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나 링고 데뷔 10주년 기념 작품 !!
1998년 데뷔 이래, 예측 불능의 종횡무진 활동전개로 유일무이한 아티스트 상을 확립하고, 고고의 존재감을 발하는 아티스트 시이나 링고. 2008년 데뷔 10주년 기념 앨범 [나와 방전]을 발매합니다.
10주년 기념 앨범 [나와 방전]에는 팬들로부터 상품화 리퀘스트가 가장 높은, 데뷔시부터의 앨범 미수록곡과 싱글의 커플링 곡이 포함된, 2CD - 총 22곡입니다. 겁도 없이 망설임도 없이 그리고 거침도 없이 팜므 파탈의 세계를 음표로 표현해 온 시이나 링고. 데뷔 10주년을 맞은 시이나 링고가 나이테를 더한 연륜보다는 10년 벼린 칼날의 번득임으로 서늘한 쾌감을 안겨주는 곡들을 모았습니다.
*** 일본 오리지널 수입 초회 한정반 특전 ***
1. 10주년 기념 특별 디럭스 더블-자켓 사양
2. 10주년 기념 콘서트 티켓 선행추첨 예약 광고지 동봉
3. 10주년 기념 로고 스티커 동봉
원문: 오노다 유(小野田雄)
번역: 유은정
시이나 링고는 1978년 11월 25일, 일본 사이타마 현의 우라와 시(현재의 사이타마 시)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시이나 유미코. 아버지의 전근지를 따라다니며 시즈오카 현을 거쳐 후쿠오카 시에서 성장한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발레, 피아노 등 여러 가지 교습을 받았다. 중학교 때 친구와 첫 밴드를 결성한 그녀는 학교 축제 등의 무대에 섰지만 몇 번의 라이브를 치른 뒤 팀을 해산했다. 하지만 음악을 그만 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음악에 대한 열망은 더 커진 듯 이후 교내외를 포함해서 20개가 넘는 밴드를 거쳤고 모든 악기 파트를 경험했다. 고등학교를 중도에서 그만 둔 링고는 피자 가게 점원, 경비원 등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니시진에 있던 음악교실에 다녔는데 그 때 학원의 기타 강사와 상담을 하다가 ‘링고’(일본어로 ‘사과’를 뜻한다)라는 예명을 지었다. (하지만 이 예명의 유래에는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어린 시절에 혈행이 좋지 않아서 뺨이 늘 빨간 사과 볼이었기 때문에 링고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비틀즈의 드러머 링고 스타를 좋아해서 그 이름을 따왔다는 말도 있다)
혼자서 데모 테이프를 만들며 라이브 무대에도 서곤 하던 그녀는 본격적인 데뷔 기회를 잡기 위해 1994년에 탤런트 선발 대회에 참가했다. 이 대회는 아이돌을 발굴하는 이벤트였는데 별 생각 없이 경험 삼아 참가한 링고는 전국 대회에 나가기 전 까지 수영복 심사가 있는 지도 몰랐다고 한다. 지금의 그녀와 아이돌 콘테스트는 상당히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그런 까닭인지 팬들 사이에서는 암묵적으로 이 경력을 언급하는 일이 금기가 되기도 했는데 링고 자신은 별로 개의치 않는 듯 심야 방송에서 스스로 이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그녀의 발언이 해금의 기회가 되었는지 이후에는 그 콘테스트 참가 당시의 사진이 인터넷에 오르기도 했다.
열매를 맺기까지
이렇게 방향은 조금 다르지만 큰 무대를 경험한 그녀는 다음 해인 1995년 야마하가 주최하는 ‘제9회 TEENS' MUSIC FESTIVAL’에 출전하여 장려상을 받았고 일 년 뒤 개최된 ‘The 5th Music Quest 1996 Japan Final’에서는 우수상을 수상하며 뮤지션으로 활동할 수 있는 토대를 닦았다. 링고의 본격적인 데뷔는 1998년에 이루어졌다. 첫 싱글 「행복론(幸福論)」을 발매한 그녀는 이어서 싱글 「가부키쵸의 여왕(歌舞伎町の女王)」을 내놓았고 스스로 이 곡을 신주쿠계라고 불렀다. 이는 1990년대 전반에 일세를 누린 시부야계 음악을 풍자한 행동이었다. 링고의 첫 정규 앨범 「무죄 모라토리엄(無罪モラトリアム)」은 1999년에 발매되었는데 신인 가수로서는 상당한 성공인1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후 링고는 순백색의 간호사 원피스를 입고 머리에 흰 캡을 쓴 채 새 싱글 「본능(本能)」을 프로모션했다. 이 간호사 코스프레는 팬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기억에 시이나 링고라는 존재를 진하게 각인시켰고 덕분에 두 번 째 음반, 「승소 스트립(勝訴ストリップ)」은 대히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일본 골드디스크 대상에서 올해의 록 앨범으로 선정되었고 레코드 대상의 베스트 앨범상도 수상했다.
라이브 투어 등 뮤지션으로서의 활동도 왕성하게 하고 연기자 겸 가수인 토모사카 리에에게 <소녀 로봇>이라는 곡을 주며 작곡가로서도 입지를 넓히던 링고는 2000년 11월에 기타리스트인 야요시 준지(弥吉淳二)와 결혼을 했다. 당시 링고는 임신 중이었는데 이를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한밤중은 순결(真夜中は純潔)>의 비디오 촬영에 임했다. 하지만 곧 그 사실이 드러나 뮤직비디오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 이후 출산 등 개인 사정으로 잠시 활동을 정지했던 링고는 2002년 이혼을 발표했다. 이혼 이후 링고는 커버곡을 모은 앨범, 「가수의 즐거움~그 첫 번째~(唄ひ手冥利~其ノ壱~)」를 내놓았고 일 년 뒤인 2003년에는 「시멘트 정액 밤꽃(加爾基 精液栗ノ花)」(2003년)을 발표했다.
사과는 익어가고
2000년, 두 번 째 앨범을 완성 한 뒤 그녀는 인터뷰를 통해 “시이나 링고로서 활동하는 것은 세 번 째 앨범까지 만이다”라고 밝혔었다. 링고의 그 선언은 정확히 실천되었다. 3집을 낸 뒤에는 밴드 동경사변(東京事変)을 결성했고 2004년에 첫 앨범 「교육(教育)」 발표했다. 그리고 일부 멤버가 교체된 뒤 2년 후인 2006년에는 두 번 째 앨범 「어른(大人)」으로 차트 1위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현재 동경사변은 「오락(娯楽)」까지 3장의 앨범을 발매했다.
솔로에서 밴드 멤버로 변신한 그녀는 2006년에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다. 바로 영화 ‘사쿠란’의 음악 감독을 맡은 것이다. 이 작업으로 링고는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음악상을 받았으며, 홍콩 국제 영화제가 주최한 ‘아시안 필름 어워드’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사이토 네코와 공동 작업으로 [헤이세이 풍속(平成風俗)]을 발표했다.
데뷔 10주년 기념 앨범, 「나와 방전(私と放電)」
CD의 곡과 곡 사이에는 3초 정도의 공백이 있다. 링고는 이 갭이 싫어서 자신의 음반은 이런 틈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 제작한다. 그녀의 이런 ‘낭비를 싫어하는 절약 정신'은 이번에 발매한 데뷔 10주년 기념 앨범에서 다시 한 번 빛났다. 원래 싱글의 커플링 곡은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한다. 싱글 음반에는 수록되지만 순서는 언제나 2번으로 대부분의 시선은 간판인 싱글곡이 가져간다. 링고는 이렇게 늘 조연 취급만 받던 커플링 곡들을 골라 따로 앨범으로 묶어 10주년 기념 앨범으로 발매했다.
시이나 링고는 사근사근하거나 친절한 뮤지션은 아니다. 그녀가 거리낌 없이 펼쳐 보여준 가사는 어렵기 그지없다. 글자는 그저 단어일 뿐 의미를 알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자와 문어투가 많은 것도 난해한 이유 중 하나지만 그보다는 ‘링고 만의 법칙’에 의해 만들어 진 단어들이 섞여있어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윤회 하이라이트>는 전혀 뜻이 이어지지 않는 단어들로 나열되어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곡의 노랫말은 원래 영어로 지어졌다. 일단 영어로 가사를 지은 뒤 그 발음에 맞게 가차(假借)문자를 나열해 가사를 만든 것이다. ‘I never thought’라는 영어 가사를 愛に罵倒(일어발음으로는 I never thought와 비슷한 ‘아이니바도’가 된다)식으로 가차 표기를 했으니 이런 법칙을 알기 전까지는 도통 의미가 읽히지 않는다. 곡 제목인 <不幸自慢> 역시 ‘fuck off ”g"men’이 가차식 표기이다. 여기서 "g"men은 게이를 가르킨다는 말도 있는데 그렇게 단정하고 본다면 상당히 파장이 큰 가사가 된다. 하지만 또 그저 제3자인 "g"men이려니 여기면 그냥 모순된 사람을 꼬집는 노래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시각의 위치에 따라 해석을 다르게 내릴 수 있는 것이 링고 가사의 매력이다. (하지만 그 매력에 눈뜨기 까지는 오락 한 판을 깨는 정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Fade In, Fade Out의 설명 없이도 저절로 머리에서 극이 전개되는 것도 링고 노래가 가진 장점이다. <애처가의 아침식사>는 그 대표적인 예다. 남편이 출근하기 전, 아내는 나풀나풀 검은 머리를 늘어뜨린 채 과일을 깎는다. TV를 보니 흡연자에게 과일이 좋다네요, 한 쪽 들고 가세요 이렇게 상냥하게 권하면서. 그런 모습이 사랑스러워 남편은 아내에게 다가가 머리카락을 만진다. 그러자 아내는 180도 변한 차가운 모습으로 차갑게 말한다. 그것도 빛나는 과도를 든 채로. “이런 정경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선 내키는 대로 거짓말을 했어요, 당신이 안심하고 내 곁에 오게 하기 위해. 과일이 담배에 좋은 지 알게 뭐예요”
하지만 이 해석 역시 개인적인 풀이일 뿐이다. 링고가 어떤 광경을 머리에 두고 가사를 썼는지는 그녀만이 알 것이다. 그리고 가사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멜로디만을 듣더라도 링고의 노래는 충분히 흥미롭다. 단정하고 소박한 <푸른 하늘>과 날카롭고 매서운 <계집아이> 그리고 <Can't Take My Eyes Off You>의 유니크한 커버곡 <그대의 눈동자를 사랑해>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다양한 색깔을 보여준다. 겁도 없이 망설임도 없이 그리고 거침도 없이 팜므 파탈의 세계를 음표로 표현해 온 시이나 링고. 데뷔 10주년을 맞은 그녀가 나이테를 더한 연륜보다는 10년 벼린 칼날의 번득임으로 서늘한 쾌감을 안겨주길 기대해 본다.
유은정(음악애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