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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렌딩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전 지구를 사로잡은 인간 믹서기, 사상 초유의 최신형 매쉬-업 스페셜리스트
'빠삐놈'을 능가하는 걸 톡(Girl Talk)이 주조해낸 화제의 2008년도 정규작.[Feed the Animals]
Gregg Gillis
그렉 길리스(Gregg Gillis), 그러니깐 걸 톡(Girl Talk)은 1981년 10월 26일생이다. 넉장의 정규앨범을 일리갈 아트(Illegal Art)에서 발매했고 몇몇 EP들은 다른 레이블에서 공개했다. 원래는 케이스 웨스턴 대학(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에서 생의공학(生醫工學·biomedical engineering)을 전공하는 학생인데 공부하는 와중 틈틈히 음악작업을 해왔다. 학교에서는 생체조직기술(Tissue Engineering)을 연구하면서 2000년도부터 활동을 시작하고 2002년도에 데뷔앨범을 발표한다. 그는 비로소 2007년 5월에야 음악을 자신의 인생 중심에 두기로 결심한다.
Mash-up
소울왁스(Soulwax)/2 매니 DJ's(2 Many DJ's) 와 마크 비들러(Mark Vidler)의 고 홈 프로덕션(Go Home Productions) 등의 슈퍼스타가 이미 이 매쉬-업(Mash-up)을 설파하는데 앞장섰다. 매쉬-업이라는 용어가 낯선 분들에게 간단한 설명을 드리자면 완전히 다른 노래들을 서로 섞어 새로운 리믹스 버전을 만드는 정도로 러프하게 얘기할 수 있겠다. 이것은 샘플링과는 다른 부분인데 굳이 샘플링과 매쉬-업을 이분해 보자면 샘플링의 경우 자신의 곡이 중심이 된 채 다른 곡을 소스로 잠시 빌려오는 뉘앙스 이지만, 매쉬-업의 경우에는 사용되어지고 섞이는 대상/노래들이 곧 곡의 중심이 된다. 결국 누가 완전히 서로 다른 노래들을 어떻게 기발하고 골 때리게 섞어 내느냐가 내공을 판가름하는 관건이 된다는 얘기다.
직접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작년 한해를 '빠삐코'의 해로 만들었던 '빠삐놈'이 대표적인 한국형 매쉬-업 작업이라 일컬을 수 있겠다. 일전에 DJ 소울스케입(DJ Soulscape)님의 공연에서의 경우에는 허비 행콕(Herbie Hancock)의 올드스쿨 클래식 [Rockit]에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의 [Intergalatic]의 아카펠라 트랙을 매쉬-업 해버리기도 했다. 혹시나 노파심에 강조하지만 앞으로 계속 언급할 '아카펠라 트랙'은 순수한 보컬트랙을 의미하는 말이라고 보면 된다.
Fair Use
뉴욕 타임즈는 걸 톡의 음악이 '아주 그냥 소송 걸리기 만을 기다리는 음악'이라고 언급했다. 걸 톡은 이에 대해 '페어 유즈(Fair Use : 공정사용)'와 같은 저작권법 사항을 근거 삼아 주류 언론은 논쟁거리가 되지도 않는 것을 가지고 논란을 야기하려고 한다며 비난했다. 참고로 '페어 유즈(Fair Use)'란 버락 오바마의 'Hope' 포스터 같은 경우를 그 예로 들 수 있겠는데 정신적 창작물에 관하여 인정되는 저작재산권은 사용/수익/처분상의 전권을 휘두를 수 있는 (물건에 대한) 소유권과 달리 영속적인 권리도 아니며 보호기간 만료 전에도 타인이 아래와 같은 요건을 갖추었을 경우 비록 동의해준바 없더라도 그 사용을 금지하지 못하는 제한적인 권리를 말한다. 이는 태생적으로 저작권법이 목적이 저작자 보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지적자산을 공유하여 그 혜택을 누리도록 것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미 저작권법상에는 이를 공정사용(Fair Use)이라 부르며 우리처럼 기술 특정적으로 되어 있지 않고 목적의 영리성/비영리성 여부, 사용된 저작물의 양, 사용함으로써 원저작자에게 미치는 경제적 손해의 양, 의사표현의 자유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는 기술중립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나도 어서 가져온 부분이기 때문에 관심 없으신 분들은 이 챕터는 그냥 패스하시기 바란다.
걸 톡은 저작권을 다룬 두 편의 다큐멘터리에 출연하기도 했다. [Good Copy Bad Copy]와 [RiP: A Remix Manifesto]가 바로 그것으로 역시 '공정사용'을 주장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 나갔다. [RiP: A Remix Manifesto]의 경우엔 다양한 영화제에서 수상하기도 했다고 한다.
Illegal Art
걸 톡을 얘기할 때 레이블 이름부터가 비범한 그의 소속사 일리갈 아트(Illegal Art)에 대한 설명 또한 필요할 것 같다. 일리갈 아트는 맨 처음 벡(Beck)이 샘플링으로 사용했던 오리지날 원곡들을 모은 컴필레이션 [Deconstructing Beck]을 발매하면서 시작됐다. 역시 한 전위하는 네거티브랜드(Negativland)의 음반들을 공동 릴리즈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초기 힙합을 가능케 했던 힙합 DJ들의 아버지 스텐스키(Steinski)의 믹스셋을 모아놓은 [What Does It All Mean? 1983-2008]을 발표하면서 평론가들의 뜨거운 찬사를 받기도 한다. 미국과 영국을 바탕으로 발매되는 수많은 믹스테잎/앨범들이 최신 힙합이나 일렉트로닉 뮤직의 성격 이외의 보다 광범위한 분야로 뻗어나가게끔 씬을 형성해주는 위대한 역할을 수행하고있는 레이블이라 하겠다.
[Feed the Animals]
앨범은 2008년 10월에 발매될 예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3월 무렵 그의 새 앨범이라는 파일이 돌아다닌 바 있다. 물론 이는 알고 보니 스피키(Speaky) 라는 아티스트의 [Mashcore Vol.2]였고 당사자는 곧 사과의 표시를 했다고 한다. [Feed the Animals]는 호주에서도 발매됐으며 차트 83위로 데뷔하면서 훌륭한 세일즈를 기록하기도 했다.
2007년도에는 와이어드 매거진(Wired Magazine)에서 전작이 레이브 부문을 수상하더니 본 작 [Feed the Animals]는 굴지의 타임[Time]지에서 뽑은 2008년도 올해의 앨범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롤링 스톤(Roling Stone)지에서도 2008년도 올해의 앨범 24위에 랭크 시키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이름부터가 이미 걸 톡과 짜고친 듯한 블렌더 메거진(Blender Magazine)의 경우엔 올해의 앨범 2위에 랭크시켜 놓았다. 아마 가장 비평/상업적으로 성공한 매쉬-업 앨범이지 않을까 싶다.
앨범에 사용됐던 250개의 곡들에 대해 일일이 언급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물론 그런 글은 나 같아도 안 읽어 보겠다. 아마도 몇분 몇 초에 어떤 곡이 쓰였는지는 이 해설지와 함께 동봉될 것이니 그 점을 참조하는 것이 이로울 것 같다. 그래서 그냥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들을 몇 가지 적어볼까 한다.
제이-지(Jay-Z)의 경우에는 일단 걸 톡의 이전 모든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알려지다시피 제이-지는 약간은 카피-레프트 지향의 인물이라 [The Black Album]과 이후에 나온 [American Gangster]의 경우 아카펠라 트랙, 즉 보컬 트랙만으로 이루어진 앨범을 오피셜로 발매하기까지 했다. 이는 여러 변방의 비트 메이커들에게 제이-지 자신의 목소리 소스를 제공하면서 '너희들 한번 기량 좀 뽐내봐라' 하고 판을 벌려준 형태가 됐다. 결국 이 리믹스 컴피티션의 최후의 승자는 [The Grey Album]이라는 미친 작업물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데인저 마우스(Danger Mouse)가 됐다. 여튼 그리하여 제이-지의 목소리는 걸 톡의 매 앨범 단골 손님이다. 이번에는 [Big Pimpin']과 [Roc Boys (And the Winner Is...)]를 썼는데, 예전 누군가가 [The Black Album]에서 라디오헤드(Radiohead)와 매쉬-업 했던 사례를 비슷하게 적용하여 [Paranoid Android]와 맞물리게끔 만들었다.
AC/DC의 경우엔 굳이 걸 톡 뿐만 아니라 모든 매쉬-업 아티스트/DJ들의 단골 메뉴다. 이번에는 [Thunderstruck]의 미칠듯한 해머링/풀링 부분을 그대로 긁어왔는데 과연 AC/DC는 어떤 음악과 진검승부를 해도 절대로 꿀리는 법이 없다.
그 밖에 과거 걸 톡의 앨범에 이미 등장했던 곡들을 몇 개 살펴보자면 디-라이트(Deee-Lite)의 [Groove Is in the Heart], 잭슨 5(The Jackson 5) [ABC], 프라스(Pras)의 [Ghetto Supastar], 그리고 퍼블릭 에네미(Public Enemy)의 [Rebel Without a Pause]를 예로 들 수 있겠다. 퍼블릭 에네미의 배치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퍼블릭 에네미의 프로듀서였던 밤 스콰드(The Bomb Squad) 프로덕션팀 때문이다. 밤 스콰드가 선보였던 방식, 즉 노래를 무차별로 때려넣어 짜깁기하는 비트 메이킹 비법은 사실 걸 톡 이전에 이들이 원조 격이라 할만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걸 톡이 이미 인터뷰에서 "샘플링 관련 법적용을 너무 유도리 없게 처리해서 음악이 점점 재미없어졌다. 밤스콰드 같은 크리에티브한 샘플링 음악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고 언급한 만큼 자신의 뿌리를 직접적으로 탐구하는 부분이라 할만 하다.
몇몇 곡들은 음악의 전면부에 나서지 않는, 즉 단순히 드럼 소스의 일부로만 차용한 경우도 있다. RATM의 [Freedom]은 노래 중간의 카우벨 소리만 가져다 썼고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의 [My Love]는 하이햇 소리를 연상시키는 비트박스 소리만을 가져다가 자신의 곡에 하이햇 부분으로 사용했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Stranger in Moscow] 역시 노래 오프닝의 드럼 브레익 소스만을 가져온 경우고 라디오헤드의 [15 Step]은 블랙스트리트(BLACKstreet)의 히트곡 [No Diggity]의 드럼 브레익이 되어주기도 한다. 밥 제임스(Bob James)의 [Take Me to the Mardi Gras]는 이미 런 DMC(Run DMC)가 자신들의 곡 [Peter Piper]에서 고스란히 가져다 쓴 브레익이기도 하다.
이런 비슷한 예는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과 토니 베실(Toni Basil)을 블렌딩 할 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토니 베실의 [Mickey]의 치어리딩 비트를 그대로 가지고온 에이브릴 라빈의 [Girl Friend]를 블렌딩 시키는 것은 결국 노래의 뿌리를 찾아주는 구실을 다시 한번 걸 톡이 몸소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다. 이런 방식은 영화 [패션쇼]의 사운드트랙으로 유명한 곡인 이니 카모지(Ini Kamoze)의 [Here Comes the Hotstepper]가 후렴을 그대로 가지고 왔던 윌슨 피켓(Wilson Pickett)의 [Land of a Thousand Dances]와 블렌딩 시키는 부분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개인적으로 감동적이었던 부분을 몇 개 언급할까 한다. 대략 세 부분이 있었는데 리아나(Rihanna)의 [Umbrella] 드러밍에 퀸(Queen)의 [Bohemian Rhapsody]가 흐르면서 잭슨 5의 [ABC] 코러스를 삽입한 부분은 이런 단순한 매쉬-업 작업이 어떻게 '영혼'을 가지게 되느냐의 문제로 넘어오게 만들었다. 소울자 보이(Soulja Boy Tell 'Em)의 스매쉬 히트곡 [Crank That (Soulja Boy)]의 아카펠라 밑에 씬 리지(Thin Lizzy)의 긴장감 넘치는 [Jailbreak] 브릿지 기타 연주부분을 넣은 것도 그렇게 간지날수가 없다. 하지만 모니모니해도 크랜베리스(The Cranberries)의 [Dreams]의 비트 위에 미아(M.I.A.)의 곡 [Boyz]의 아카펠라를 올려놓은 것은 사람을 움직이게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아카펠라 트랙을 따로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나는 [Boyz]의 12인치 싱글을 구입하기에 이르렀다. 많은 사람들은 릴 웨인(Lil Wayne)의 [Lollipop]과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의 [Under the Bridge]를 결합 시킨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저니(Journey)의 좀 뻔한 락 발라드 [Faithfully]는 오히려 이 미친 앨범을 비장미 넘치게 종결해주는 역할을 하고있다.
시작하는 곳에 끝이 있다. 마치 영화 [로스트 하이웨이]나 [12 몽키즈]와 같은 뫼비우스의 띠와도 같은 전개인데 앨범 시작 맨 처음 나오는 앙드레 3000(Andre 3000)의 목소리 "Play Your Part"는 본 앨범의 가장 끝부분에 다시 등장한다. 앨범의 엔딩에 사용되는 앙드레 3000의 가사내용은 이렇다. "네 마음을 잘 지켜라, 3스택스야(앙드레 3000의 별명).네 마음을 다 주지는 말거라, 저 여자들은 약았어, 그냥 하던 대로 하렴."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굳이 이걸 분석하는 것도 좀 웃기고 해서 그냥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괜춘할것 같다. 모 어차피 댄스뮤직이니.
유튜브나 몇몇 동영상 사이트에서 'Track by Track'이라는 이름으로 그가 직접 트랙들을 소개하는 영상들 또한 존재한다. 얘기가 점점 길어질 것 같아서 관심있는 분들은 직접 찾아보면 무척 즐거울 것이다.
Remixed
결국 걸 톡은 이런 매쉬-업을 필두로 수많은 뮤지션들에게 직접적으로 리믹스 요청을 제의 받는다. 곧 니코 멀리(Nico Muhly)의 어레인지와 함께 곧 새 앨범을 낼 예정인 그리즐리 베어(Grizzly Bear)와 피터, 뵨 앤 존(Peter, Bjorn and John), 그리고 토쿄 폴리스 클럽(Tokyo Police Club)과 한국에서는 저스티스(Justice)의 리믹스로 유명한 시미안 모바일 디스코(Simian Mobile Disco)의 곡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었다. 오브 몬트리얼(Of Montreal)과 같은 인디록 밴드들의 곡도 좀 새롭게 만져줬으며 스릴 자키(Thrill Jockey) 레이블의 카탈로그 만을 가지고 메가 믹스를 펼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두드러지는 부분은 벡의 곡을 리믹스 해줬던 것이다. 벡은 최근에는 또 다른 매쉬-업 스페셜리스트인 데인저 마우스에게 통째로 앨범을 맞긴 바 있는데, 이전에 자신이 샘플링한 원곡들을 공개한 일리갈 아트 소속의 아티스트인 걸 톡에게 리믹스를 맞긴 것은 벡이 상당한 대인배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계기가 됐다.
Play Your Part!
그의 스테이지 이름에 대한 의견은 자주 바뀌었다. 짐 모리슨(Jim Morrison)의 시에서 따왔다고 했다가 어느 때는 또 일본 출신의 아방가르드 밴드 메르쯔보우(Merzbow)의 초기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가져왔다고도 했다. 스테이지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그는 공연장에서 랩탑 가지고 플레이하다가 빤스만 입고 관객석으로 난입해 마치 그 공연장에서 제일 신난사람처럼 춤추곤 한다. 아마도 그가 내 옆에서 이랬으면 나는 너무 신난 나머지 그의 빤스를 벗기고 도망갔을지도 모르겠다. 아발란치스(Avalanches) 정도의 밀실적 치밀함은 없지만 그 반대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파티 팝 브레익 레코드를 완성시키면서 모든 댄스 플로어를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십 여년 전, DJ 섀도우(DJ Shadow)의 [Endtroducing]이 나왔을 무렵, 샘플링 뮤직에 대한 비교적 합의된 정의가 내려진 바 있다. DJ 섀도우나 몇몇 샘플링 전문가들은 오래된 레코드의 소스들을 마치 악기처럼 사용했다. 얼마나 잘 자르고 세세하게 오려 붙이느냐가 관건이 됐고 결국 MPC를 이용한 이런 식의 정교한 가내수공업 방식은 일종의 법칙으로까지 고정됐다.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시대에 샘플링 뮤직이 구세주가 됐다는 식의 얘기는 이미 십 여년 전에 합의된 사항이다. 그럼 우리는 걸 톡과 몇몇 매쉬-업 아티스트들의 작업에서 뭘 더 덧붙일 수 있을까. 아까부터 얘기했지만 결국 카피-레프트에 관한 사항들이다.
물론 예전에도 있어왔지만 특히 2000년도 이후 자주 등장했던 게 바로 유명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12인치 싱글에 아카펠라 트랙을 공개하는 것이었다. 아카펠라 트랙을 공개하는 이유 중 아마 97.5%는 자신의 목소리가 누군가의 스크래칭 소스로 사용되기를 권장한다거나 새로운 리믹스를 만들어 보라는 차원에서의 의도일 것이다. 제이-지가 비로소 아카펠라 공개를 유행으로 만들었고 덕분에 9th 원더(9th Wonder) 라던가 데인저 마우스 같은 슈퍼스타들이 메이저로 치고 올라오는 계기가 됐다. 걸 톡의 곡들 역시 대부분 이런 아카펠라 트랙들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아카펠라 트랙을 다운 받거나, 혹은 12인치에서 컨버팅하는 동시, 너도 나도 유명 아티스트들에게 곡을 제공하는 프로듀서가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단순한 인맥의 문제라던가 일종의 정보 권력의 문제가 일반인들에게 넘어오면서 정말로 무언가를 잘 만들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보장 받을 수 있게 됐다. 물론 인터넷의 단점은 정말 많지만 이런 방식의 정보 평등화로 인해 너도나도 무언가를 해볼 수 있게끔 조성된 분위기는 21세기 유비쿼터스 시대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 잡혔다. 정보의 평등화는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에게 돌팔매가 아닌 바추카포를 장착해주면서 싸움을 비교적 동등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있다.
물론 이런 쓸데없는 잡생각 필요없이 단순히 즐기기에도 이만한 게 없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본 앨범을 들으며 "이게 무슨 노래였더라..." 하면서 서로 퀴즈 풀이를 하는 방법도 앨범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DJ들에게도 많은 부분들이 참고가 될 것 같다.
한상철 (불싸조 http://myspace.com/bulssazo)
P.S : 글을 쓰는데 많은 도움을 주신 김치완님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