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1집 ‘Drifting’으로 데뷔한 모던락 밴드 미선이는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예기치 못한 음반, 순수한 발견’이라는, 조용하지만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인디 레이블 음악이라고 하기엔 그 서정성과 감수성이 세련되고 고급스러울 뿐만 아니라 음악의 완성도 역시 높았기 때문이다.
1집 발표 이후 밴드 구성원들의 군복무 문제로 미선이가 활동을 중단하게 되자 밴드의 리더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조윤석은 2001년 2월, 루시드 폴이라는 이름으로 솔로 프로젝트 앨범 ‘Lucid Fall’을 발매했다.
미선이의 여리지만 강렬한 감수성에 서정성과 회화성을 가미하여 한국적 모던 포크라는 장르를 새롭게 선보인 이 음반은 2001년 한국일보 선정 ‘올해의 베스트 앨범 5’ 에 선정되며 음악의 작품적 완성도를 입증받았다.
주목할만한 모던 포크 싱어송라이터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루시드 폴은 영화 [버스, 정류장]O.S.T를 통해 인디밴드 리더에서 메이저 영화 음악감독으로 또 한번의 도전을 앞두고 있다.
루시드 폴과 영화 [버스, 정류장]의 서정적인 공감
영화 [버스, 정류장] O.S.T & 루시드 폴의 컨셉 앨범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가사와 어쿠스틱 기타가 사운드의 주축을 이루는 서정적인 선율을 가진 루시드 폴의 음악은 영화 [버스, 정류장]의 감성을 한 층 깊게 해줄 감수성을 기대하게 했다.
‘그대 손으로’(메인 테마), ‘머물다.’(재섭의 테마), ‘누구도 일러주지 않았네’(소희의 테마) 등 영화의 감정적 깊이를 더해주는 노래들로 구성된 이 음반은 영화 [버스, 정류장]의 O.S.T이면서 루시드 폴의 컨셉 앨범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 형식으로 제작되었다.
영화의 메인곡 뿐 아니라 배경음악을 포함한 수록곡 전부를 영화의 컨셉에 맞춰 제작, 선곡한 본 앨범은 하나의 독립된 음반으로 감상하기에도 충분한 작품성을 갖추고 있다. 프로젝트 앨범 ‘Lucid Fall’ 이후에 더욱 성숙해진 음악세계를 선보이는 이 음반은 그 동안 활발한 활동을 보이지 못한 그의 음악에 목말라 있던 팬들과 영화의 감정 흐름에 공감한 관객들에게 큰 반향으로 다가올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와 음악의 색다른 조우, 메인 테마 ‘그대 손으로’ 뮤직 비디오
영화의 메인 테마곡인 ‘그대 손으로’의 뮤직비디오는 영화의 감성을 영화와는 전혀 다른 배경과 형식, 스토리 속에서 다시 구현하는 형식으로 제작되었다. 영화와는 다른 장면, 다른 상황에 놓인 두 주인공을 통해 영화 [버스, 정류장]만이 가지고 있는 정서적 울림을 음악과 함께 새롭게 전달하고 있다.
폐허 속에 서있는 공중전화박스, 초현실적인 배경의 화장실, 옥상 위와 바닷가 방파제에 서있는 버스정류장 등 영화 본편의 사실성을 과감히 탈피한 감각적인 영상을 선보인다. 서울 남산을 비롯하여 강릉의 방파제, 전남 영광의 미개통 터널 등지에서 촬영된 뮤직비디오는 35mm필름을 사용, 고급스러운 영화적 느낌과 완성도를 갖추었다. (감독 : 김병서, 이형곤)
다양한 음악세계
‘루시드 폴의 버스, 정류장’의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시도는 장르의 다양성이다. 서정적인 모던 포크락을 기조로 하여, 보사노바 리듬의 차용, 오보에를 이용한 유럽풍 스타일 음악의 구현, 아카펠라 보컬, 실험적으로 시도한 70년대 통기타 리듬의 음악에 이르기까지 악기의 사용과 장르에 있어서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들은 영화의 감성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
‘루시드 폴의 버스, 정류장’ 수록곡
1. 그대 손으로-intro (3:00) 작곡 조윤석
음반의 첫번째 트랙이자 영화의 시작에 흐르는 연주곡으로 슬로우 템포의 비트에 편안하면서도 안락한 피아노 선율로 시작하며, 이어지는 잔잔한 나일론 기타 연주가 세련된 감성으로 듣는 이의 마음에 공감의 길을 터준다.
2. 머물다-재섭 theme (3:33) 작사/곡 조윤석
주인공 재섭의 테마. 소희를 만난 후로 주위의 모든 것들이 다르게만 보인다는, 항상 그녀의 모든 것들이 재섭에게 머문다는 내용의 가사로 재섭의 감수성을 대변한다. 동양적인 화성의 피아노 테마 연주에 주인공 재섭의 감정이 실린다.
3. 누구도 일러주지 않았네-소희 theme (4:07) 작사/곡 조윤석 노래 이아립
여고생 소희의 테마. 세상에 홀로 버려진 듯한 느낌을 신인 모던락 밴드 ‘스웨터’의 보컬 ‘이아립’의 나즈막하면서도 섬세하게 노래한다. 여고생 소희의 감정이 실린 가사와 세련된 멜로디가 어우러져 영화 속 소희의 느낌을 구현한다.
4. Sur le Quai (2:42) 작곡 조윤석
‘At the platform’ 의 불어 제목으로, 지하철역에서 소희와 재섭이 만나는 부분에 삽입된 곡. 재섭의 시점과 소희의 시점으로 나누어서 보여지는 구성에 두 부분에 모두 사용됨으로써 시점교차의 묘미를 살려준다. 전형적인 보사노바 리듬의 나일론 기타와 함께 오보에 멜로디가 경쾌함을 더해준다.
5. 섬 (5:24) 작사/곡 조윤석 노래 미선이
1998년 발표되어 지금까지 스테디 셀러로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미선이 1집 ‘Drifting’에 수록된 곡이다.
6. 세상은 (4:45) 작사 신세철 작곡 강미나 노래 스웨터
신인 모던락 밴드 ‘스웨터’의 곡.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외로움을 이겨내려는 노력을 담은 곡으로 상처입은 여고생 소희의 감수성을 모던하게 구현한다.
7. 장난스럽게, 혹은 포근하게 (2:24) 작사/곡 조윤석
깔끔하고 세련된 아카펠라 보컬을 보여준다.
8. Why do I need feet when I have wings to fly? (3:16) 작곡 조윤석
프로젝트 앨범 ‘Lucid Fall’에 수록된 곡으로 영화에서는 재섭의 심리를 대변하는 쓸쓸하고 새로운 느낌으로 재연되었다.
9. Drifting (3:35) 작사 김정현 작곡 조윤석 노래 미선이
역시 미선이 1집 ‘Drifting’에 수록된 곡으로 쓸쓸한 느낌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 방황하는 남자의 쓸쓸함과 고뇌가 느껴지는 멜로디가 영화의 주인공 재섭의 일면과 상응하는 부분이 있어 선곡되었다.
10. 내 방은 눈물로 물들고 (6:02) 작사/곡 조윤석
강렬한 느낌의 반복적인 드럼비트에 일렉 기타의 사용이 쓸쓸함을 넘어 비장할 정도로 들린다. 슬픈 느낌이 강한 비트와 어우러져 상처를 감내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대변한다.
11. 그대 손으로-main theme (4:13) 작사/곡 조윤석
영화의 두 주연 배우를 주연으로 한 뮤직 비디오를 통해 이미 많은 이들에게 들려진 곡으로 시적인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가 ‘사랑’을 이야기하는 영화 [버스, 정류장]의 정서를 함축한다. 영화의 엔딩곡으로 쓰였다.
12. 약속된 사랑 (3:23) 작사/곡 조윤석
70년대의 통기타 붐이 아직도 건재한 곳인 ‘미사리 카페촌’의 음악 스타일을 실험적으로 시도한 노래로 루시드 폴 특유의 재치를 엿볼 수 있는 곡. 중년 남자와 원조교제를 하는 여주인공 소희에 착안하여 만들어져, 실제로 영화 속에서 중년 남자와의 만남 부분에 배경음악으로 삽입되었다.
1. 그대 손으로 (Intro)
2. 머물다. (재섭 Theme)
3. 누구도 일러주지 않았네 (소희 Theme)
4. Sur Le Quai
5. 섬
6. 세상은
7. 장난스럽게, 혹은 포근하게
8. Why Do I Need Feet When I Have Wings To Fly?
9. Drifting
10. 내 방은 눈물로 물들고
11. 그대 손으로 (Main Theme)
12. 약속된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