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가 강력 추천하는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고품격 음반 시리즈
“평소 팝 음악에 조예가 깊으며, 과거 딴지일보에 칼럼을 연재해 온 칼럼니스트 김구라의 강력 추천 명반!”
O.S.T. * REALITY BITES
"1994년,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청춘스케치'라는 밑도 끝도 없는 제목으로 개봉됐던 기억이 난다. 훗날 절도의 아이콘으로 낙인되기도 했던 위노나 라이더와 거물 벤 스틸러, 그리고 만만치 않은 에단 호크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수작영화. 용맹한 장수 밑에 약한 병사 없다고! 걸작 청춘영화에는 걸작 사운드 앨범이 있다. 리사 롭의 스테이, 빅 마운틴의 아이 러브 유어 웨이, 그리고 저 유명한 낵의 마이 샤로나는 이 앨범의 대표적 애청곡."
90년대 젊은 날을 살아온 청춘들의 비망록.
열병과도 같은 고뇌와 풋풋한 싱그러움으로 가득한
[Reality Bites]의 10주년 기념 에디션
[Reality Bites: 10th Anniversary Edition]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담배와 커피 한 잔, 친구와의 대화, 너와 나, 그리고 5불이면 돼
X세대의 전형, 90년대 최고의 청춘 영화 리얼리티 바이츠 (청춘스케치) 10주년 기념 OST
본 사운드트랙은 당시의 메인스트림 팝 컬처의 가장 훌륭한 레퍼런스로 존재하고 있다. 확실히 얼터너티브 팝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준 앨범이다. 이제는 삼십 몇살 쯤 됐을 당시의 X세대들과 90년대의 문화를 미약하게 나마 감지하고 있는 몇몇 20대 후반의 사람들은 일말의 노스탤지아를 이 영화/음반에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에릭 로메 (Eric Rohmer)의 영화들이 리차드 링클레이터 (Richard Linklater)로 변형되기 이전의 과정에는 분명 [Reality Bites]가 존재할 것이다.
젊은 세대들을 주축으로 진행되는 영화들은 항상 존재해왔고 적은 제작비로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을 무기로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세인트 엘모의 열정] 이라던가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한국제목은 라스트 스쿨 데이], 좀 더 급진적인 예시를 찾아보자면 린제이 앤더슨 (Lindsay Anderson)의 [이프] 같은 것들도 있겠는데 시대가 흐르면 흐를수록 주제들은 점점 가벼워져 갔고 점차 개인적인 모양새로 바뀌어갔다. 핵과족화와 네트워크의 활용으로 인해 점차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중요해지면서 사회적인 것 보다는 개인적인 이야기들에 오히려 젊은 세대들이 열광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젊은 세대들의 '혁명'은 그야말로 먼 이야기가 됐다. 그것이 20년 전이든 40년 전이든 간에.
시대의 공기를 저장하는 매체가 영화와 음악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간혹 가다가 윗 세대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내가 만일 90년대에 20대의 삶을 살았다면 분명 이 영화/음악은 본인에게 지금과는 다른 의미로 존재하고 있었을 것이다. 영화가 나왔을 당시에는 어른들의 이야기 였고 지금 상황에서는 십년 전 젊은이들의 이야기이다. 우리 세대에도 이런 류의, 그러니깐 약간 젠체하는 메인스트림 영화가 하나 있었음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물론 그게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만.
아마 지구가 멸망하고 이후 탐사를 나온 외계인들이 이 영화를 주워서 보게 된다면 그들은 아마도 1990년대 살아갔던 미국 젊은이들에 대해 적어도 일부는 이해하고 공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가끔 젊음은 고난의 동의어로 묶이곤 하는데 반은 맞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는 아마도 전세계의 인간들, 그리고 외계인들도 마찬가지라 생각할 것이다.
90년대 젊은 날을 살아온 청춘들의 비망록.
열병과도 같은 고뇌와 풋풋한 싱그러움으로 가득한
[Reality Bites]의 10주년 기념 에디션
[Reality Bites: 10th Anniversary Edition]
The answer is simple. The answer is... I don't know.
답이 없다. 어느 시대건 십대들과 갓 20대를 넘긴 사회 초년병들은 답이 없다. 이 문장을 그렇다고 꼭 골치 아프다는 식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U2의 [All I Want Is You]가 사운드트랙에 수록되어 있긴 하지만 사실 영화에는 [I Still Haven't found What I Looking For]가 실렸어야만 했다. 십대들은 적어도 몰라서 그런다 쳐도 이십 대들은 곤란하다. 치기어린 무서운 십대들과 꼰대들-글을 읽으시는 중, 장년층 여러분들께는 대단히 죄송합니다.- 사이에 낑겨서 '책임감'에 대한 압박을 서서히 강요 당하기 시작한다. 답은 간단하다. 그 ‘책임감’을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무시하거나.
어쨌든 리레이나 (위노나 라이더)는 젊은 나이에 사회에 안착한-당시에는 이런 부류들을 여피라고 불렀던 기억이 난다- 마이클 (벤 스틸러)과 매사에 쓸데없이 진지하지만 계획이라는 것이 없는 풍각쟁이 트로이 (에단 호크) 둘 중에 갈등을 해야만 했다. 물론 남녀관계를 이야기하는데 돈과 자유로운 사고방식 중 어떤 것을 골라야 하는가에 대한 사항은 너무 계산적인 태도 이다만 그렇다고 또 무시하고 지나치기에는 뒤에 따르는 책임감의 압박이 존재한다. 내 생각에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 중에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분은 거의 없을 것 같은데 1퍼센트의 사람들을 위해 엔딩에 관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
물론 이 영화 자체도 한 세대-정확히는 X세대-에 관한 정형적인 이미지를 구축시켜 놓았다는 혐의를 피할 수는 없지만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비꼬는, 즉 다른 세대가 구축해놓은 젊은 세대의 이미지에 대해 반발하는 여느 장면들에 대해서는 이 영화가 사회적으로 제 몫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지금처럼 UCC가 없던 시기였기 때문에 만드는 사람과 보는 사람 사이의 미디어 매체들이 창작자의 작품들을 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컨트롤 했는데 그러면서 더욱 커머셜 해졌고 마치 그것이 젊은 세대들의 행동양식 인냥 떠벌인 적이 있었다. 물론 그런 잔재들은 현재에도 일부 남아있다. 오히려 그런 요소들은 젊은 세대들과 다른 세대들 간의 장벽을 만드는 행위에 다름 아니었다.
미디어의 집중도가 인터넷 네트워크로 분산되면서 거대한 스타, 시대의 아이콘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됐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존재할 필요가 없어졌다. 시대의 아이콘 장사는 적어도 커트 코베인 (Kurt Cobain) 시대에서 끝난 것 같다. 나는 오히려 이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세대들이 그런 몇몇 아이콘/이미지를 보고 싸잡아서 전체를 오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실 그렇게 화가나 있지는 않다고 일일이 주변 사람들을 붙잡고 이야기할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무언가를 추억할 때, 비슷한 시기를 살아온 다양한 사람들이 단 한가지의 이미지/아이콘을 공유할 것이 없어져 버렸고 그렇기 때문에 이전 세대들의 것을 빌려와서 함께 추억하게 된 것은 어쩌면 약간 서글픈 일이긴 하다. 물론 모든 좋은 일에는 단점 또한 수반되는 법이다.
나는 영화를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봤다. 그리고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금 봤는데 그때와 지금의 다른점은 당시에는 에단 호크에 대해 호감이 갔다면 현재는 벤 스틸러의 역할에 더 정이 간다는 차이 정도다. 벤 스틸러의 연출이 마음에 들었던 것 중 하나는 두 남자 중 한 명을 굳이 악한 캐릭터로 만들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물론 일자 룬드가 빅터 라즐로와 릭 블레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만큼의 드라마를 요구하지는 않지만 젊은 세대들에게는 그보다는 훨씬 수월한 감정이입을 경험하게끔 만든다. 뭔가 애매할 때 오는 재미 또한 특별한 것이다.
여러모로 참 예쁜 영화였다. 의외로 현재는 세 주인공 중에서 벤 스틸러가 가장 빅 네임이 되어 버렸는데, 대니 드비토 (Danny DeVito)가 제작한 본 작 [Reality Bites]는 벤 스틸러의 감독 데뷔작이기도 했다. 현재는 너무 대놓고 웃기는 영화들만 만들고 또 등장했는데, 나중에라도 다시 약간의 진지함을 머금은 영화들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굳이 [Tropic Thunder]같은 영화들을 계속 만들 필요는 없는 것 같다.
Soundtrack
이 기념비적인 청춘물의 1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발매된 본 버전은 6곡의 보너스 트랙, 그리고 사운드트랙과 영화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라이너 노트에 담고 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차분히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벤 스틸러와 뮤직 수퍼바이저였던 카린 라트만 (Karyn Rachtman)은 3주 동안 사운드트랙 앨범을 위해 의논했다. 당시 RCA에서는 무척 공격적인 마케팅을 했는데 사운드트랙에 수록된 곡 중 무려 다섯 트랙을 각종 라디오와 MTV에 살포했다. 크라우디드 하우스 (Crowded House)의 [Locked Out]과 줄리아나 햇필드 (Juliana Hatfield)의 [Spin the Bottle]의 경우에는 영화의 장면들을 삽입한 뮤직 비디오들이 제작/방영되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시 에단 호크의 연인이었던 리사 롭 (Lisa Loeb)의 [Stay (I Missed You)]는 빌보드 싱글차트 넘버 원까지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참고로 원 테이크로 진행되는 뮤직비디오는 에단 호크가 직접 감독해 준 것이다. 앨범은 무려 백 2십만장 가량을 팔았으며 빌보드 앨범차트 13위에 랭크 됐다.
앨범은 일단 한국에서도 끊임없는 사랑을 받았던 낵 (The Knack)의 [My Sharona]의 박력 넘치는 드럼 연주로 시작된다. 영화에서는 편의점에서 물건을 계산하고 아저씨한테 라디오를 크게 틀어달라고 주문한 다음에 친구들이 춤출 때 흐르는데 무척 유쾌한 장면이었던 것 같다. 런 DMC(Run DMC)가 [It's Tricky]에 샘플링하기도 하고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이 [Beat It]을 만들 때 '흑인 버전의 [My Sharona]'를 가지고 싶었다고 언급한 바 또한 있었는데 확실히 이후의 파급력이 대단한 싱글임에는 틀림없다.
얼마 전 새 앨범을 발표하면서 다시금 호평을 받고 있는 줄리아나 햇필드의 곡 [Spin the Bottle]은 비키가 갭의 매니저로 승진한 이후에 잠시 흐른다. 영화에는 줄리아나 햇필드의 당시 애인이었던 레몬헤즈 (The Lemonheads)의 미남 보칼 이반 댄도 (Evan Dando)가 자막이 올라간 이후 비춰지는 커머셜 화면에 까메오로 등장하기도 한다.
90년대 특유의 싱그러움을 머금고 있는 인디안즈 (The Indians)의 [Bed of Roses]를 지나 졸업 이후 새로운 인생의 챕터가 시작될 무렵과 엔드 크레딧이 올라갈 때 다시 등장하는 월드 파티(World Party)의 [When You Come Back to Me]는 여유 있는 리듬파트와 색소폰 소리가 느리고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사실 리사 롭의 [Stay (I Missed You)]는 영화 본 편이 끝나고 엔드 크레딧이 올라갈 때 등장한다. 하지만 본 음반에서 가장 성공한 싱글이고 그렇기 때문에 리사 롭의 경우에는 본 사운드트랙을 통해 본격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 당시 사람들이 음반을 사는 이유는 이 곡 때문이었다. U2의 경우 사실 [Rattle and Hum]에 이미 수록되어 있던 곡 아닌가. 아직도 이 곡을 들으면 가끔씩 찡하다. 리사 롭은 최근 음악작업 이외의 TV 쇼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 곡 이외에 몇몇 트랙들을 가끔씩 듣고 앉아 있으면 짠한 90년대의 노스텔지아가 엄습해 온다.
영화에서 가장 길게 나오는 곡은 U2의 [All I Want is You]이다. 모든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각 등장 인물들의 몽타쥬 배치에서 배경에 깔리는데 지극히 통속적이지만 특유의 절절함 때문에 여러 사람들, 특히 영화음악 프로그램에서 자주 리퀘스트 됐다. 라디오에서 곡이 흐른 이후에는 [Rattle and Hum]에 관한 이야기 보다는 본 영화에 대한 언급이 더 자주 나왔다.
갭 매장의 배경에 흐르는 크라우디드 하우스의 흥겨운 트랙 [Locked Out]을 지나 마이클이 리레이나의 작업물을 공개하는 장소에서 흐르는 레니 크라비츠 (Lenny Kravitz)의 [Spinning Around Over You], 그리고 데이빗 베어워드 (David Baerwald)가 만들어 주고 영화에서 에단 호크의 밴드가 직접 부르는 [I'm Nuthin']은 당시 에단 호크의 여성 팬들의 가슴을 좀 녹여줬다. 영화에서는 에단 호크가 바이올런트 팜므즈 (Violent Femmes)의 [Add It Up]을 부르다가 뛰쳐나가는 장면이 다음에 나오는데 본 10주년 에디션에는 에단 호크가 부른 [Add It Up]의 풀 버전도 존재한다. 참고로 공연장 무대 뒤에 걸려있던 그림이 바로 바이올런트 팜므즈의 [Add It Up (1981-1993)] 앨범의 커버 그림이다.
개인적으로 이 음반을 통해 처음 접한 아티스트들 중에 가장 좋아했던 밴드가 바로 다이노셔 주니어 (Dinosaur Jr.)였다. 얼마 전부터는 다시 재결성해서 라이브 활동과 앨범까지 공개했는데 루 발로우 (Lou Barlow)의 부드러운 보컬과 J 매스키즈 (J Mascis)의 쥐어 짜는 보이스가 겹치는 [Turnip Farm]은 미래의 인디락 키드들을 사로잡을 만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영화에서는 에단 호크가 쇼파에 앉아서 TV를 볼 때 삽입된다.
자동차에서 비키와 리레이나는 카스테레오에서 흐르는 스퀴즈 (Squeeze)의 [Tempted '94]를 따라 부르면서 운전을 한다. 참고로 옆에 지나가던 오픈카에서 마이클이 듣던 힙합 트랙은 서던 캘리포니아 출신의 힙합 트리오 KMC의 [Murder]였다. 마이클과 리레이나의 첫 데이트 이후 자동차에서 (지금은 안 나오는) 세븐 일레븐의 빅 걸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흐르는 피터 플램톤 (Peter Frampton)의 [Baby I Love You Way]는 빅 마운틴 (Big Mountain)이 레게 버전으로 바꿔놓은 버전으로 사운드트랙에 담겨져 있다. 역시 당시 무척 히트했던 커버 버전이었다.
Bonus Track
10주년 기념반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무려 6곡의 보너스트랙이 삽입됐다. 이전에 언급했던 에단 호크의 [Add It Up]과 리사 롭의 히트곡 [Stay (I Missed You)]의 어쿠스틱 버전, 그리고 빅키가 리레이나와 싸우고 자신의 방으로 박차고 들어갈 때 나오는 트램프스 (The Trammps)의 [Disco Inferno]등이 보너스로 들어갔다. 리레이나가 시청하는 패션 관련 텔레비전의 오프닝 시그널로 사용되는 뉴 오더 (New Order)의 [Confusion]과 곧 바로 이어서 흐르는 어레스티드 디벨롭먼트 (Arrested Development)의 [Give a Man a Fish] 역시 추가됐으며 리사 롭의 또 다른 곡인 [Fools Like Me]는 애교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리레이나가 보던 텔레비전에는 세풀툴라 (Sepultura)의 [Arise] 뮤직비디오도 등장하는데 왜 이게 보너스로 안 들어 갔는지가 의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건 이런 거야, 담배 몇 개피, 커피한잔, 약간의 대화 너와 나, 그리고 5불
본 사운드트랙은 당시의 메인스트림 팝 컬처의 가장 훌륭한 레퍼런스로 존재하고 있다. 확실히 얼터너티브 팝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준 앨범이다. 이제는 삼십 몇살 쯤 됐을 당시의 X세대들과 90년대의 문화를 미약하게 나마 감지하고 있는 몇몇 20대 후반의 사람들은 일말의 노스탤지아를 이 영화/음반에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에릭 로메 (Eric Rohmer)의 영화들이 리차드 링클레이터 (Richard Linklater)로 변형되기 이전의 과정에는 분명 [Reality Bites]가 존재할 것이다.
젊은 세대들을 주축으로 진행되는 영화들은 항상 존재해왔고 적은 제작비로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을 무기로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세인트 엘모의 열정] 이라던가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한국제목은 라스트 스쿨 데이], 좀 더 급진적인 예시를 찾아보자면 린제이 앤더슨 (Lindsay Anderson)의 [이프] 같은 것들도 있겠는데 시대가 흐르면 흐를수록 주제들은 점점 가벼워져 갔고 점차 개인적인 모양새로 바뀌어갔다. 핵과족화와 네트워크의 활용으로 인해 점차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중요해지면서 사회적인 것 보다는 개인적인 이야기들에 오히려 젊은 세대들이 열광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젊은 세대들의 ‘혁명’은 그야말로 먼 이야기가 됐다. 그것이 20년 전이든 40년 전이든 간에.
시대의 공기를 저장하는 매체가 영화와 음악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간혹 가다가 윗 세대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내가 만일 90년대에 20대의 삶을 살았다면 분명 이 영화/음악은 본인에게 지금과는 다른 의미로 존재하고 있었을 것이다. 영화가 나왔을 당시에는 어른들의 이야기 였고 지금 상황에서는 십년 전 젊은이들의 이야기이다. 우리 세대에도 이런 류의, 그러니깐 약간 젠체하는 메인스트림 영화가 하나 있었음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물론 그게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만.
아마 지구가 멸망하고 이후 탐사를 나온 외계인들이 이 영화를 주워서 보게 된다면 그들은 아마도 1990년대 살아갔던 미국 젊은이들에 대해 적어도 일부는 이해하고 공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가끔 젊음은 고난의 동의어로 묶이곤 하는데 반은 맞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는 아마도 전세계의 인간들, 그리고 외계인들도 마찬가지라 생각할 것이다.
한상철 (불싸조 http://myspace.com/bulssaz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