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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Capricers and Liners..
멋진 밴드를 소개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고 흥미로운 일입니다.
새로 발견한 가슴적시는 음악의 감성을 공유하고, 함께 좋아하게 되는 건 국적을 불문하고 통하는 ‘마음의 언어’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밴드를 결성한지 10년이 다되어가고, 자국 덴마크에서는 베스트락밴드 후보에 오를 정도로 이미 유명인사가 되어버렸지만 자국을 벗어난 해외에서는 관련글을 찾기 힘들고, 국내에서도 거의 알려지지도 않아 정보나 곡을 찾아 듣기도 힘들다는 건 정말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밴드명인 ‘moi Caprice’는 불어로 ‘므와 까프리스’라고 읽습니다.
사실 이들의 음악은 같은 덴마크소녀들을 울리는 Mew와 종종 비교되곤 합니다. 국적은 물론, 사운드구조나 보컬의 팔세토창법등이 흡사해서인데요. 북유럽태생의 같은 장르로 정서가 비슷한 건 사실이지만, 되려 Mew보다 사운드는 플레이밍립스, 보컬은 큐어쪽에 영향을 받은 것 같이 느껴집니다. 역시 브릿팝 밴드인 Lightening Seeds와도 흡사한데 그러고 보면 어쩌면 이들은 브릿팝에 많은 영향을 받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국내에선 북유럽 음악하면 여전히 고딕메탈로 인지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따뜻한 로맨티시즘과 내츄럴리즘은 근간의 북유럽을 관통하는 대세인 것 같습니다.
옛날옛적 추운 북쪽에..
‘Once Upon A Time in the North’라는 데뷰앨범의 타이틀은 미국서부영화를 유럽식으로 재해석해 ‘마카로니웨스턴’으로 유명한 세르지오 레오네 영화감독의 1972년 작 ‘Once Upon A Time in the West(국내개봉명 ‘웨스턴’)’라는 제목에서 영감을 얻어 명명한 것입니다. (재미있게도 그들의 2집 ‘You Can’t Say No Forever’는 호주밴드 The Go-Betweens의 곡명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기도 하죠.) 타이틀로 생각했던 여러 문구들 중에 ‘Music for All Seasons’도 다양한 장르와 분위기를 잘 표현해주어 앨범타이틀로 고려되었지만, ‘Once Upon A Time in the North’로 정한 이유는 모티브가 된 영화의 실제 광팬이기도 하지만, 북유럽의 조그만 국가인 덴마크에서 녹음한 앨범이기도 하고 곡들 컨셉에도 가장 잘 맞아서라고 합니다. 여담이지만 이들은 극중 여주인공이었던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를 가장 아름다운 배우이자, 단테의 베아트리체에 가장 가까운 여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네요.
이미 3장의 EP앨범을 발매하고 많은 공연을 거친 후였고, 6년 동안의 긴 작업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세상에 내놓은 첫 앨범이기에 그들에겐 의미가 깊은데요, 홈페이지에선 [3장의 EP앨범발매와 2003년 3월3일 발매]등등 행운의 숫자로 알려진 ‘3’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본 앨범의 10곡 외에 보너스트랙 10곡이 함께 수록되어 있고, 음악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해주듯 차갑고 동시에 따뜻한 느낌의 앨범표지는 멤버가 직접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따뜻한 감성으로 샤워를..
한 곡 안에서 분명한 기승전결의 진행을 가지고, 매니아층을 거느린 포스트락 장르의 곡들이 흔하게 보여주기도 하는 드라마타이징에 가까운 극적인 감정몰이를 경험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입니다. 이들의 곡들에서 이런 진행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본 앨범의 수록곡들 중에서 이런 앨범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주고 있는 명곡이 ‘Girls In The Trees’입니다.
앨범의 많은 수록곡들은 이미 3장의 EP앨범에 나눠 실렸던 곡들이고 각각 ‘Daisies’, ‘Artboy Meets Artgirl’, ‘Summerfool’를 타이틀로 발매되었습니다. ‘Artboy Meets Artgirl’ EP앨범에 실리기도 했던 앨범의 ‘Sometimes There's No End’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곡으로 13분이 넘는 반복되는 리프의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곡입니다.
곡들의 가사는 사랑과 복수 등을 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모두 기본적으로 ‘관계’에 대한 접근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곡들은 분리되지 않고 가사를 통해 서로 연계되어 있는데, 어떤 곡은 같은 주제를 두고 다른 시각으로 언급되기도 합니다.
‘다름’으로 살아있음을..
moi Caprice의 곡들은 앨범마다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데 이를 알고 즐기는 것도 큰 재미입니다. 이 앨범에 실린 곡들의 가장 큰 특징은 크게 다음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락구성에 현악과 셀레스테(Celeste)같은 악기의 사용이 두드러집니다. 이런 악기의 사용은 마치 조미료처럼 이 앨범만의 매력을 한껏 북돋아주는데요. 첫곡의 도입부부터 사용되어 거의 전곡에 중요하게 쓰이며, 마지막 트랙인 Berceuse에서 메인악기로까지 쓰이고 있는 셀레스테는 실로폰 혹은 벨소리처럼 들리는 고전악기로 동료 뮤지션에게서 악기를 빌려 사용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앨범은 그들의 표현대로 [앨범전체를 감싸는(Encapsulated) 드리미한 사운드를] 제대로 내주고 있죠. 셀레스테는 다양한 관현악기의 울림과 함께 2~3집에선 들을 수 없는 이번 앨범만의 놓칠 수 없는 매력입니다.
-악기의 영향도 있겠지만 감성적인 팔세토창법의 보컬과 시적인 가사로 앨범은 그들이 의도했던 대로 밝고 몽환적이고 드리미(Dreamy)한 느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데뷰앨범답게 장르와 사운드에 대한 다양한 시도들이 보입니다. 이는 2집까지도 이어지다가 3집에서 확실히 moi Caprice만의 사운드로 자리 잡은 모습을 보여주죠. 풋풋한 초기 곡들의 작곡성향과 감성을 느낄 수 있겠지만, 한편으론 전곡이 고른 3집과 달리 듣는 이에 따라서 곡마다 선호의 차이가 생길 수도 있겠죠.
-가사
세 앨범모두 가사는 시적이고 철학적인 의미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2,3집으로 갈수록 보다 모호한 표현이 아닌 직설적이고, 순간의 느낌을 담아내거나 소설의 일부 같은 사고의 전개를 이미지로 담아낸다는 것입니다. 앨범의 곡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연계되어 있다니 가사는 그들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사운드
1집 발매 후 정확히 2년 후에 발매된 2집 앨범은 일렉기타와 신디사이져를 메인 악기로 전면에 내세우고, 1집의 부드러움과 몽롱함에 비해 보다 스트레이트하고 시원한 사운드를 내주고 있으며, 3집에서는 기본적으로 전곡에 어쿠스틱기타를 좌우에 넣고 있고, 신디사이져를 이용해 다양하고 풍부한 소리를 채워 넣었습니다. 3집은 메인으로 나선 신디사이져로 악기어레인지의 폭은 1,2집에 비해 굉장히 넓어졌습니다.
-보컬
2집에선 진성과 팔세토 창법을 아주 자연스럽고 멋들어지게 넘나들고 있고, 3집에선 꽤나 절제되어 듣기 편한 낮은 보컬을 주로 들려주고 있지만, 1집에선 혈기 넘치는 첫 앨범답게 자주 팔세토 창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밴드의 발전/변화하는 과정을 앨범들을 통해 느낄 수 있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입니다.
3집이 이미 발매되었고, 1,2집도 이번에 발매된데다가 고맙게도 이번 10월 즈음엔 다음앨범을 내놓을 예정이라니 주욱~ 우리들 가슴은 따뜻, 감성은 호강.
앉으나서나 감성공유.
- 자세한 밴드정보는 여기서. http://www.moicaprice.com/
- by 라이너군(tearline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