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sitors](8집:1981.11.30 발매)
공식적인 아바의 마지막 정규 앨범
이 음반은 아바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마지막 앨범이다. 결성 당시 두 쌍의 커플로 이뤄진 이 팀은 비요른과 아녜타 커플이 결별한데 이어 베니와 프리다 커플마저 갈라섬으로써 해체의 위기를 겪게 된다. 네 멤버들이 각각 따로 떨어져 서로 다른 곳을 응시하는 음반 재킷은 이들 사이에 벽이 존재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Voulez-Vous] 앨범 당시부터 멤버들간의 인간적인 관계가 종막을 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음악적 동반자의 관계는 유지하며 밴드 활동을 계속해나갔지만 이미 밴드 활동과 인간관계를 떼어서 생각할 수 없었던 그룹의 성격상 해체는 기정사실이었다. 결국 비요른이 재혼하고 베니가 새로운 연인을 만나며 두 커플의 관계는 완벽한 종말을 고하게 된다.
비록 이 음반이 아바의 유작이 되기는 했지만 ‘스완 송(swan song)’으로 불리기에 충분할 만큼 앨범의 완성도는 여전히 뛰어나다. 비요른과 베니의 송라이팅 실력은 건재하고 두 여성 보컬의 하모니 또한 녹슬지 않았다. 앨범은 발매와 함께 또 다시 영국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큰 호응을 얻어낸다.
비록 아바는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들은 한창 무르익은 음악을 들려주게 되는데 당시 해체 위기를 겪던 구 소련의 상황을 노래한 ‘The Visitors’ 같은 노래가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아바의 활동기를 통틀어 후반으로 다가갈수록 보컬 스타일이나 노랫말, 멜로디 등에 있어 더 없이 개인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 앨범에 실린 많은 곡들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로 대부분의 노랫말을 써냈던 비요른은 이 앨범 작업 당시 이혼한 베니와 프리다 사이의 관계가 가사의 내용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밝히기도 했다. 감수성 짙은 프리다의 보컬이 빛나는 ‘When All Is Said And Done’ 같은 곡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아녜타의 팔세토 스타일의 보컬이 인상적인 ‘I Let The Music Speak’는 그 구성이 비요른과 베니 듀오의 오랜 꿈이었던 뮤지컬을 위해 나아가려는 방향성을 잘 암시해 보이고 있는 의미심장한 곡이다.
첫 싱글로 앨범에서 커트된 ‘One Of Us’는 아녜타가 보컬을 맡은 곡으로 사랑하는 이와의 결별에 따른 아픔을 노래하고 있는 트랙이다.
‘Slipping Through My Fingers’는 비요른이 딸 린다가 학교를 향해 집을 나서는 모습을 바라보며 딸의 성장 과정을 가사로 담아낸 곡으로 린다의 어머니이기도 한 아녜타가 보컬을 맡았다. ‘Two For The Price Of One’은 비요른이 리드 보컬을 직접 맡은 곡.
사실 이 앨범에는 ‘One Of Us’ 정도를 제외하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히트곡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상업적인 성공 면에서 보자면 분명 아바의 전작들에 비해 떨어지는 작품이다. 하지만 각각의 곡들에 실린 가사가 다루고 있는 다양한 주제들, 절정의 원숙미가 더해진 두 여성 멤버들의 보컬 하모니, 짜임새 있는 곡 구성 등 완성도 면에서는 결코 아바의 여타 음반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 음반이다. 이러한 상업성과 작품성 사이의 괴리로 인해 평론가나 대중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평가를 받는 앨범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히트곡의 유무를 떠나 이 음반 역시 아바의 가치를 그대로 담아내 보이고 있는 작품이라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사실 아바는 이후 아홉번째 앨범을 발표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1982년 봄 이를 염두에 두고 프리다가 보컬을 맡은 ‘You Owe Me One’ 등 여섯 곡을 레코딩했다. 하지만 이들은 정규 앨범을 내는 대신 밴드의 공식적인 마지막 싱글 ‘Under Attack’을 발매하며 ‘You Owe Me One’을 B 사이드에 묶어 선보였다. 이것이 결국 공식적인 최후의 아바 싱글이 된 셈이다.
이후 이들은 1982년 가을에도 신곡을 녹음한다. 이들의 히트곡 모음집 [The Singles:The First Ten Years]에 싣기 위해 레코딩한 ‘The Day Before You Came’ 등이 그것이다. 실질적인 아바 최후의 레코딩이라 할 수 있다.
원용민(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