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최정상 연주자의 조우 “듀오 반디니 & 끼아끼아레타”
신기의 반도네온과 유려한 기타의 앙상블이 빚어내는 진정한 ‘남자의 탱고’!
피아졸라 불후의 명곡 'Oblivion', 'Libertango' 와 ‘Amapola’(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Por Una Cabeza’ (영화 '여인의 향기') 등 주옥 같은 탱고의 향연!! 총 13곡 수록!
191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발표된 주옥 같은 탱고의 명곡들이 현재 이탈리아는 물론 전유럽에서 클래식 기타와 반도네온(아코디온) 연주자로 그 권위와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두 남자에 의해 재해석되었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그 선율들은 감상용으로도 부담없을 뿐 아니라 탱고의 진수를 느끼기에도 그 부족함이 없다. 191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발표된 탱고의 대표곡이 엄선된 이 앨범에서 총 13곡 중 역시 이탈리아 혈통의 탱고 거장 피아졸라의 것이 7곡이나 된다.
우선 첫 트랙인 ‘Bandoneon'과 더불어, 연주 중에 임종소식을 들었던 피아졸라 자신의 아버지를 향한 애틋한 정을 담은 망부가 'Adios Nonino (안녕 노니노)'의 클래식하고 비의적인 선율이 듀오의 음악적 캐릭터를 드러낸다.
아련하게 멀어져가는 아버지의 기억이 잘 표현된 연주. 'Lo que Vendra (와야 할 것)’은 숨을 멈추며 폭포가 쏟아지듯 훑어내리는 인트로의 강렬함과 대비되는 변화무쌍한 템포, 그리고 밀고 당기며 섬세한 감정의 선을 이어나가는 긴장감이 백미인 곡. 밀롱가의 유려하고 깊은 향미가 담긴 곡 'Oblivion (망각)‘과 반복되는 격렬한 리듬이 탱고의 상징처럼 각인되어온 ‘Libertango'는 피아졸라의 대표곡으로 수많은 음악가들에 의해 연주되어왔으나 기타와 반도네온의 단출한 편성에 의해 더욱 명징한 콘트라스트를 만들어내고 있다.
'Cafe 1930'과 'Night Club 1960'은 피아졸라가 1980년에 플루트와 기타를 위해 4개의 악장으로 만든 “Histoire Du Tango (탱고의 역사)” 가운데 각각 2, 3번째 악장에 해당하는 곡으로 선술집-카페-나이트클럽-콘서트의 공간과 20세기를 30년 단위로 나눈 시간의 의미를 담고 있다. 비탄과 우울 속에서 나른한 소망을 꿈꾸는 듯한 2악장과 현대적으로 탈바꿈한 나이트클럽의 화려함이 표현된 3악장의 경쾌함이 대비되는 이 곡들에서 플루트 대신 멜로디 악기로 쓰인 반도네온이 더욱 남성적인 맛을 드러내준다.
피아졸라를 제외한 탱고의 거인들이 남긴 곡들도 훌륭한 연주와 함께 빛나고 있다. 조셉 라칼레 작곡의 ‘Amapola'는 세르지오 레오네의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 소녀 데보라의 아름다운 춤과 함께 등장하여 더욱 사랑받은 곡으로, 향수를 자극하는 예쁜 멜로디의 원곡을 반디니 & 끼아끼아레타 듀오는 조금 더 복합적인 감정이 깃든 해석으로 애잔함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앙헬 빌롤도의 곡 ‘El Choclo (나막 구두)'는 아르헨티나 탱고의 고전으로 단조와 장조로 전후반을 대비시킨 단순하지만 주제가 명확한 구조와 선율이 향수를 자극한다.
어구스틴 바르디 작곡의 ‘Gallo Ciego (눈먼 수탉)'는 사람냄새 나는 투박한 해학이 매력으로 아르헨티나 탱고 댄서들이 플로어에서 선호하는 곡 중의 하나다. 그밖에 가장 널리 알려진 탱고의 명곡으로 1917년 우루과이의 G.H.M. 로드리게스가 작곡한 'La Cumparsita (가장행렬)'은 그 익숙한 선율과 리듬이 낡은 로망스를 자극한다. 그리고, 20세기 탱고의 산파역이었던 카를로스 가르델 작곡의 ’Por Una Cabeza (머리 하나 차이로)'와 ‘El Dia Que Quieras (당신이 나를 사랑하게 될 그날)' 역시 “여인의 향기”를 비롯한 수많은 영화에 삽입되거나 여러 음악가들에 의해 연주된 탱고의 고전들로서 유럽인의 취향이 다분히 깃든 1920년대 탱고의 소박한 낭만성을 담고 있는 곡들이다. (강민석 /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