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하면 ”건배!” 정도의 의미가 된다는 영국 웨일스(Wales) 방언 Yaki-Da는 이제 전 세계 그 어떤 감탄사보다 가장 귀에 익어 상용되는 단어가 되어 버렸다. 예전 1980년대 중반 감각적인 뮤직 비디오와 잘 생긴 외모로 전 세계 사춘기 소녀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노르웨이(Norway) 출신 남성 3인조 팝 그룹 아하(A-ha!)이후 가장 성공한 케이스. 아하나 MRTR ,록시트(Roxette), 카디건스(The Cardigans), 르네 말린(Lene Marlin) 등 여타 북구 유럽 출신의 팝 뮤지션들이 특유의 음울한 정서와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을 주무기로 세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에 비한다면 이 스웨덴 출신 아가씨들은 조금 노선이 다르다. 오늘날까지 수많은 댄스 뮤지션들에게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정신적인 지주 아바(Abba)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친구들이다. 가장 쉽고 귀에 거슬리지 않는 무난하고 자연스런 멜로디 라인 전개의 팝 사운드를 지향했던 것. ‘제2의 아바(Abba)'라는 별칭으로 통했던 에이스 오브 베이스(Ace Of Base)의 막강 지원 사격이 이들의 초창기에 가장 든든한 지원 사격이 되었다. 린다(Linda Schonberg)와 마리(Marie Knutsen)로 구성된 야키다는 지난 1994년 2월 우연한 자리에 같은 스튜디오에 자리한 것이 인연이 되어 의기투합했다. 에이스 오브 베이스의 일원으로 팀 내에서 작곡과 프로듀스를 전담해 왔을 뿐 더러 수많은 유럽 댄스 뮤지션과 앨범 작업을 함께 해 온 베테랑 급 뮤지션 요나스(Jonas Berggren)는 단박에 이들의 뛰어난 보컬 실력과 재능을 알아보았던 것이다. 자신의 밴드 활동과 아울러 일종의 사이드 프로젝트 격으로 이들을 발굴해 키운 것이다.
이들이 첫 싱글 I saw you dancing을 발표할 당시 이미 에이스 오브 베이스 사운드로 불릴 법 한 특유의 유로 팝 사운드는 전 세계 클럽 신은 물론 한국 시장에서도 크게 어필하고 있는 상태였다. 야키다 아가씨들을 두고 깨끗이 닦여진 포장 도로 위로 빨간 스포츠 카를 몰고 질주하는 레이서 같다고 말할 이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은 보기 좋고 예쁘기만 한 인형들은 아니었다. 어찌하다 성사된 내한 공연에서 선보인 이들의 가창력 또한 별 기대 없이 무대를 찾았던 수많은 이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오랜 백업 싱어 활동으로 다져진 알짜배기 실력이었다. 앨범을 통해서도 이들의 가창력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지만 댄스 뮤지션의 음악성을 유독 무시해 온 해 온 국내의 정서에 비쳐 볼 때 매우 성공적인 방문이었던 거다.
그럼에도 ‘제2의 에이스 오브 베이스’라는 별칭은 어떤 면에서 이들의 앞 길을 막는 족쇄일 수 있었다. 이들이 새 앨범 A SMALL STEP FOR LOVE와 함께 5년 가까이의 공백 후에 컴백하면서 가장 주안점에 두었던 점도 그것이 아니었을까? 그 사이 스칸디나비아 반도 지역에서의 팀 이름은 Y-D로 바뀌었다. 구텐베르크에 위치한 어느 클럽이 이미 그 이름으로 상호 등록을 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데뷔 당시 18살의 나이였던 린다는 학업을 마쳤고 마리는 음악 비즈니스 관계자와 결혼해 유부녀가 되었다. 소속사도 옮겼다.
하지만 그런 외형적인 것 외에도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요나스를 떠나 독립 선언을 감행한 것이다. 전작의 히트에 연연치 않았다. 최고의 프로듀싱 팀들과 손을 잡아 현대적인 팝 사운드를 지향하는 변신을 보였다. 1년여의 제작 기간 동안을 절치부심(切齒腐心)했고 스웨덴 출신의 정상급 프로듀서 카(Douglas Carr), 로빈(Robyn)의 앨범 작업에 참여했던 동명이인 프로듀서 요나스(Jonas Von Der Burg) 등 유로 팝, 댄스 계의 베테랑들이 야키다의 신작 앨범을 위해 펜을 들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의 Genie In A Bottle을 제작한 스티브 킵너(Steve Kipner)가 곡 작업에 핵심 멤버로 참여했다. A SMALL STEP FOR LOVE는 아시아 팬들을 위한 보너스 트랙 I saw you dancing의 리믹스 버전을 담아 자신들이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새삼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익숙하지만 사뭇 다른 감각의 편곡이 이들의 진일보한 사운드를 대변하고 있다.
머릿곡 If only the world은 자극적이고 강한 비트의 리듬 트랙 구성과 다이내믹한 곡 구성 그리고 파워풀한 가창이 돋보인다. 자신감이 넘친다. 첫 싱글 I Believe는 얼핏 듣기에 아바의 히트곡을 리메이크 한 듯 들린다. 그럼에도 에이스 오브 베이스가 추구한 아바 스타일과는 달라 보다 깔끔하고 단정한 느낌이다. 동명 타이틀 트랙 A Small Step For Love는 잔잔하고 촉촉해 여타 북구 유럽 출신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들을 때 우리가 느끼곤 했던 이국적인 정서가 오버랩 된다. Whatever it takes나 Show you love 같은 트랙은 영국식 R&B 사운드가 가미되어 있다. 마리는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의 울림이 산뜻한 발라드 트랙 Let me와 복고풍 모타운 소울 넘버 같은 느낌의 댄스 넘버 Careful의 곡 작업에 직접 참여해 아티스트로의 도약에 발판을 마련하려는 듯 보인다. If I were you는 펑키한 베이스 연주와 소울풀한 곡 분위기가 일품이다. 일단 아시아 시장에서 프로모션을 가지기로 한 것은 전작이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6월 중순에는 내한 프로모션 계획도 잡혀 있다. 이들의 변화가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모르겠다. 예상과 현실은 늘 다른 법이니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개인적인 감상으로 볼 때 ‘야키다의 변신은 무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