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하는 일본 포스트록 밴드 모노(Mono)가 뿜어내는 아름다운 절규.
20인조 오케스트라와의 사투 끝에 일궈낸 서슬처럼 파랗게 불 타오르는 장엄한 걸작.
Hymn To The Immortal Wind (불멸의 바람에의 찬가)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Bad Ma Ra Khahad Bord)
예전 모노가 한국에 왔을 때 몇 마디를 나눴던 내용 중에 확실해진 것이 있었다. 당시 나는 타카(Takaakira "Taka" Goto)에게 당신이 봤던 공연 중에 가장 훌륭했던 공연이 무어냐 물었고, 의례적으로 다음 앨범에 대해서도 물었다. 첫번째 대답은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의 공연이었으며 두 번째 대답은 EP 모음집이 나올 것이고 이후에 만들게 될 새 앨범은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참고로 그 때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한국 공연이 막 취소됐던 시기였다. 모노는 월즈 엔드 걸프렌드(World's End Girlfriend : 이하 WEG)와의 콜라보레이션 앨범에서 현악파트와 작업을 했던 바 있다. 이들의 네임밸류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 작품의 방향은 이미 이 당시에 결정난 사안이었을 것이다. 모르겠다 이들이 밴드를 시작할 때부터 결정난 길이었는지도.
Mono (from Japan)
현재 비교적 가장 높은 인지도를 가진 일본 출신의 포스트 록 그룹 모노(MONO)는 타카아키라 "타카" 고토(Takaakira "Taka" Goto : Guitar)와 요다(Yoda : Guitar), 여성 베이시스트인 타마키(Tamaki : Bass), 그리고 드러머 야스노리 타카다(Yasunori Takada : Drum)의 4인으로 구성된 인스트루멘틀 밴드이다. 첫 정규앨범을 존 존(John Zorn)의 레이블인 짜딕(Tzadic)에서 발표했으며 이후 2003년 발표한 [One Step More, You Die]와 2004년 작 [Walking Cloud and Deep Red Sky, Flag Fluttered and the Sun Shined]로 전세계 포스트록계를 평정하다시피 한다.
영원한 인디록의 역사 픽시즈(Pixies)와 불멸의 얼터너티브 그룹 너바나(Nirvana), 슬로코어의 알파요 오메가인 로우(Low)의 사운드 엔지니어이자 프로듀서로 유명한 스티브 알비니(Steve Albini)가 엔지니어링을 담당한 2006년 작 [You Are There]의 장엄한 공간감이 주는 감동을 통해 현재 가장 중요한 포스트록 밴드로 입지를 굳힌다. 같은 해 9월에는 동경 출신의 현대음악/일렉트로닉 아티스트 WEG와의 콜라보레이션 앨범 [Palmless Prayer/Mass Murder Refrain]을 발표하면서 다음 해 WEG와 함께 한국을 찾는다. 기존의 EP와 바이닐로만 프레싱된 음원들을 담은 미발표곡 모음집 [Gone : Collection of EPs 2000-2007] 역시 한국에서 독특한 커버와 라이브에 매혹된 사람들로 인해 꾸준한 인기를 얻었던 타이틀로 기억됐다. 함께 발매됐던 투어 영상을 담은 DVD [The Sky Remains The Same As Ever]에는 한국의 파스텔 뮤직 스텝들 또한 영상에 등장하기도 한다. 익스플로전스 인 더 스카이(Explosions In The Sky), 킨스키(Kinski)를 비롯한 미국의 중요한 밴드들과 투어를 다니며 성공적인 미국 진출을 이루어 냈다.
Hymn To The Immortal Wind
2008년 3월 24일 전세계 발매 예정에 있는 모노의 다섯번째 정규 작 [Hymn To The Immortal Wind]는 이전부터 함께 해왔던 스티브 알비니와 다시 한번 호흡을 맞췄다. 녹음과 믹싱은 2008년 6월부터 11월까지 시카고의 일렉트리칼 오디오(Electrical Audio)에서 진행됐다. 지금까지는 라이브 활동을 하면서 앨범 작업을 병행하는 방식을 취했지만 본 작에서부터는 제대로 시간을 들여 앨범 작업에만 전념했다고 한다. 자신들의 결성 10주년을 기념하는 작업을 비로소 이 다섯번째 정규앨범에 쏟아 부었는데, 이전에 미발표곡 모음집과 DVD를 통해 과거사를 정리하고 새롭게 뻗어나가는 첫걸음과 같은 의미를 본 앨범에서 찾을 수 있겠다. 다섯번째 트랙인 [Follow the Map]의 뮤직비디오는 2월 5일에 프로모션차 미리 공개되기도 했다.
24 페이지에 달하는 아트웍과 67분 여의 수록곡을 담고 있는 본 작은 이전 작 [Walking Cloud and Deep Red Sky, Flag Fluttered and the Sun Shined]와 마찬가지로 ‘스토리’를 담아내려 노력했다. 책자에는 앨범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곡 하나에 스토리 하나, 그리고 스토리 하나에 한 씬의 삽화가 함께 담겨있다. 모노는 이야기의 작자와 상호간에 스토리와 소리를 교환하면서 앨범을 만들어 나갔다고 한다. 복잡하게 얽히는 과거와 현재를 왕래하는 작품의 테마에 따라서 앨범의 드라마틱한 감정의 기복 또한 함께 움직인다.
아트웍에 사용된 장문의 이야기는 희야 소(Heeya So)라는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24세 여성의 작품이다. 소년과 소녀의 생과 죽음, 그리고 영혼의 영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내용은 음악과 동등한 선에서 놓여진 듯 보인다. 심지어 아이튠즈로 앨범을 구입할 때도 디지털 소책자가 붙는다는데 이들은 한편의 사운드트랙을 만들어낸 셈이다. 그녀의 페이스북에는 페이보릿 감독란에 김기덕의 이름이 적혀있기도 하다.
감미로운 세계관을 바탕으로 침묵의 소리를 쌓아 올려 장엄한 소리의 벽을 만들어내는 방식만큼은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용하게 퍼져 울리는 멜로디와 리듬이 소리의 깊숙함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20인조 오케스트라를 도입하면서 장엄함까지 갖추게 됐다. 현악기의 숲속에서 연주되는 이 시네마틱한 장관은 악기군이 더해지면서 좀 더 엄숙해졌는데 악곡 자체의 스케일 역시 거대해졌다. 현악기 이외에도 플룻과 피아노, 그리고 팀파니가 더해지면서 감정을 표현하는데 좀 더 세밀해 졌다. 커진 것은 단순 규모 뿐만이 아니다. 그들은 원래 펜더 로즈를 연주하곤 했지만 이번에는 펜더 로즈가 하몬드 B3 올겐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멤버들은 직접 글로켄슈필(Glockenspiel :철금)을 연주하기도 했다.
스티브 알비니의 손에 의해 24ch 아날로그 테이프가 레코딩에 주로 사용됐다고 한다. 일차적으로 여느 다른 앨범들과 비교해 들어보면 소리가 전체적으로 날이 서있지 않고 뭉뚝하다는 사실을 쉽게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오래된 라이브 레코딩을 연상시키는 이 소리는 인간미 넘치는 생생함과 무시무시한 긴장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플룻 연주자의 숨결, 지휘자의 소리,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앉아있는 의자가 삐걱거리는 잡음들은 터무니없이 아름답고 동시에 따뜻하다. 하지만 때로는 극히 모험적이기도 하며 영혼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듯한 순수한 재능과 열정마저 감지되곤 한다.
특히 세 번째 트랙인 [Silent Flight, Sleeping Dawn]에서 비로소 타카의 클래식 어레인지에 대한 야심이 명확히 투영된다. 자신들의 악기는 거의 없이 오로지 오케스트라의 연주로만 이루어진 본 트랙에서는 일전에 WEG와 함께했던 앨범에서 주로 클래시컬 어레인지를 담당했던 WEG의 역할을 타카가 하고 있는데 두 어레인저의 스타일을 본격적으로 비교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 같다.
공기를 찢어버릴 듯 강하게 울리는 기타, 그 어떤 벽이라도 부셔버릴 듯한 기세로 달려드는 비트는 감미로운 흉포, 절규와 환희, 그리고 상실과 희망을 비롯한 상반되는 것들을 물 흐르듯 배치시켜 놓는다. 정(靜)과 동(動)을 왕래하는 구조에는 변화가 없지만 역시 이런 앨범의 특성인 순간의 폭발하는 에너지를 만끽하는 데는 충분한 요건들을 갖추고 있다.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지금 어디까지 가게 될지 모르는 장대한 세계 안에 흘러가는 이야기들은 잡히면 사라져 버릴 것 만 같다. 섬세함과 넘쳐 흐르는 감동, 그리고 얼얼한 긴장감과 따듯함이 변칙 복서의 잽처럼 전개된다. 구름이 자욱하다가 폭풍우가 거칠게 내리치지만 종래에는 어둠 속에 비치는 희망의 빛과 같은 컨셉의 전개는 어느덧 이들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렸다. 세상의 끝에 가까워 졌을 때 비로소 새로 태어나는 희망을 감지하는 것은 마치 약간은 뒤틀려있는 디스토피아 풍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을 주기도 한다. 생명감으로 가득 차 넘치는 부분들은 확실히 많은 인스트루멘탈 포스트록 밴드들과 구분되는 지점인 듯 하다.
A Dead Sinking Story
본 앨범의 월드 투어는 3월 11일의 오사카 공연을 시작으로 진행된다. 유럽 각지를 돈 이후 5월 8일 어버이날에는 뉴욕의 링컨 센터(Lincoln Center)에서 23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 결성 10주년 기념 라이브를 실시한다. 파스텔 사무실에도 이들의 공연 찌라시가 도착했는데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와 모노의 스티커가 함께 붙어있는 첼로 하드케이스가 담긴 사진을 바탕으로 인생에 단 한번뿐이라는 문구를 강조하면서 본 공연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이전 템포러리 레지던스(Temporary Residence Limited)의 뉴욕 레이블 공연이 이틀 연속 모두 매진 됐다고 하는데 아마도 본 공연 역시 매진되지 않을까 싶다.
모노는 주어진 '이야기' 이상을 소리로 풀어내려 하고 있다. 장중한 오케스트라 파트는 마음속으로부터 울부짖고 있지만 결코 흥분하는 법이 없다. 전곡에 도입된 고전적인 현악기는 숭고한 아름다움을 가미하고 있다. 압도적인 어레인지를 체감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양질의 오디오 시스템에서의 감상이 추천되고 있다. 오열을 통한 닳고 닳은 슬픔을 가득 채우면서도 한없이 강한 희망을 가지게 만드는, 적당한 위엄과 무게를 가득 실어담은 다음 단계로 이르는 걸작이라 부를만하다.
앨범은 슬프디 슬픈 그들의 어느 도달점에 위치해 있었다. 확실히 모노에 있어서는 하나의 도달점에 달했다. 십 년간의 공연/레코딩 끝에 새로운 경지를 이번 앨범에서 완성해냈다. 일본의 어느 웹진은 이 정도로 시적이며 또한 철학적이면서 감미로운 락 뮤직이 지금까지 존재했던 적이 있었느냐며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이들의 움직임에 있어 다른 의심은 이제 필요가 없어졌다. 더 이상 무언가를 바라는 것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 버렸다.
본 작은 세상을 새롭게 세우는 락의 종소리이다. 심원한 생에의 질문을 상기시키는 종소리 말이다. 사실 이런 말장난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여러분들이 직접 느끼고 있는 바가 비로소 정답이다. 나는 솔직히 이런 앨범에 있어서는 내 생각보다 여러분들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가 더 궁금하다.
한상철 (불싸조 http://myspace.com/bulssazo)
※ 웹진 바운스(www.bounce.com)와 새 앨범에 관한 인터뷰 내용을 아래에 추가했다. 이번 앨범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그대로 옮겨봤다.
* 전작 [You Are There]는 어떤 작품이었다고 되돌아 보고 있는가?
☞ 밴드를 결성할 때는 당연히 다양한 포맷을 생각하게 되지 않는가. 라스 폰 트리에의 [브레이킹 더 웨이브]라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영화를 봤을 때 같은 인간으로서 질투를 했던 기억이 난다. 영상과 음악은 서로 다른 포맷이긴 하지만 라스 폰 트리에는 정말로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 나는 같은 '표현자'로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못해낼까 하는 생각을 모노 결성 초기부터 하고 있었다. 그 후 미국의 마이크 조차 제대로 없는 라이브 하우스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조금씩 인정 받으면서 유럽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투어를 다닐 수 있게 됐다. 처음에는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미국인들과 대등하게 보일 수 없었던 딜레마도 있었지만 앨범이 해외에서 좋게 평가되면서 점차 스스로가 마음에 그리고 있던 이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 나는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에 필적하는 장대한 작품을 만들려고 했다. [You Are There]을 제작할 무렵에야 이제는 이 정도를 해도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깊은 작품이기도 했는데 '이것이 인정 받지 못하면 밴드를 하는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모두 담은 앨범이었다. 결국 세일즈 면에서도 가장 성공했으며 이 경험은 큰 자산이 됐다.
* 전작의 성공 덕분에 최신작 [Hymn To The Immortal Wind]에서는 한층 더 하고 싶은 것을 담을 수 있게 됐다는 뜻인가?
☞ 그렇다. 하고 싶은 것을 담을 수 있는 데는 여러 요소들이 있지만 우선 큰 요소로서는 앨범을 제작할 당시 처음으로 작곡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항상 투어와 시간에 쫓기면서 곡을 쓰고 앨범을 만들어 왔다. 대부분을 여행 중에 써왔던 것이니 영감의 근원은 결국 모두 '여행'이 됐다. 투어를 1년간 쉬면서 처음으로 무엇인가를 낳는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절대로 발표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몇 년이라도 쉴 생각으로 있었으니깐.
* 본 작은 현악 오케스트라를 채용해 각 악곡에 대응하는 스토리가 존재하는 컨셉 앨범이다. 게다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독창적인 감동에 물들여지게끔 만든다. 어떤 착상으로부터 앨범에 임하게 됐는가?
☞ 긴 투어기간에 있으면 우리는 수십 번 동안 상당히 이전에 만든 [You Are There]의 곡을 연주하게 된다. 항상 연주하면서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어둡고 무거운 곡들만을 계속플레이 해야 할까' 하는 위화감에 빠져 들곤 했다. 그 무렵 다음 앨범에 대한 구상을 했는데, '다음 작품에는 희망이 넘치고 템포감이 있는, 그리고 에너지가 흘러 넘치는 분위기로 가자'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일본으로 돌아오자마자 이 사실을 의식하면서 작곡을 시도해 보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지금까지의 모노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표면상으로는 확실히 변화하고 있었지만 이전의 감각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때 내가 짐작하고 있는 이상으로 바뀌는 것은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그 곡들을 모조리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모노의 곡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바로 [Hymn To The Immortal Wind]이다. 어쨌든 바뀌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생명감으로 가득 차 흘러 넘치는 곡, 아침에 일어날 때 들으면 에너지가 솟는 앨범. 반드시 바뀌어야만 한다는 일종의 '맹세'가 앨범의 작업 초기부터 있었다.
* '아침에 일어날 때 들으면 에너지가 솟는 모노'는 좀 새롭다.
☞ 2009년도에는 막연히 밝은 음악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세태적인 의미에서도, 이제는 어두운 것이 딱 질색이었다. 예를 들어 오바마의 그 웃는 얼굴에 대한 기대감이 전세계적으로 대단하지 않는가. 부시에 대한 반발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시 웃는 얼굴은 빛을 가지고 있고 나도 그렇게 웃고 싶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분노나 슬픔으로 누군가와 동조하고 싶지 않았다. 생생한 앨범을 만들어 내고 싶었다.
* 각 악곡에 명확한 스토리를 준비한 경위는?
☞ 처음에는 베토벤의 [9번 교향곡]과 같은 코러스(합창)를 넣으려고 생각했다. 그것은 게스트 싱어 형태가 아니라 50명, 혹은 100명 규모였다. 왜냐하면 이번 앨범에는 반드시 '말'의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LA에서 만난 영화 시나리오 작가에게 합창용 가사를 썼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결과적으로는 합창이 들어가는 형태의 곡은 이번에도 완성하지는 못했다만 '말'의 요소는 살리고 싶었기 때문에 각각을 챕터로 나누어 곡과 함께 진행하는 영화와 같은 표현을 최종적으로 취했다.
* 작곡 작업도 당연히 바뀌었겠다.
☞ '새로운 모노'가 작업의 테마였으니깐. 지금까지 그 누구도 들었던 적이 없었던 음악을 하고 싶었다. 이번에는 우선 머리에 떠오른 멜로디를 차례차례 써냈다. 그것이 앨범의 어느 파트에 위치하게 될지 신경쓰지 않고 2개월간 오로지 그 작업만을 반복하고 대량의 퍼즐조각을 준비했다. 당연히 모든 멜로디의 키와 코드, 그리고 템포가 각각 달랐다. 이 조각들을 조합해가니 두 곡이 나왔다. 이런 방식이 가능한 것에 대해 당시 나 자신도 몹시 흥분했다. 전혀 전개를 예상할 수 없었고 심지어는 좋은건지 어떤건지도 모른 채 불안하게 될 정도였다. 이 곡을 극작가에게 보냈다. 그랬더니 그녀는 그 예상치 못했던 전개의 하나 하나에 스토리를 붙여주었다. 거기서부터 말과 음악의 캐치볼이 시작됐다. 곡에 대해서 스토리를 붙여주거나 스토리에 대해서 내가 곡을 붙여줬던 것이다. 대단히 익사이팅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새로운 방법론을 찾을 수 있었던 큰 발견이었다. 조각을 합치면서 만들었던 음악은 스스로도 왜 이렇게 완성됐는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 훌륭했다. 그리고 심지어 그 곡이 제삼자의 말에 의해서 이야기가 되어가는 것은 정말로 이상한 경험이었다. 내가 이번 앨범을 몹시 좋아하는 이유는 내 자신이 어떻게 곡을 뽑아갔는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이것은 나를 초심으로 돌려놓았다. 몹시 신비한 경험이기도 했다.
* 그렇긴 하지만 그 안에서 앨범으로서의 완결성을 이뤄내는 것은 힘든 작업이었을 것 같다.
☞ 이것은 단지 한명의 인간의 감정으로 좌우되며 결국엔 어디에선가 모든 것이 연결되었다. 베토벤을 무척 좋아하는데 이번에도 그의 말에서 용기를 얻었다. "음악에 대한 룰이나 고정관념은 모두 무시하라. 마치 바람에 날리며 형태를 계속 바꾸는 구름과 같이, 물결과 같이, 음악 역시 같은 형태를 두 번 다시 취하면 안된다." 내가 이번 앨범을 만들고 있을 때 몇 번씩 '이렇게 앞을 읽을 수 없이 바뀌는 방법으로 만들어가는 곡이 좋은 것일까?' 하고 고민했던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베토벤의 말 덕분에 이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자유로웠다.
* 앨범에 수록된 '이야기'에 대해 설명해 달라.
☞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영혼 안에는 기억의 자취가 있다는 테마를 바탕으로 앨범의 스토리를 완성했다. 바람은 시간과 인생, 그리고 생과 사를 넘어 존재한다. 또한 실체를 볼 수 없는 '무언가'를 상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 까지 그 답을 알 수가 없다. 심지어는 그에 대해 질문하는 일마저도 없다. 왜 지구가 있는지, 무엇을 위해서 사람이 태어나고 죽어가는지, 왜 우주가 있는지, 왜 지구는 자전하면서 태양의 주위를 공전하는지 등의 인간이 영원히 가지고 있는 수수께끼의 안에서 실제 우리는 생활하고 있다. 이런 질문을 바탕으로 우리는 하나의 기적같은 이야기를 담아내려 했다.
* 이야기가 어지럽게 진행되는데 무척 아슬아슬한 것이 한편의 영화와 같다.
☞ 나는 옛날부터 자신을 표현할 수만 있다면 음악작업은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영화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고 우연히 선택한 것이 기타였다. 왜냐하면 기타는 애매한 악기긴 했지만 나에게 있어서 제일 간단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최근 우리와 같은 인스트루멘탈 밴드들이 증가하면서 그들이 '가사가 없기 때문에 더욱 자유로운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 애매함에 아주 실증이 나있는 상태였다. 이것은 인스트루멘탈 밴드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아르페지오를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의미있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는 생각을 하게되지 않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음악의 이미지는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며 연주자의 의도는 그렇게 간단하게 전해지는 것 또한 아니라고 생각한다. 락음악 자체가 대중문화 중 하나의 형태였는데 하나의 포맷이 등장하게 되면 그 포맷을 단지 계속 반복하게만 됐다. 그것은 기호의 배열과 같은 것이지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제 이런 애매한 음악은 싫어졌다. 영화나 소설과 같은 급의 표현력까지 갖춘 음악을 가지고 싶었다. 우리들이 본 앨범에서 스토리를 제시하는 것에 대해 여태까지 가지고 있었던 같은 이미지를 찔러넣을 여지가 더 이상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과 청취자가 만약 연결될 수 있다면 아마 관계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일종의 도박이지만 나는 여기에 모든 것을 걸고 싶다. 왜 여기에 모든 것을 걸 수 있냐면 이제는 우리를 신뢰해주는 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반드시 받아들여줄 준비가 되어있다. 애매한 음악에 대해서 '이것이 쿨하다'는 생각에 한층 더 애매하게 만들어지는 음악들이 있다. 이런 음악은 유행과 함께 반드시 지나가버리며 영원히 남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은 어땠는가?
☞ 5년 전에 스티브 알비니에게 소개받은 쿼텟과의 작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하여 대규모 편성의 오케스트라 어레인지에도 자신감을 갖게 됐다. 스튜디오에서는 전원이 라이브로 녹음을 하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모든 것이 잘 흘러가도록 기도하는 일 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생각만큼 감정 표현이 되어있지 않다고 느꼈을 때는 지휘자, 그리고 연주자들과 대화를 하면서 진행시켜 나갔다. 이론적인 얘기는 아니었는데 '여기는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있다가 곧 받아들이는 느낌으로' 와 같이 설명해 주면 연주자들은 모두 입을 모아 '생각은 간단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연주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연주자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면서 그것이 에너지로 증폭될 때 스티브는 "이것이 음악의 마술이야" 라고 얘기하곤 했다. 그것이 드라마를 만들고 감동을 부른다. 능숙한 연주도 오버 더빙도 필요없는 이 감동이 바로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그 소리들을 완벽하게 녹음해 주는 것이 스티브 알비니인데 그는 무서울 정도로 모든 것을 음반 안에 봉인해 버린다. 음표와 음표사이에 있는 '무언가'를 소리로서 잡아낸다. 정말로 음악을 만들었다는 실감이 들었다.
* 이 중후한 작품을 사람들이 어떻게 즐겼으면 좋겠는가?
☞ 우선은 음악만 듣고, 이후 스토리를 읽은 후 다시 한번 음악을 듣는 것이 최선일 것 같다. 나는 레드 제플린을 몹시 좋아하지만 그들의 음악은 문화와 함께 남아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들을 때 마다 그 시대의 냄새와 바람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은 정보의 소비가 빨라서 생겼다 없어지는 것들의 반복만이 존재할 뿐 영원히 남는 것이 태어나지는 않고 있다. 태어나는 것들 마저 너무 많아 포화 해버리고 시대에 파묻혀 버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의 음악은 일본에 있다는 것만으로는 세계에 전하기 어려웠던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착실하게 투어를 반복한 결과, 전세계 곳곳에 우리를 기다려 주는 사람들이 태어났다. 웹을 통해 전해지지 않는 리얼한 것을 보내면 결국 제대로 된 반응이 되돌아 온다. 그런 것을 행하지 않으면 문화는 움직이지 않는다. 심장을 가진 음악 작품들을 우리 나름대로 제시하고 싶다. 그것이 향후의 일을 포함한 우리의 정책일 지도 모르겠다.
※ 대한민국 뮤지션들의 推薦詞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장중함 속에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여주는, 노이즈 미학의 정점에 달한 모노(Mono)의 신작. -신계룡/데이드림(Daydream)
한편의 잔혹 동화를 귀로 보는 느낌. -임환택/할로우 잰(Hollow Jan)
Post-rock이라는 장르를 빌미로 극한적 경계선마저 초월한 대서사적인 곡의 전개와 도취적인 아름다움의 마침표. 그들이 바로 모노(mono)다. -김원섭/스타리 아이드(starry-eyed)
보다 클래시컬한 편곡과 원숙해진 사운드. 그 안에서 향연을 벌이는 애수어린 음들. -도재명/로로스(Loros)
모노의 새 앨범을 들었을 때, 포스트록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였던 그들이지만, 새 앨범은 이들에게 있어 (리스너 에게도) 새로운 시도일 것이다. 모노의 새로운 행보를 확인해 보고 싶다면, 포스트록의 새로운 행보를 확인해 보고 싶다면, 한번 확인해 볼만한 앨범. 물론 본인은 좋고 나쁨을 떠나, 새로움을 강조해서 이야기 하고 싶다. –박다함/불길한 저음, 노이즈 뮤지션
MONO... 그들의 음악은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다. 그냥 온몸으로 느껴지며 감동할 뿐이다. -이주현/갤럭시 익스프레스(Galaxy Express)
유령의 음악이라기 보다, 음악 자체가 유령이랄까... 저는 확실히 보았었습니다. -전자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