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사운드트랙 자체도 <멘 인 블랙>과 거의 흡사한 색감을 지니고 있다. 주인공 윌 스미스의 피부색에 근거하는, 랩과 힙 합을 통한 매력적인 흑인 음악으로 블랙 파워를 뽐내고 있는 탓이다. 특히 주제곡인 Wild wild west를 보자. 이 한 곡에 얼마나 쟁쟁한 흑인 뮤지션들이 참여하고 있는지, 귀가 얼떨떨할 지경이다. 우선 스티비 원더(Steveie Wonder)의 I wish와 모한다스 드웨즈(Mohandas DeWese)의 연주곡인 Wild wild west가 곡 중간에 일부분 담겨있는 것을 비롯해, 윌 스미스와 함께 랩 듀오 DJ 재지 제프 앤 더 프레시 프린스(DJ Jazzy Jeff and the Fresh Prince)를 이끌었던 재지 제프(Jazzy Jeff)가 스크래칭 작업에 참여하고 있음은 물론, 드루 힐(Dru Hill)과 쿨 모 디(Kool Mo Dee)의 랩이 맛깔스러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윌 스미스와 그의 동료들의 우정어린 작업이 일궈낸 매력적인 힙 합 트랙이다. 게다가 이 곡의 뮤직 비디오는 Men in black의 뮤직 비디오보다 더욱 눈길을 끄는데, 그 이유는 마치 한편의 영화처럼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스티비 원더와 베이비페이스(Babyface)는 물론, 여배우 셀마 헤이엑까지 가세해서 한바탕 유쾌한 폭소극을 연출하고 있으니, 배우이자 뮤지션으로 최고의 상종가를 구가하는 윌 스미스의 재능에 감탄할 따름이다.
이 위력적인 타이틀 곡을 비롯해서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명성을 드높이고 있는, 그리고 ‘뉴 잭 스윙(New Jack Swing)’이란 장르의 창시자이기도 한 테디 라일리(Red Riley)를 주축으로 한 힙 합 밴드인 블랙스트리트(BLACKstreet)의 Confused,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이 키우고 있는 신인 여가수로, 윌 스미스를 스타덤에 오르게 했던 드라마
힙 합계의 대부로, 그룹 N.W.A의 결성자이자 스눕 도기 독(Snoop Doggy Dogg)을 발굴했으며,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프로듀서로, 그리고 힙 합 레이블인 <데스 로>와 자신의 <애프터매스> 레이블의 창립자로 막강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닥터 드레(Dr. Dre)가 백인 래퍼 에미넴(Eminem)과 호흡을 맞춘 Bay guys always die, 퀸 라티파(Queen Latifah)와 함께 여성 래퍼의 선두주자인 엠시 라이트(MC Lyte)가 페인(Payne)과 강약의 절묘한 화음을 이루는 Keep in movin', 덴마크의 트리오와 동명 밴드인 신예 R&B 여성 밴드인 브리즈(Breeze)의 Hero, 작고한 노토리어스 비아이지(The Notorious B.I.G)의 미망인인 페이스 에반스(Faith Evans)의 Mailman, 여성 뮤지션 질 스코트(Jill Scott)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신인 래퍼 커먼(Common)의 8 minutes to sunrise, 미국 랩계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런던 출신의 뮤지션 슬릭 릭(Slick Rick)의 I sparkle 등등 정말이지 막강한 블랙 파워 진용이 간담을 서늘케 한다.
그런 와중에서도 가장 이질적인 트랙 하나. 바로 사운드트랙의 두 번째 트랙으로 내정된 엔리케 이글레시아스(Enrique Iglesias)의 Bailamos이다. 훌리오 이글레시아스(Julio Iglesias)의 둘째 아들인 이 엔리케가 토해놓는 강렬한 라틴 팝 리듬은 마치 영화 속 여배우 셀마 헤이엑에 대한 배려인 듯 그 이국적인 열정이 온 몸을 파고든다. 그렇듯 모두 15개 트랙으로 <맨 인 블랙>보다 더 하드 코어적인 성격을 띄고 있는 사운드트랙. 거친 서부를 무사히 횡단하기 위해선 이 정도의 폭발적인 에너지는 필요조건이란 얘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