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장르의 과감한 혼용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다!!!
Beastie Boys [Check Your Head]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치고, 비사이드와 희귀트랙을 모아 2CD 디지팩 형태로 재발매!
본격 데뷔 이전 EP 제작 당시 다루던 오래된 장비들을 모두 동원해 악기의 비중을 높인 앨범
귓가에 익숙한 여러 가지 대중음악의 문법들이 섞인 새로운 사운드를 다시 만나다!!!
이미 17년이 지났는데도 전혀 낡지 않은 역동적인 음악!!!
대표적인 히트곡 <So What’cha Want>와 <Pass The Mic> 등 총 20곡이 수록된 CD-1
비사이드 트랙과 라이브 트랙, 희귀 버전 등 총 16곡이 수록된 CD-2
(고급스러운 2CD 디지팩/ 총 36곡 /해설 수록)
올뮤직 평점: ★★★★★
아마존 평점: ★★★★★
하드코어의 기원을 찾아서
[Check Your Head](1992), Beastie Boys
당신이 혹시 RATM에 초연했다면, 그리고 이례적인 백인 래퍼 에미넴의 등장에 별다른 놀라움을 느끼지 못했다면, 그건 모두 비스티 보이스 때문이다. 힘의 록과 분노의 랩이 결합해 탄생한 장르, 발상과 형식에 있어 또 완성된 사운드에 있어 압도적인 파괴력을 가졌던 그 괴물, 그리고 1990년대 얼터너티브 흐름의 독주를 견제했던 강력한 축은 바로 하드코어였다. RATM에 의해 꽃을 피우고 콘이나 린킨 파크 등을 통해 순차적으로 변주되고 대중화되기 시작한 이 변종 사운드는, 사실상 비스티 보이스가 먼저 등장해 이미 우리를 길들여놨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들의 데뷔작이자 랩 앨범으로 역사상 최초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한 [Licensed To III](1986)이 증명하는 사실이며, 무려 1970년대 후반부터 후방에서 쌓아왔던 보이지 않는 경력의 산물이기도 하다.
데뷔작이 거둔 놀라운 성공은 곧 비난 여론을 동반하기도 했다. 흑인 음악을 착취한 ‘문화적 해적’이라는 화살이 날아왔다. 하지만 그 같은 공격이 이들의 명성에 흠집을 내지는 못했다. 랩으로 성공했을지언정 오랫동안 갈고 닦았던 그들의 기반은 록밴드에 있었다. 그리고 랩을 하고 힙합의 사운드를 도입하는 것이 그들이 추구한 전부라고 단언할 수는 없었다. 레게, 블루스, 재즈, 메탈, 펑크 등등 거론이 불가한 수많은 흑백의 장르들이 비스티 보이스의 손과 입에서 끊임없이 튀어나왔고, 들어왔고 접해왔던 세상의 모든 음악을 소스로 활용하는 유연한 사고방식은 결국 승리로 이어졌다. 제인스 어딕션의 보컬리스트 패리 패럴이 1991년 주창한 미국의 대규모 페스티벌 ‘롤라팔루자Lollapalooza’는 그들에게 명당을 허락했다. 1994년 비스티 보이스는 스매싱 펌킨스와 함께 메인 스테이지를 점령할 수 있었다.
최근 디지털 리마스팅 작업을 거치고, 비사이드와 희귀트랙을 모아 2CD 형태로 다시 출시되는(2LP 동시 공개) 세 번째 앨범 [Check Your Head](1992)는 과감하고 낯선 장르의 혼용으로 세상을 두루 만족케 했던 이들의 초기 시절을 돌아볼 수 있는 작품집이다. 흑백장르의 성공적인 합체라는 경이로운 출현에 이어 다시 완전한 힙합으로, 또다시 악기중심의 음악으로, 그렇게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했던 비스티 보이스의 실험과 성취를 실감할 수 있는 기록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앨범이 내포하는 가장 커다란 가치와 의미는 ‘구관이 명관’이라는 데에 있다. 후예들이 추구했던 유사장르가 넘쳐나는 지금, 가장 본질적이고 원형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면서도 지나가버린 약 20년의 세월을 부정하게 만든다. 그들을 빈티지 아티스트로 묶는 것은 어쩐지 부당하다. 비스티 보이스는 여전히 세련된 존재들이다.
이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전혀 변하지 않는 진실이다. 그들은 정체를 모른다. 오랜 세월 쌓은 바탕으로 계속 신선한 화두를 던진다. MCA(베이스, Adam “MCA” Yauch), 마이크 D(래퍼․보컬․드럼, Michael “Mike D” Diamond), 애드록(기타, Adam “Ad-Rock” Horovitz)로 구성된 3인조 비스티 보이스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중반까지 뉴욕을 배경으로 오랜 무명의 세월을 보냈다. 이후 프로듀서 릭 루빈을 만나고 데프잼에 입성하면서 성공적으로 데뷔했지만, 그들은 소속사를 박차고 나와 음악적 자유를 얻었고 실험을 거듭하면서도 여전히 인기는 그들의 편에 있었다. 가장 최근 앨범인 7집 [The Mix-Up](2007)은 비스티 보이즈의 상징과도 같았던 랩을 전혀 싣지 않은 이례적인 앨범이자 프로듀서는 물론 엔지니어를 겸하면서 아트 디렉터까지 영역을 넓힌 작품이다.
Check Your Head: 악기의 복귀
대중음악사에서 레이블 데프잼의 설립자이자 명 프로듀서 릭 루빈Rick Rubin의 위상과 공헌을 이야기할 때 언제나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이력이 바로 비스티 보이스의 첫 번째 앨범 [Licensed To III](1986)이다. 이는 오래 전부터 언더그라운드 무대에서 경험을 쌓으며 새로운 사운드를 구상해왔던 신예 뮤지션과 그들의 가능성을 알아 본 한 전문가의 결합이 만들어 낸 수작이다. 우리는 비스티 보이스의 출현을 통해 백인이 들려주는 신선한 랩 앨범을 만났고 랩 앨범이 최초로 빌보드 1위에 등극하는 이변을 관전했으며 록과 힙합이 연대하는 낯선 풍경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이후 네 번째 앨범 [Ill Communication](1994)까지 비스티 보이스는 대외적으로 시련을 모르는 존재 같았다. 대중적인 지지와 비평계의 호평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했지만, 그러나 내부 문제는 있었다. 데뷔 앨범의 성공 이후 회사와 법정 투쟁을 겪었고 결국 데프잼 그룹과 작별했지만, 아티스트와 소속사의 갈등 문제가 음악적 부실경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보란 듯 더 과감하게 색다른 사운드로 복귀했다. 이어 선보인 두 번째 앨범 [Paul’s Boutique](1989)는 록의 비중을 현저하게 줄이고 힙합의 몸집을 키워 정체하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 증명한 앨범이다.
그들은 언제나 변화에 대한 갈망이 컸다. 그들은 성공했지만 답습에 엄격했던 존재들이다. 1991년 캘리포니아의 앳워터 빌리지Atwater Village에 위치한 지-손 스튜디오G-Son Studios에서 녹음을 시작한 세 번째 앨범 [Check Your Head](1992)는 전작과 또 달랐다. 사운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악기의 복귀’다. 본격 데뷔 이전 EP 제작 당시 다루던 오래된 장비들을 모두 동원했다고 이야기한다. 악기의 비중을 현저하게 높인 [Check Your Head]는 이후 오랜 시간 비스티 보이스의 키보디스트로 활약하게 되는 머니 마크Money Mark가 처음 등장했던 앨범이기도 하다.
이는 앨범의 커버 이미지에서도 드러나는 특징이다. 사진 속에서 나란히 앉아 있는 세 남자는 악기를 옆에 두고 있다. 이는 앨범의 커버를 담당한 사진작가 글렌 E 프리드먼Glen E. Friedman의 아이디어였다. 1980년대 초반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해 퍼블릭 에너미, 런 DMC, LL 쿨 J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작업해왔던 거물급 포토그래퍼 프리드먼은 비스티 보이스의 데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릭 루빈과 데프잼의 또다른 실세 러셀 사이먼스Russell Simmons를 1985년 만나 맺은 인연으로 새로운 모델을 찾게 됐고, 당시 그가 촬영한 비스티 보이스의 사진은 현재 $8,500에 매매되고 있다.
한편 커버는 일본의 전래동화에서 유래한 ‘현명한 원숭이 세 마리’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후일담이 있다. 일본의 절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목각 인형이 작품의 힌트가 된 것. 세 마리의 원숭이는 각각 귀를 막고 있고 입을 막고 있으며 눈을 가리고 있다. 마치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처럼, 악을 차단하기 위해 자신을 다스리는 행위로 해석될 만하다. 앨범 속 비스티 보이스가 현자로 분한 것 같지는 않지만, 좌우간 이는 수록곡 ‘Finger Lickin’ Good’에서 다시 동원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Check Your Head: 과감한 블렌딩
앨범에서 두드러지는 또다른 특징은 밴드의 본질적인 구동력이자 트레이드 마크라 할 만한 과감한 장르 혼용이다. 일찍이 [롤링 스톤]은 [Check Your Head]를 “밥 딜런 샘플링 + 훵크 + 하드코어 힙합 + 광기의 디제잉 + 펑크 + 가스펠 사운드 + 그밖에 그들에게 내제되어 있을 숱한 음악적 요소”라고 정리한 바 있다. 귓가에 익숙한 여러 가지 대중음악의 문법들이 섞이고 섞인 후, 우리는 다시 새로운 사운드를 만나게 된다. 이미 17년이 지났는데도 전혀 낡지 않은 역동적인 음악을.
앨범을 둘러싼 흥미로운 사실 하나. 수록곡 ‘Finger Lickin’ Good’에는 익숙한 목소리가 잠깐 흐른다. ‘I’m going back to New York City, I do believe I’ve had enough.’ 이는 밥 딜런의 [Highway 61 Revisited](1965)에 실린 ‘Just Like Tom Thumb’s Blues’로, 네 마디를 빌려준 밥 딜런은 이에 대해 $2,000를 요구했다. 그리고 비스티 보이스는 결국 협상과 흥정의 달인으로 판명됐다. 과하다고 생각했던 비스티 보이스의 마이크 D는 무려 $700로 깎아 지불했다는 후문.
여전히 곡 욕심이 많은 그들은 세 번째 앨범에 무려 스무 곡을 실었다. 방대해진 수록곡 사이에는 인상적인 연주곡들이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Pow’ ‘In 3’s’ ‘Groove Holmes’ 등은 마이크 D의 시끄러운(?) 랩을 잠깐 멈추고 연주의 기량을 발휘하는 지점이다. 훵크 정도는 기본이고 재즈의 양식까지 무리없이 도입하는 것으로, 데뷔 전후로 오랜 시간 즐기고 또 갈망해왔을 전통적인 흑인음악에 대한 욕망을 모조리 표출한다. ‘Live At P.J’s’는 랩과 재즈와 훵크가 모조리 섞인 거대한 장르 백화점이다. 아울러 ‘Funky Boss’는 기타로 레게의 세계에 진입하는 기발한 곡이다.
그밖에 ‘Gratitude’ ‘Time For Linin’’ 등 전작과 비교해 펑크의 후련하고 자극적인 에너지를 살리고 메탈이 만들어내는 강력한 노이즈를 망설이지 않으며 전반적으로 악기 중심의 음악을 선사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비트와 리듬에 게으르단 뜻은 아니다. 그들에게 올드스쿨은 가장 손쉬운 메뉴다. 앨범이 배출한 대표적인 히트곡 ‘So What’cha Want’와 ‘Pass The Mic’를 비롯해 문을 여는 첫 곡 ‘Jimmy James’, 그밖에 ‘Stand Together’ ‘Finger Lickin’ Good’ 등은 여전히 턴테이블과 친하고 믹싱과 디제잉에 능하며 근본적으로 래퍼로 활동하는 뮤지션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트랙이다.
한편 [Check Your Head]는 새로운 프로듀서와 작업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앨범을 조율한 마리오 칼다토 주니어Mario Caldato Jr.는 브라질 출신으로, 미국에서 프로듀서(잭 드 라 로차, 수퍼 푸리 애니멀스, 베벨 질베트로 등)로 또 엔지니어로 경력을 시작하면서 비스티 보이스와 인연을 맺었다. 지난 앨범 [Paul’s Boutique]의 엔지니어링을 책임졌고 앨범에서 한 곡 ‘Ask For Janice’를 프로듀스하는 것으로 신뢰를 얻었던 그는 곧 풀 앨범으로 비스티 보이스와 작업하게 된다. 다섯 번째 앨범 [Hello Nasty](1998) 역시 비스티-마리오의 콤비 작품이다.
2009/04 이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