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산조연주가들의 산조 이해가 아주 낮은 가운데, 거문고 팩토리의 채보 감수를 해주기로 작정했다. 조기호가 맞고 채보가 잘 되어 있었다. 그러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다. 산조에서 ‘미음계’인 계면조의 음조직도 중요하지만(가곡은 ‘레음계’) ‘부가리듬구조’인 전통음악의 ‘특수성’도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서양음악의 '분할리듬구조‘와 다르기 때문인데 빠른 장단인 자진모리와 단모리에서 잘 되어 있었다.
감수한 악보들은 거문고 산조의 태두 백낙준 거문고 산조부터 김종기. 김윤덕, 안기옥, 임동식. 임석윤, 원영재의 거문고 산조이었다.
필자가 원영재 거문고 산조를 학교 때 배운 일이 있어서 감수하는 데에 재미있었다. 또 안식년에 연변에서 안기옥 가야금 산조를 듣고 감탄한 일이 있는데, 동일인의 거문고 산조가 있어 반가웠다. 김종기 거문고 산조처럼 본청이 낮아 조기호가 아무것도 붙지 않았으며, 임동식 거문고 산조는 그 흐름이 요즘 산조와 같아서, 전조(길바꿈기법)가 많고 현대적 감성이 녹아 있다. 이 산조 악보를 보면 왜 술대를 쓰는 거문고가 느린 음악에 더 적당하고 가야금보다 남성적이라는지 알 수 있다.
구음이 처음 연주하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나, 발음법(articulation)이나 연주법이 고정되는 것이 좋지만 않고, 비록 소리가 물체의 진동에서 생긴다는 상식도 몰랐지만, 리듬의 맺고 푸는 데서 ‘긴장과 이완’의 ‘맛’이 나온다는 것을 알았던 옛 거문고 명인들의 음악이 이렇게 재현되는 것을 축하한다.
2008년 5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백대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