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 않은 목소리의 크로스오버 싱어송라이터 이정표가 첫 싱글 앨범 <Like a Butterfly>를 발매했다.
이정표는 국립국악중•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학교 국악과(가야금전공)에 수석 입학, 졸업한 이른바 ‘국악 엘리트’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대중들과 가까이하는 음악의 길을 걷고자 했던 이정표는 국악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교내 밴드 'Fuze'에서 보컬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자신이 작사, 작곡한 노래로 ‘2001 MBC 대학가요제’에 ‘천국으로 오세요’라는 곡으로 참가해서 금상을 수상하였다.
이정표의 목소리는 대중들에게 낯설지 않다. 특히 최근에는 KBS 특별기획드라마 <바람의 나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황조가’를 직접 작곡하고 노래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더욱이 현재까지도 한류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KBS드라마 ‘풀하우스’의 메인타이틀 ‘샬랄라송’을 비롯해 ‘백설공주’, ‘두번째 프러포즈’의 주제가를 부른 사람이 바로 그녀이기도 하다. 이후 최근까지 김종국, 마이티마우스, Double K, 리쌍의 가요 앨범과 영화 ‘올드미스 다이어리’, ‘아이스케키’, KBS TV드라마 '대조영' ‘바람의 나라’ 등을 통해 자신의 음악을 알려오고 있다.
이정표의 첫 번째 싱글앨범 <Like a Butterfly>는 직접 창작하고 부른 노래를 담았으며 피아노, 가야금, 코러스 등의 연주는 물론 프로듀싱까지 스스로 함으로써 자신의 현재 음악 세계를 담백하고 정직하게 담아내고 있다. 기본적으로 팝적인 정서 위에 국악기의 조화로운 쓰임을 통해 억지스럽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가운데 한국적 느낌을 살린 목소리를 담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두었으며, 이는 여태껏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방향의 크로스오버 노래곡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첫 번째 곡 ‘나비처럼’은 어쿠스틱 바이올린의 선율이 매력적인 곡으로 애잔하고 대중적인 멜로디와 이를 풀어내는 보컬의 감정선이 조화롭다. 특히 국악기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고도 피아노 연주상의 리듬, 바이올린의 묘한 꾸밈음, 보컬의 알듯말듯한 국악적 시김새로 인해 자연스러운 동양적 느낌이 난다는 것이 이 곡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두 번째 곡 ‘Rain’은 빗소리를 표현한 가야금 연주로 시작된다. 언밸런스한 규칙적 박자 위에 사뿐사뿐하지만 애수어린 목소리가 이별 후 미련의 감정을 노래한다. 간주와 후주의 묵직한 가야금 선율의 나무 음색과 기타, 피아노 소리가 서로의 영역이 다치지 않게 부드러운 조화를 이루어 따뜻한 느낌을 준다.
세 번째 곡 ‘Fly'는 차분하지만 분명한 힘이 있는 대금과 부드러운 피아노가 곡 전체의 뼈대를 지탱하고 있다. 여기에 치유적 가사를 노래하는 목소리는 가성과 육성을 넘나들며 편안함과 함께 묘한 해소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네 번째 곡 ‘그대, 아직 살아 있는가’는 ‘여행생활자’의 작가 유성용의 글에 곡을 붙인 것으로 도입부 초반 작가와의 듀엣 나레이션이 이채롭다. 변화무쌍한 피아노 연주 위에 시적인 가사에 걸맞는 극적인 보컬이 돋보이며, 특히 곡 후반부 스캣에서는 해금의 농현과 시김새를 목소리로 표현함으로써 한국적 감정을 좀 더 표면적으로 살리고자 하였다.
이정표의 첫 번째 싱글앨범은 이와 같이 해금, 가야금 등 악기 중심으로만 치중되어 있는 크로스오버 영역에서, 사실상 대중과 가장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목소리’, 즉 ‘노래곡’으로 크로스오버를 넘어선 진정한 ‘대중가요’로써의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자 하는 창작자 이정표의 소박한 열정이 담겨 있다. 이는 대중들의 감성 속에 팝과 국악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없애어 한국 대중가요계의 영역을 한 단계 넓히는 역할을 서서히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