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의 새로운 경지를 연출하다. 루다크리스 연출, 초호화 캐스팅의 블록버스터!
뉴욕 힙합 시대의 전설을 상징하는 나스와 제이지, 2008년을 자신의 해로 만든 괴물 릴 웨인, 새로운 남부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티아이, 인텔리전트 힙합의 대명사 커먼과 미래의 힙합을 책임질 윌리 노스폴,그리고 갱스터 랩의 강자 더 게임, 크리스 브라운, 션 가렛, 제이미 폭스, 릭 로스까지 힙합씬 올스타들이 총 출동!
크리스 브라운과 션 가렛이 피쳐링한 What Them Girls Like, T.I가 피쳐링한 Wish You Would, 플로이드 메이웨더가 피쳐링한 세번째 싱글 Undisputed, 티 페인이 피쳐링한 One More Drink,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지성파 MC 커먼과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싣은 Do The Right Thang등 총 14트랙에 CD-ROM으로 감상할 수 있는 앨범 메이킹 장면 수록!
힙합씬 최고의 쾌남아, 루다크리스가 돌아왔다!
루다크리스(Ludacris)가 과연 역사상 최고의 MC인가?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다. 그러나 솔직하게 말해서 그 동안 들어왔던 수많은 래퍼 가운데 루다크리스보다 ‘랩을 잘하는’ 인물도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단순히 랩이라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루다크리스는 역사상 최고의 실력을 갖춘 래퍼 중에서도 특히 돋보이는 재능이 분명하며 가히 경이적인 수준으로 칭송해 마땅하다. 하지만, 신기에 가까운 실력과 히트곡을 만들어내는 송 메이커로서 출중한 기량을 지닌 루다크리스이건만 애석하게도 그의 디스코그래피는 그 시대 힙합의 역사에 아로새길만한 마스터피스를 내놓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의 경력이 현재까지 이어오면서 루다크리스의 역량도 점점 성숙해왔다. 특히, 네 번째 앨범이었던 [The Red Light District]에 이르러 ‘싱글의 모음집’ 이상의 앨범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증명했으며, 전작 [Release Therapy]에 이르러 단순한 래핑 머신을 넘어 자아의 성숙이 그의 음악에 표현되기 시작하면서 루다크리스에 대한 기대치는 절정에 달했다.
한편, 자신의 레이블 디스터빙 더 피스(Disturbing tha Peace)를 운영하면서 소속 뮤지션들을 데뷔시키고 자선단체를 후원하던 루다크리스는 영화배우로도 데뷔해 그의 끼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여러 대작 영화에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하면서 뮤지션 이외의 영역으로 활동범위를 넓혀가던 그는 신작 발표에 앞서 음악팬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전하는데 [Theater of the Mind]를 마지막으로 음악계에서 잠시 물러나 연기에 집중하고 싶다는 계획을 밝힌 것. 여러 매체가 그의 발언을 바탕으로 루다크리스의 은퇴를 점쳤고 팬들은 더는 그의 앨범을 감상할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떨어야 했다. 다행히 그는 그런 추측을 부정하고 내년에 그의 동료인 여성 래퍼 쇼나(Shawnna)와 함께 [Battle of the Sexes]라는 타이틀로 합동 앨범을, 또한, 이번 앨범의 후속작인 [Theater of the Mind 2]의 발매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은퇴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그가 뮤지션으로서 무언가를 증명하고 싶어 하는 것은 분명했으며 더불어 일련의 소동이 그의 신작에 대한 팬들의 기대를 부추겼다.
루다크리스의 극장,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다
루다크리스의 신작 [Theater of the Mind]은 독특한 컨셉으로 기획되었다. 앨범의 모든 곡은 유명한 영화의 한 장면을 음악으로 표현했다고 스스로 밝혔는데 청자들은 어떤 곡이 무슨 영화의 장면을 묘사하고 있는지 상상하고 찾아내는 것도 앨범을 감상하는 재밌는 방법이 될 것이다(더불어 트랙리스트에 Featuring 대신 Co-Starring으로 표기한 것도 앨범의 영화적인 컨셉의 일환이다). 하지만, 그보다 이 앨범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루다크리스가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이다. 특별한 앨범의 컨셉과 전체적인 사운드, 그리고 그 전율적인 랩과 게스트 진용마저도 그의 야심 찬 계획의 일부다. 뉴욕 힙합 시대의 전설을 상징하는 나스(Nas)와 제이지(Jay-Z)를 모셔오고, 2008년을 자신의 해로 만든 괴물 릴 웨인(Lil Wayne)과 새로운 남부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티아이(T.I.)처럼 현재의 메인스트림을 대표하는 신성들은 물론, 인텔리전트 힙합의 대명사 커먼(Common)과 미래의 힙합을 책임질 윌리 노스폴(Willy Northpole), 갱스터 랩의 강자 더 게임(The Game)까지. 그가 연출하는 영화에 캐스팅된 인물들의 면면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런 조연들 가운데서 주인공이 자신의 존재감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마저 생긴다. 다들 최고임을 자부하는 게스트들 사이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하는 방법은 단 하나다. 루다크리스는 처음부터 그것을 노린 듯하다. 영화적인 배경 설정으로 분위기를 잡아놓고 어떤 컨셉 안에서 게스트들과 실력을 겨뤄 그들보다 더욱 돋보이는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 야심 찬 계획이 과연 성공할까? 루다크리스는 통했다. 시작부터 대뜸 WBC 슈퍼웰터급 챔피언인 플로이드 메이웨더(Floyd Mayweather)를 대동하고 나타나 자신이야말로 명백한 힙합의 챔피언임을 천명한다. 이어지는 ‘Wish You Would’에서는 티아이와 오랜 불화를 청산하고 애틀랜타를 위협하는 적들을 향해 공동전선을 구축하더니, ‘Call Up the Homies’에서는 더 게임과 윌리 노스폴의 고향을 배경으로 친구들을 불러 모아 한바탕 싸움을 준비했다.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과 션 가렛(Sean Garrett)의 도움으로 위험한 남자에게 끌리는 여자들과 그녀들의 욕구를 파악해 그것을 채워주자(‘What Them Girls Like’) 티-페인(T-Pain)과 함께 한 잔 더 마시는 것(‘One More Drink’)만으로도 클럽은 루다크리스의 차지다. 그의 익숙한 모습들이지만, 화려한 라임과 비트를 사로잡는 플로우, 재치 넘치는 표현들은 언제 들어도 즐겁다.
그런데 본 작의 진정한 가치는 지금부터다. ‘Do The Right Thang’에서는 흑인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해왔던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지성파 MC 커먼과 함께 폭력을 멈추고 똑바로 살라는 충고를 늘어놓는다. 삶에 대한 충고를 딱딱한 설교조가 아니라 편안하고 유쾌하게 표현하면서 경험을 통해 이룬 자아의 성숙과 그가 지켜왔던 나름의 캐릭터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멋진 곡을 완성해냈다. 앨범의 베스트 트랙이자 그야말로 전율적인 두 괴물의 대결이 흥미진진한 ‘Last of a Dying Breed’는 멸종위기에 처한 리릭시스트들을 구원하고자 하는 두 MC의 처절한 외침이 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릴 웨인은 여기서 가히 그의 수많은 라임 가운데서 손에 꼽을 만큼 멋진 라임을 들려주는데 이어받은 루다크리스 역시 카타르시스마저 느끼게 하는 멋진 가사와 라임으로 온 힘을 다해준 게스트에 보답하며 명곡의 완성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어 ‘MVP’에서는 힙합의 역사를 써온 디제이 프리미어와 최초로 앨범에서 작업한 서던 엠씨임을 자축하고는 제이지와 나스가 목소리를 보탠 ‘I Do It For Hip Hop’에 이르러서 자신이 이룩한 모든 것이 돈과 명예가 아니라 힙합을 위해 행한 것이라고 고백한다.
Everybody Respects Ludacris
결론적으로 이 앨범은 충분한 즐거움을 제공하며, 특히, 랩의 새로운 경지를 경험해 보고픈 청자들에게 본 작 [Theater of the Mind]는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안전한 투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 앨범은 익숙하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게 다채로운 흥미를 유발하고 루다크리스 앨범 특유의 역동성을 간직하고 있다. 내년에 계획된 속편이 발매되기 전까지 이 앨범은 그 기다림의 시간을 만족스럽게 책임져 줄 것이다.
예동현(흑인음악 미디어 리드머/www.rhythm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