는 걸 보면
이건 어쩌면 신의 계시가 아닐까
억지소리라는 걸 알아
하지만 우리가 헤어져 있고 네가 그리워 미칠 때면 나는 이런 생각이라도 해야 견딜 수 있는 걸
그러니 먼 곳을 여행하는 동안 혹시나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듣게 되면 너를 기다리며 노래하는 나를 기억해
- Such Great Heights
유치하기도 한 다툼과 화해는 모종의 거울처럼 다른 커플들을 보며 깨닫듯이 조금 느린 연애란 것도 이 기버드-탬보렐로 커플(?)에 의해 알아 갈 듯하다. 그래, 그저 연애란 것은 ‘기 싸움’을 가장한 쫀쫀한 시간재기와 표현의 과잉만 있을 뿐이지, 라며 일축해보기도 한다. 느리고 기다릴 줄 아는 연애. 때로는 노래 한 곡조가 책보다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