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것처럼 양호한 상태.
다이나믹 듀오 정규 4집 "Last Days"
"Last Days", "최후의 날" 그렇게 그들은 비장한 각오로 우리들 곁으로 돌아왔다.
실패와 좌절도 있었지만 젊음과 성공을 향한 열망으로 충만하던 약관의 나이를 넘어 이제 30대를 불과 얼마 안 남겨두고 있는 그들에게는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에 대한 두려움과 설레임, 그리고 막연한 기대는 지금 이 순간을 "Last Days" 로 표현하기에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숨가쁘게 달려온 20대, 그리고 그 결말에 다다라서 황폐하고 삭막한 이 음반시장에 작은 뿌리를 낸 그들만의 "아메바 컬쳐". 자신들의 좁지만 따뜻한 토양과 새로이 인연을 맺은 신인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자신들이 겪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이끌어줘야 하는 선배로서 그들에겐 어제의 후회조차 소중한 시간들이다.
유쾌, 상쾌, 통쾌로 대변되는 우리의 '역동적 이인조' 에게도 후회가 있고, 아픔이 있었으며 남몰래 흘린 눈물이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슬픈 삐에로처럼 우리에게 주는 경쾌한 웃음과 감동뒤엔 "Last Days"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장함을 넘어 절박함마저 느껴지는 인트로를 시작으로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최후의 순간"이란 거창한 명칭에 걸맞게 그들의 희로애락과 의지를, 짧지만 강렬한 인생역정을 마치 13부작 드라마를 쉼 없이 보듯 숨가쁘게 느낄 수 있다.
자유분방하지만 솔직한 그들의 매력을, 신랄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의미있는 메시지를, 심각한 주제를 다이나믹 특유의 경쾌함으로 풀어내는 발랄한 재주를, 누구나 알고 있지만 선뜻 밖으로 드러내기엔 무거운 주제조차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그들은 이 한 장의 앨범으로 우리들의 가슴을 드라마틱하게 채워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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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다이나믹 듀오의 앨범들은 70년대 음악의 현대적 재해석이라는 느낌이 강한 복고적 사운드가 대부분 이었지만, 이번 정규 4집은 전자악기의 전성시대라 할 수 있는 80년대 사운드가 주인공이다. 때문에 리얼 악기의 따스함을 강조한 전작들 보다 좀 더 세련되고 퓨처리스틱한 냄새가 강하게 난다. 또 신선한 음악을 위해 하우스, 드럼엔 베이스, 모던 락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힙합에 접목시키기 위한 그들의 새로운 시도와 노력이 돋보인다.
외줄타기 같은 새로운 시도조차 자신들만의 색깔로 동화시켜버리는 그들의 강력한 흡입력은 세상 어떤 다리보다 튼튼하고 넓은 외줄을 그들이 갖고 있는거라 짐작케 한다. 일반 대중들과 힙합 매니아들을 모두 매료시킬 호화 피쳐링 마저도 그들의 음악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주연급 조연에 불과하다'라고 말하고 싶다.
때론 "Last Days" 가 "최후의 날" 이 아닌 " 최고의 날" 이라고 표현 될 때가 있다.
"내일 세상이 무너져도 난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라는 스피노자처럼 그들만의 "Last Days" 가 오히려 우리에겐 사과나무의 희망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또다시 새롭게 시작될 그들의 도전기에 앞서, 결코 마지막이 아닌 또다른 출발점이 될 이번 앨범이 우리의 감성을, 우리의 가슴을 매료 시킬 "Last Days" 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수록곡 소개]
1. Intro "Last Days" (feat. MYK)
"Last Days". 말 그대로 '최후의 날' intro에 걸맞게 세련되고 미래적인 사운드 그리고 숨이 멎을 것 같은 긴장감을 고조 시키는 이곡은 신인가수 Ra.D의 곡으로 이번 앨범 전체의 방향성을 가장 잘 표현한 곡이며, 이 앨범에 임하는 다이나믹 듀오의 비장한 각오를 단번에 느낄 수 있는 곡이다.
긴장감속에 점점 강렬해지는 비트, 그리고 그 속에 담겨있는 MYK의 비장한 나레이션은 "Last Days"를 기다리는 멤버들의 절박한 심정을 단번에 알 수 있게 한다.
2. 길을막지마.
현재 미국 힙합의 주류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Dirty South' 사운드의 곡을 다이나믹 듀오가 새롭게 시도해 보았다. 남부 힙합의 꽃이라 불릴 정도로 독특한 스타일을 자랑하는 'Dirty South' 사운드에 유명인의 이름을 이용한 다이나믹 듀오만의 재치 있고 특이한 비유들, 거기에 Intro의 연장선으로 "Last Days"를 준비하는 그들의 진지하고, 굳은 마음가짐. '힙합'과 '인터넷'이란 그늘에 숨어서 오늘도 찌질한 하루를 보내는 이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거침없는 플로우와 라임은 다이나믹 듀오를 대표하는 새로운 정통 힙합곡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
3. Solo (feat. Alex)
Daft Punk와 Modjo를 연상시키는 일렉트로닉 계열의 몽환전인 하우스 비트에 다이나믹 듀오 특유의 솔직하고 경쾌한 랩이 착착 달라붙는, 들으면 들을수록 신나는 곡이다. 연인과의 이별이후 흔히 겪는 슬픔과 괴로움이 아닌 지금껏 금기시되어 왔던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감과 설레임으로 두근거리는 가슴. 거기에 최고의 로맨틱 가이 '알렉스'의 피쳐링으로 그들의 연인과의 탈출은 더욱 유쾌하기만 하다.
"Last Days"의 타이틀곡으로서 그 비장한 제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곡일 수도 있지만, 어찌보면 발칙한 그들의 상상은 "Last Days"에서만 가능 할지도 모르겠다. 멤버들 모두 오랜 연인이 있고, 알렉스 역시 '로맨틱 가이' 로서 뭇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 시점에서 이들이 강하게 '솔로'를 외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하지만 재미있다. 프라이머리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 지금까지 다이나믹 듀오와는 확연하게 다른 스타일의 편곡이 돋보이는 곡이다.
4. 어머니의 된장국 (feat. Ra.D)
"된장국도 된장국이지만 어머니의 국 맛을 보면서 함께 내 맘을 내려놓을 어머니의 품이 그리웠던 것은 아닌지, 세상사에 지쳤을 때 잠시 가서 위로 받고 쉬었다 올 수 있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자리인 그 공간이 그리웠던 것은 아닌지."- 어머니의 된장국 中 / 김정복
"집 밥이 먹고 싶다..." 흔히 쓰이는 이 말 만큼 '집이 혹은 어머니가 그립다'는 쉽고도 진한 표현이 또 있을까?
다이나믹 듀오뿐만 아니라 힘든 현실에 매일매일 치이는, 세상사에 지쳐 있는 우리 모두에게 '어머니의 된장국' 을 통해 '어머니의 정겨운 품'을 통해 잠깐의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는 곡이다.
자칫 어둡고 슬플 수 있는 주제를 '보글보글' 맛있고, 통통 튀는 멜로디로 밝고 가볍게 그들만의 색깔로 풀어낸 의미있는 곡이다.
5. Trust me (feat. Supreme team)
언더그라운드 힙합신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슈퍼신인 슈프림팀과 함께 한 곡.
이번 "Last Days"에서 가장 남성적이면서 정통 힙합의 느낌이 가장 강한 곡이다.
오버와 언더 최고의 두 팀, 각기 다른 4명의 MC가 최고가 되기 위한 그들의 노력과 다짐, 각오와 열정이 4가지 개성으로 잘 표현 된 곡으로 같은 팀이지만 결코 같지 않은 그들 개개인의 라임과 플로우를 비교해가면서 곡을 듣는다는 것 역시 무척 흥미로울 것이다.
힙합신에서 소위 'Hot'한 두 팀이 서로 다른 매력을 뽐내며 나온 곡이니 만큼 힙합 매니아들 사이에선 큰 이슈가 될 것이다.
6. 해변의 Girl (feat. 박진영)
뜨거운 태양, 계속 흐르는 땀, 흐르는 땀만큼 끈적이는 가슴. 그리고 한여름의 로맨스.
여름과 바다. 어느 누구라도 짧지만 뜨거운 로맨스를 꿈꾼다. 그것이 여름이 가진 가장 큰 마력(魔力)이 아닐까?
해변의 Girl은 제목 그대로 뜨겁고 짧은 해변의 로맨스에 대한 곡이다. 노골적이지만 진부한, 하지만 쉽게 꺼내어 놓고 이야기 하지 못하는, 짧지만 평생 기억이 되고 추억이 되는 해변의 사랑.
남녀노소, 일상을 벗어나 낯선 누군가와의 일탈적인 사랑에 대한 발칙하지만 솔직한 가사와 섹시한 비트, 거기에 박진영의 끈적이듯, 애타는 목소리가 합쳐져 곡의 섹시함이 한층 강조됐다.
7. Make up Sex
Interlude of 해변의 Girl
8. Want you back (feat. 0C.D)
앞서 'Solo' 솔로가 '깨진 사랑에 대한 슬픔보다 새로운 사랑과 인생에 대한 설레임 가득' 한 곡이었다면 'Want you back'은 오히려 떠나버린 연인을 기다리는 남자의 애절한 마음을 담은 정반대의 곡이다.
홀로 남겨진 텅 빈 방안에서 추억을 곱씹으며 그녀를 기다리지만 그 추억마저 소화하지 못하고 절망이 되고, 원망 가득 그녀를 불러보지만 그 원망마저 결국은 그녀에 대한 그리움 이었다.
애절하며 가슴이 끊어질듯 한 절망적인 가사, 오토튠처리를 통해 기계적으로 만들어져 차갑게 들리지만 더욱 애절한 '0C.D(공씨디)'의 신선한 보컬. 그리고 반복되는 후렴구에 담긴 원망과 미련...그리고 애증...
팀버랜드를 연상시키는 트랜디한 비트와 상반되는 가슴 끊어지듯 절망적인 비트가 묘한 이질감 속에 듣는 이의 마음을 한없이 공허하게 만드는 곡이다.
9. Good Love (feat. BSK a.k.a 김범수)
한잔의 와인과 홀로 켜있는 촛불. 그리고 그 앞에 단둘이 있는 그녀와 나.
영원을 약속하는 수줍지만 힘 있는 속삭임
지상낙원의 한 가운데서 오직 나만을 위해 속삭이는 사랑의 세레나데.
지금 내 옆에서 나만을 바라보고 있는 내 연인을
두근거리는 첫사랑을 떠오르게 하는, 헤어진 옛 연인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달콤하지만 꿈꾸는 듯한 멜로디.
잔잔하지만 가슴을 파고들며 한없는 뭉클함을 만들어 내는 가사.
멤버 각자가 자신들의 연인에게 바치는 곡이라고 하기에는 'Good Love'는 너무나 따스하게 우리들 마음속에 파고 들어 온다.
2년여의 공백기, 아니 잠복기 끝에 지금껏 숨겨왔던, 소울의 황제 '마빈게이'를 연상시킬 정도의 소울 창법으로 "역시"라는 말과 함께 돌아온 '김범수'와 '다이나믹 듀오'의 만남은 이렇게 최고가 되어 돌아왔다.
10. Don't say goodbye (feat. J)
다이나믹 듀오 멤버들이 영화' 제인오스틴 북 클럽'을 보고 느낀 점을 가사로 풀어낸 곡으로 3집 'Enlightened' 중 '복잡해' 라는 곡의 후속곡 성격이 강한 곡이다.
오래된 연인사이의 익숙함과 권태기 그리고 이별. 하지만 결국 되돌아 오는 것은 그녀에
대한 그리움과 후회 그리고 그녀와의 사랑에 대한 새로운 믿음이다.
국내 최초로 일렉트로니카사운드 계열의 '드럼엔 베이스'를 힙합에 접목해 미래적이며 몽환적인 사운드가 서로 잘 버무려져 있고, 피쳐링 'J'의 매력적인 목소리는 곡의 느낌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해줬다. 또 최초 시도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곡의 완성도가 매우 뛰어난 곡이다.
11. Give me the light
점점 미쳐만 가고 그 정도의 심함이 예전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한 세상.
인생에서 사랑과 정의의 의미가 퇴색되어가고, 또한 인생에 있어서 무엇이 옳은 것인지 그 정답의 기준마저 모호해져만 가는 세상에 대한 다이나믹 듀오의 신랄한 비판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곡이다.
'~되고', '~하고' 반복적인 후렴이 장난스럽지만 그 안에 담겨져 있는 메시지는 결코 장난 스럽지 않고 한숨만 나올 정도로 우리 가슴을 숙연하게 만든다.
'이제 코앞까지 다가온 세상의 끝 앞에서 우리는 지금 어딜 향해 가는가 Give me the light' 이 한줄의 가사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우리는 결코 쉬이 넘겨서는 안될것이다.
12. 들쥐떼들
민주주의라는 그늘아래 행해지는 다수결의 원칙.
하지만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집단 이기주의의 미명아래 오늘도 얼마나 많은 소수의 약자들이 고통받고 있는가.
인터넷속의 사회는 개개인의 개성을 높이 끌어 올렸을지 모르지만 들쥐떼들과 다른 소수의 의견은 철저히 억압하고 테러하고 무시하는 공포를 만들어 냈다.
집단의 의견이라면 그 의견의 경중과 옳고 그름을 떠나 '대세' 라는 이기주의와 흑백논리로 무장한채 오늘도 약자만을 노리고 있는 들쥐떼들. 값 떨어지는 그 이름만큼이나 우리사회의 '공공의 적'으로 표적삼기에 거리낄 것이 없을 것이다.
강렬한 비판과 함께 80년대 느낌이 강하게 나는 비트. 그리고 끝부분에 댄스홀 비트로 바뀌는 음악적 변화에 주목해 보자.
13. 아버지 (feat. Ra.D)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세상에 대해 알게 되면서 당신의 지난 삶을 조금씩 이해 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마다 당신에 대한 미움과 원망은 이해, 부끄러움과 가슴 뜨거운 사랑으로 바뀌게 되는 것 같다.
어릴 적 세상 오직 한분뿐인 나의 '영웅'. 해가 지날수록 늙고 왜소해지시고 소심해져만 가시는 나의 '아버지'. 하지만 세상 유일 내가 존경하는 오직 한분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은 결말이 뻔히 보이는 해피엔딩 적인 사랑이라면, 무조건 적인 사랑이지만 사랑보단 원망으로 시작해 스스로 나이를 먹고 인생을 경험함으로서 알게되는 드라마틱한 결말이 아버지의 사랑이 아닐까, 그러한 반전은 그분의 자식으로서 나 역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은 아닐까?
Ra.D의 담백하고 신선한 목소리와 드라마틱한 편곡, 잔잔하지만 가슴 가득 울리는 멜로디.그리고 끝부분의 스트링은 '아버지'라는 숭고한 주제를 더욱 빛나게 한다.
14. 숨 (feat. sean2slow)
너무나도 사람들의 입에 쉽게 오르락내리락 하는 '억'소리. 주식과 부동산 투자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 순수한 땀으로의 성공보단 얕은 술수로 손쉽게 정상에 도달하려는 사람들. 이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작은 고난에도 쉽게 자신의 꿈을 접고, 거북이의 부지런함보단 토끼의 잔꾀가 더 인정받는 이 사회에서 다이나믹 듀오는 벼락 성공보다는 긴 시간을 가지고 성실함과 열정을 무기로 꾸준히 정상에 오르겠다는 각오를 보여준다.
"Last Days"의 마지막 곡으로서, 최후의 날을 준비하는 자의 결말로서 가장 어울리는 곡이라 할 수 있다. 그 결말에 서 있더라도 성실과 노력으로 정상에 서겠다는 그들의 변치 않는 자세와 셔니슬로우의 인생에 대한 진심어린 설교가 "Last Days"의 여운을 마지막까지 우리들의 가슴에 새겨주며 이 앨범의 대미를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