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추억의 지구마을에 어서 오세요
쿠로후네 레이디는 2003년 일본 내 집시 스윙의 1인자인 키요시 미즈하야시와 집시 스윙 킹(キヨシ小林&ジプシ-•スウィング•ギャング)의 퍼스트 앨범에 보컬로 참여하면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일본의 인기 버라이어티 쇼인 스마스마(Smap X Smap)를 즐겨보던 사람이라면 2004년부터 2005년까지 스맵 비스트로 라는 코너에서 레시피를 소개하는 장면에 사용되었던 익조틱한 노래를 기억하실 것이다. 바로 그 노래가 이 앨범의 수록 곡이었다. 이렇게 프로 활동에 자신감을 얻은 그녀는 이내 자신과 음악적 의도가 통하는 2명의 뮤지션인 리리 부인(リリ-婦人, 히로다 유리<廣田ゆり>)과 솔트리버 백작(ソルトリ-バ伯爵, 시오카와 토시히코<塩川俊彦>)을 영입하며 비로소 트리오 활동을 시작했다. 그들의 활동은 빠르게 결실을 맺어 첫 번째 자주 제작 음반인 <絵のない 絵本(그림이 없는 그림책)>을 발표한다. 비록 정식 발매가 아닌 CD-R 발매였지만 롱 세일즈를 기록하면서 그들의 이름이 클럽가를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국내에서 소량 수입되어 인지도를 2006년 인디즈 앨범인 <古本屋のワルツ(헌책방의 왈츠)>와 2007년 200매 한정 발매의 자주 제작 DVD인 <黑船レディと(ものスゴイ) 銀星樂團(쿠로후네 레이디와 대단한 긴세이 가쿠단)>를 발매했다.
쿠로후네 레이디와 긴세이 악단
쿠로후네 레이디와 리리 부인, 솔트리버 백작의 트리오를 주축으로 20명 이상이 곡이나 공연의 구성에 따라 서포트 하는 이 팀은 자주 제작 앨범과 라이브 클럽 공연을 통해 인지도를 쌓아가며 음악팬들의 인기를 얻었다. 그러한 이들의 작품 활동을 유심히 살펴보던 일본 굴지의 레이블 비비드와 계약을 체결하며 첫 번째 풀 렝쓰 앨범인 <쿠로후네 레이디와 긴세이 악단(黑船レディと銀星樂團)>을 발매하기에 이른다. 이 작품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의 쿠로후네 레이디와 엘레강스한 선율을 예쁘게 구사하는 리리 부인의 피아노, 능수능란하게 악곡상에서 활약하는 솔트리버 백작의 기타가 자신들의 위치를 명확하게 포지셔닝 하고 있다. 살롱계 재즈 캄보의 전통 위에 놓여진 일본이 아니면 나올 수 없을 것만 같은 선율과 동화 같이 예쁘고 아련한 스윙. 그렇다. 일본에는 세계대전 발발 이전 쇼와 시기에 유행하던 구락부 음악(俱樂部音樂), 또는 ‘쟈즈-송’이라고 표현되던 음악이 있었다. 웨스트 코스트의 어법을 받아들여 좀 더 가볍게 어레인지 하고 보다 일본적인 선율을 싣게 된 음악이 바로 그 것이며, 그에 대한 정교한 계승을 표방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들이다. 다양한 커버곡들을 통해서 이들은 자신들의 지적이고 단아하며 충실한 기본기를 보여줌과 동시에 자작곡들을 통해 특유의 자유분방함으로 팝과 재즈, 남미의 리듬 등을 넘나들며 동화적인 상상력과 아기자기함을 뽐내고 있다. 달콤하고 상쾌하며 이전부터 내려오던 고급스러운 제법(製法)을 구사하는 쿠로후네 레이디 & 긴세이 악단의 시작은 옛 것에 대한 향수에 있지만 그 효용성만은 여전하다. 재미가 꼭 첨단을 걸어야 할 필요는 없다. 이들은 그 점을 잘 알고 또 그 점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